남편 구두 보듬고 기도했다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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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 구두 보듬고 기도했다던
  • 황영준 목사
  • 승인 2018.12.09 12:2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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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회를 내려놓은 지 9년. 1981년에 광주동산교회를 개척해서 2009년까지 섬기다 원로목사로 물러앉았다. 후임 목사가 목회를 잘 하도록 도와서 예수님이 기뻐하시는 교회, 성도들이 행복한 교회가 되도록 조심스럽게 지내왔다.

개척 초기부터 만나서 가족처럼 지내왔던 정든 교인들, 시련을 딛고 일어선 사람들, 또 젊은이들과 귀여운 아이들까지 다 정이 들었다. 사도 바울도 에베소 교회를 사랑하고 염려하며 ‘눈물의 관계’를 고백하지 않았던가.

2009년 3월, 마지막 주일에 "오늘 설교가 저의 마지막 설교입니다." 하고 말씀드렸고, 은퇴한 후로는 강단에 서지 않았다. 담임목사가 외국에 나가는 특별한 경우에만 목사님 부탁으로 설교를 맡았다. 주일 낮 예배는 동산교회 출석이다. 우리 노회(전남노회) 최기채 목사님(동명교회)으로부터 세 번째 원로목사가 된 나까지 섬겼던 교회에서 주일을 섬기는 것이 좋다는 말씀을 나눴기에 그렇게 작정했고, 지금은 여섯 원로목사가 그렇게 하고 있다. 이것도 아름다운 모습이란다.

나는 담임 목사님의 말씀대로 매월 첫 주일에 ‘축복’ 순서를 맡았고 지금까지 그렇게 한다. 새벽 기도나 주일 오후 예배는 인근 교회에 출석한다. 한 달에 한 번 ‘축복’ 하려고 강단에 올라 교인들을 휘둘러보면, 한순간에 많은 생각이 스친다. 가슴이 뜨겁기도 하고, 안쓰럽기도 하고, 간절하기도 하고, 눈물에 목이 매이기도 한다. 축복할 때 평상심을 잃지 않으려 한다. 목이 매였던 때가 더러 있었다. 내 별명이 ‘울보’였어서 그런지.

이번에도 그런 일이 있었다. 권사님 한 분이 암 진단을 받고 병원에 입원한 것이다. 강단에 올라선 순간 그 권사님이 떠올라서 울먹여버렸으니 교인들에게 미안하고 죄송해서 부끄럽게 내려왔다.

원로목사는 교인들 애경사에 다 찾아갈 일이 아니다. 모두 담임 목사의 몫이다. 그렇지만 꼭 얼굴을 봬야 하는 경우가 있다. 개척교회를 시작해서 섬겨오는 동안 동역자들이 되어주셨던 고마운 분들이 많다. 장로님들이나 청년들도 그렇지만 금요 기도회가 모이는 날이면 기도회가 끝나고 권사님 몇 분이 남아서 기도했다. 그리고 예배당에서 잠을 자고 새벽 기도 후에 돌아갔다. 나는 그들을 ‘기도의 용사’라 불렀다. 그렇지만 쫓아(?) 보내기도 했다. 남편이 이제 막 교회에 나오고 있는 것을 생각해서.

그의 기도생활은 특별했다. 불신 남편을 전도하려고 남편 구두를 안고 ‘이 구두가 어서 교회 다니게 하옵소서’ 하고 오래 기도했단다. 남편의 영혼을 사랑하고, 가족을 위해 올리는 간절한 기도, 겸손한 호소였을 것이다. 남편은 안수집사가 되었고 자녀들도 타 교회 집사가 되었다.

이렇게 아내의 전도로 교회 나오는 분들이 여럿이다. 그분들에게 "당신들은 아내에게 감사해야 합니다. 남편이 안 믿으니 권사를 안 세워줘서 섭섭했지만 신발이라도 보듬고 기도해서 예수 믿게 되었으니 이보다 큰 복이 없습니다. 아내에게 감사하십시오." 하며 웃음을 나누기도 했었다.

권사님이 서울에 있는 병원에 입원했다가 화순 전남대학병원으로 옮겨왔다. 아내와 동갑이고 생일도 한 날이라며 절친했다. 가족은 본인에게 암이라 말해주지 않았지만 의사 선생님이 말해주었는데 놀라지 않았단다. 그때부터 남편과 가족을 위로하고 유언처럼 가족에게 말도 했다. 교인들이 기도해주어서 감사하다며 주일 점심 찬값을 보내주었고, 그렇게 주일 점심을 먹은 다음날(월요일) 세상을 떠났다. 교인들은 고인의 덕담을 나누었고 장례에도 정성을 보였다. 나는 그 권사님을 생각하며 시 한 편을 썼다.

이 구두
어서 교회 가게 하옵소서.
잠시 사는 세상에 얽매이지 말고
하나님 만나게 하옵소서.
아내는 이렇게 얼마나 기도했을까.

남편은 교회 집사가 되고
두 아들에 딸 하나 결혼시켜
손주들이랑 열다섯 믿음의 가족 이루더니|
칠순에 암으로 두어 달 고생하다
평안하게 세상의 멍에를 벗어버렸다.

죽더라도 슬퍼하지 말아요.
소원하고 기도했던 일들
좋은 것으로 다 이루어주셨어요.
당신한테 자식들한테 너무 감사하고
먼저 가지만 그분 앞에서 다시 만납시다.

밤낮 기도하던 믿음의 용사
힘들어도 순탄해도 감사하고
심령으로 영생을 찬송하던 신자
하늘나라 그분이
슬픔을 위로하고 눈물도 닦아주시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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