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사이에 우리에게는 바른 선거를 할 능력이 생겼는가?

2000년 가을, 대한예수교장로회(예장합동) 제85회 총회에서 ‘제비뽑기’가 가결되었다. 그리고 2001년 제86회 총회에서 첫 제비뽑기 선거를 시행했다. 당시 교계뿐만 아니라 사회 일반으로부터도 주목을 받았던 이 제비뽑기가, 지난 2017년 총회를 마지막으로 ‘17년간의 실험’을 끝냈다. 제비뽑기 도입을 두고 벌였던 치열한 논쟁이, 이 제도를 폐기할 때는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아쉬움이 못내 남는다.
예장합동 교단의 제비뽑기 실험의 한복판에 있었던 김경원 목사(서현교회 원로)를 CTK 김은홍 편집인이 만났다.

 

예장합동 총회가 제비뽑기를 중단했습니다.

다시 금권 선거의 조짐이 보이고 있어 안타깝습니다. 제비뽑기 시행 전, 이 고질적인 문제를 극복하려고 캠페인도 벌여보았습니다. 전단지를 나눠주면서 “돈 받지 맙시다. 돈 쓰는 후보는 결코 찍지 맙시다”는 운동을 벌였지요. 최기채 목사님이 대구에서 총회장 되실 때 한 설교가 지금도 생생합니다. “그 돈 받아서 자녀들 등록금을 냅니까? 논을 삽니까? 밭을 삽니까?” 간절히 회개하라고 외치셨습니다. 그때 총대들 모두 정말 뜨겁게 부르짖고 회개했었습니다. 그런데 1년 후에는 똑같아졌습니다. 당시 제가 〈기독신문〉에 이런 제목으로 칼럼을 썼습니다. “회개의 효과는 1년 밖에 안 된다.”

캠페인이 안 되니까 총회 선거제도를 ‘제비뽑기’로 바꿔야 한다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던 것입니다. 최선이 아니라 차선책이었던 것이지요. 그렇게 제비뽑기를 17년간 시행했습니다. 제비뽑기를 하면서 금권 선거를 어느 정도 막을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그렇지만 제비뽑기의 한계와 아쉬움은 있었습니다. 총회 선거가 바른 리더십을 가진 총회장을 선출할 수 있는 장이 되어야 하는데, 그렇지 못한 경우가 적지 않다는 문제제기가 계속 있었습니다.

선거 방식이 이번 103회 총회부터 다시 투표제로 바뀌어 시행됩니다. 그런데 선거 제도를 다시 투표제로 바꾸는 문제에 대한 사전 논의나 공청회 같은 진지한 시도가 거의 없었습니다. 체계적인 분석과 냉철한 비판을 통한 개정이 아니라, 작년 102회 총회에서 거의 즉흥적으로 그렇게 결의하고 말았습니다.

벌써부터 이런 부끄러운 말들이 돌고 있습니다. “신사임당이 춤을 추고 있다.” “우리 총대가 모두 몇 명이니 1인당 얼마씩 가져오라.” 부정한 돈 선거로 다시 돌아갈 것 같아 참담합니다.

오늘 대한민국의 선거는 부정선거가 판치던 오래 전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제도적으로도 국민의 인식에서도 개선되었습니다. 금품이 오간 것이 적발되면 당선이 무효 되는 것은 물론이고 금품을 받은 사람들까지 엄한 처벌을 받습니다. 그런데 지금 교회 선거는 어떻습니까? 전혀 변하지 않았습니다. 저보다 한 세대 위인 어느 목사님이 언젠가 총회 증경총회장석을 보면서 이렇게 말했습니다. “저 사람은 얼마, 이 사람은 얼마, 또 저 사람은….” 기가 막혔습니다.

제비뽑기에서 투표제로 바꾼 경과와 절차야 어찌 되었건, 이번 총회에서 깨끗한 선거가 이뤄지기를 간절히 바랄 뿐입니다. 모든 총대님들이 하나님 앞에서, 교회 앞에서, 그리고 본인의 양심 앞에서 투표한다는 떨리는 마음을 갖고 투표하시기를 바랍니다. [CTK는 예장합동 총회 첫날, 임원 선거 전에, 김경원 목사의 이상의 인터뷰 내용을 타블로이드 특별판으로 제작하여 총회 현장에서 배포하였다.]

 

40여년 목회에서 최근에 은퇴하셨습니다.

은혜와 감사, 저의 목회를 이 두 가지로 요약하고 싶습니다. 무엇보다도, 목사가 된 것 자체가 은혜입니다. 신대원 입학하고 은퇴할 때까지의 모든 사역과 시간이 하나님의 은혜였음에 감사할 따름입니다.

저의 목회에 영향을 주셨던 대구서문교회 이성헌 목사님. 그리고 사랑의교회 옥한흠 목사님을 만났다는 것도 제게는 큰 은혜였습니다. 옥 목사님과 함께 ‘교회갱신을 위한 목회자 협의회’를 시작하고 지금까지 왔다는 것이 큰 축복이었습니다. 교갱협이 출범한 지 10년쯤 되었을 때 옥목사님께서 이런 말씀을 하셨습니다. “아무리 갱신 운동을 해도 교단이 좋아지지 않는다. 더 나빠진다.” 자괴감이 드신 겁니다. 그때 제가 목사님께 이런 말씀을 드렸습니다. “목사님 교갱협이 있어서 이만큼만 나빠졌습니다. 없었으면 더 나빠졌을 겁니다.” 지금도 ‘제대로 해보겠다’는, 뜻있는 목회자들이 굉장히 많습니다. 교단을 갱신하는 일에 기쁘게 동참하겠다는 뜻을 보이는 분들이 참 많습니다. 우리가 여전히 희망을 버리지 못하는 이유입니다.

은퇴 역시 하나님의 은혜입니다. ‘은퇴를 하고서 무엇을 할까?’ 참 많이 고민했습니다. 결국 선택한 것이 군선교입니다. 그래서 미래군선교네트워크(MMN)를 설립했습니다. 목회 은퇴 후 제 사역의 일순위가 군선교입니다. 1년에 14〜17만의 젊은이들이 군대에서 세례를 받습니다. 대단한 일입니다. 문제는, 그렇게 세례를 받은 군인들이 대대에 배치되는데 대대에는 군종목사가 없다는 현실입니다. 따라서 민간인 신분의 군선교사가 들어가서 그들을 돌봐야 합니다. 이처럼 군선교사는 군목의 공백을 메꾸는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지만, 계급도 돈도 어떤 지원도 없이 외로운 사역을 합니다. 이러한 군선교사들을 격려하고 재교육하고 후원하는 것이 MMN의 사역입니다. 전국에 650여 명의 민간 군선교사가 있는데, 현재 60명을 후원하고 있습니다. 힘닿는 데까지 도우려고 합니다. 이 일을 은퇴 후에도 할 수 있다는 게 축복입니다.

목사는 은퇴한 후에도 쉬고 있으면 안 됩니다. 무언가 할 일을 생각하고 찾아야 합니다. 그게 없으니까, 이미 물러난 교회를 간섭하게 됩니다. 시간은 많고 이것저것 자꾸 관심을 갖고 기웃거리니까 마음에 안 드는 것도 보이게 되고, 부정적인 말도 듣게 되는 겁니다. 단호하게 관심을―사실 간섭이고 개입이지요―끊어 버리고 자기 할 일을 찾아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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