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부여 의지 없어서 손들고 옵니다 주 나를 박대하시면 나 어디 가리까 내 죄를 씻기 위하여 피 흘려주시니 곧 회개하는 맘으로 주 앞에 옵니다’

의자에 앉은 할아버지 한 분이 나비 춤추듯 양팔을 벌리고 훨훨 날 듯 흔들며 찬송한다.
속울음인 듯 흐느낌인 듯. 정오 기도회에 앞서 개인 기도를 드리고 계신다.
아~, 이것이 소록도의 모습이다. 찬송하는 섬, 기도하는 섬, 소록도는 이런 곳이다.

정오 기도회에 앞서 중앙교회 예배당 안을 창문으로 들여다보니 남자 세 분에 여자 다섯 명이 기도드리고 있다(2018. 10. 25).

몹쓸 한센병을 원한 사람이 누가 있었겠는가.
뜬금없이 달라붙은 병, 어쩔 수 없이 부모형제 떠나서 정처 없이 헤매던 사람들, 배고파 울고, 고향 그리워 울고, 형제자매 혈육 생각에 한없이 울었던 애달픈 사람들. 예수 사랑 아니었으면 어찌 살아올 수 있었으랴. 평균 연령 76세라는데.

정오 기도회는 12시,
소록도 온 섬에 울려 퍼지는 예배당 종소리에 맞춰 시작되지만 오늘은 중앙과 신성 두 교회 정오 기도 설교를 하려니 중앙교회는 11시 30분에 시작한다. 내가 설교를 하고, 이곳 천우열 전도사가 기도를 인도하기로 했다. 공예배 시간이면 1시간 전부터 나와 찬송하고 기도하는 습관처럼 정오 기도회도 그렇게 시작되었다.

 

날마다 기도회를 인도하는 천우열 전도사님은 나이 70에 은퇴했지만 그대로 소록도에 눌러앉아 살고 계신다. 오늘은 목소리가 착 가라앉고, 말씀이 무척 힘들다. 찬송가도 목구멍에서 잘 나오지 않는다. 몇 분은 걷기가 불편하여 겨우 예배당 문턱을 넘어온다.

9월 2일, 5개 교회 연합예배 때 “열린 문”이라는 제목으로 천국 소망을 설교했었다. 이번에도 그 말씀 연속으로 우리의 삶 저편의 내세 영광과 주님의 위로를 선포한다. 소록도 고령의 성도들에게는 죽음이 피부에 닿듯 금방 임하게 될 일이기 때문이다. 소망을 든든히 붙들어야한다. 구원의 은혜가 감격이 되고, 감사 찬양으로 고백되어야 할 노년의 마지막 남은 때가 얼마 되지 않는다.

“보좌 가운데에 계신 어린 양이 그들의 목자가 되사 생명수 샘으로 인도하시고 하나님께서 그들의 눈에서 모든 눈물을 씻어 주실 것임이라.”

눈물. ’눈물샘에서 나오는 분비물‘이라는 사전적 의미의 그 눈물인가? 아니다. 너무너무 서러워서 울고, 안타까움에 애타 울고, 버림받아 갈 곳 없고, 의지할 자 없어서 흘리는 한센인의 눈물이다. 춥고 배고픈 것은 참았어도 홀대받고 억울함을 겪으며 울었던 그 아픔의 눈물을 누가 알아준단 말인가. 엉엉 울고 싶었던, 땅을 치며 울고 싶었던 통절한 설움, 허무하게 보내버린 세월...

“아무도 모릅니다. 말할 수도 없었습니다. 그러나 예수님께서 다 알고 계십니다. 그 예수님께서 당신의 마음과 생각을 아시고 위로하실 것입니다. 병든 몸을 어루만져 주실 것입니다. 그 사랑의 손길을 바라보며 우리가 찬송하고 기도합시다. 이미 성령 하나님께서 우리를 불쌍히 여기사 위로해주셨지만 사후에도 그러하실 것이라 말씀해주십니다. 선배들이 이렇게 찬송하며 살다가 하나님의 부름을 받고 슬픔의 땅 소록도를 떠나 영원한 천국으로 가셨습니다. 그 길을 우리도 따라갑시다.

최후 만찬을 하시던 밤에 제자들에게 ’내가 너희를 위하여 거처를 예비하러 가노니 가서 너희를 위하여 거처를 예비하면 내가 다시 와서 너희를 내게로 영접하여 나 있는 곳에 너희도 있게 하리라‘ 하셨습니다. 그 주님이 우리 죄를 대속하신 예수님입니다. ‘날 위하여 십자가의 중한 고통 받으사 대신 죽은 주 예수의 사랑하신 은혜여..’ 늘 찬송합시다.”

설교를 마치고 나오는 내게 천우열 전도사님이 인도하여 큰 소리로  “주여, 주여...” 부르짖고 합심하여 기도하는 소리가 따라온다.

소록도. 눈물의 섬이다.
그러나 예수 그 이름 때문에 구원의 은혜에 감사하며, 천국 소망으로 살아가는 기도의 섬이다. 언제까지 이 사람들을 만나 손잡아 주며, 이야기 들어주며, 기도해줄 수 있을까. 금년이 은퇴 10년째인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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