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6월 18일. 광주를 출발해서 인천공항으로 가는 길이었다. 신학교 1학기 강의를 마치고 여름방학을 맞아 캐나다에 살고 있는 딸네 집과 아들네 집에 가는 길이다. 9시 출발 버스를 탔다. 인천공항에 오후 1시쯤 도착하면 오후 3시 25분 출발하는 밴쿠버 가는 비행기 출국 수속을 하고 탑승하는데 늦지 않을 시간이었다.

그렇게 짐작했던 버스가 서해안 고속도로 행담도 부근을 지나면서 밀리기 시작했다. 서울이 가까워지는 신호다. 시계를 들여다보니 인천공항 도착이 예정보다 30분은 늦어질 것 같다. ‘광주 출발을 30분 당겨서 8시 반 차를 탔어야 했다며 나 홀로 후회를 한다.

인천공항 제1터미널에 도착하니 예정보다 조금 늦은 시간이다. 아내와 함께 서둘러 화물 4개를 카트에 나눠싣고 청사로 들어가 J창구로 달렸다. 발권창구 안내판 확인도 않고. 숨 가쁘게 찾아간 곳이 ‘캐나다 항공’ 창구가 아니다. 인터넷으로 확인한다고 했었는데 무얼 잘 못 본 것이다. D창구로 가란다. 왔던 길을 되짚어 달려가니 이미 많은 사람이 줄을 서있어서 뒤쪽에 붙어 섰고, 앞 사람에게 ‘밴쿠버 수속하느냐’ 물으니 ‘청도’ 수속이란다. 이런 황당한 일이. 옆 카운터로 쫓아가 물으니 거기가 캐나다 항공이란다. 수속 시간에 늦지 않으려 서둘렀는데, 전에 않던 실수를 했으니, 다 나이 탓이고 조급하게 서두른 실수이다.

카트를 앞세운 승객 10여명이 대기하는 줄 맨 끝에 잇대어 심란한 얼굴로 땀을 닦는다. 그때 비어있는 발권 창구 여직원이 우릴 향해 손짓하여 ‘이리오라.’ 부른다. 앞사람을 제쳐두고 옆 카운터로 나가니 여직원이 앞으로 나와 짐을 끌어다 저울에 올리고, 여권을 받아 예약을 확인하고는 수속을 한다.

아내가 장애자라며 통로 쪽 자리를 부탁하니 조금은 불편한 자리 밖에 없다며 탑승권을 내준다. 밴쿠버 행, 그리고 국내선으로 갈아타고 에드몬톤으로 가는 탑승권이다. 짐은 밴쿠버에서 찾아 통관을 하란다. 전에 다녔던 그 코스이다. 탑승권에 빨간 표시를 하며 ‘3시 20분까지 탑승구로 가세요’ 하고는 탑승권을 내어준다.

“고맙습니다.” 인사하고 돌아보니 비즈니스 발권 창구였다. 나이 먹은 노인이 땀을 뻘뻘 흘리며 서두르는 모습을 보고 마침 손님이 비어있어 도움을 주었던 것 같다. 지난번에는 화물 승객이 많아서 30분이 넘게 수속시간이 걸렸었다. 생각지 않게 탑승 수속을 마치니 시간이 넉넉해져서 식당에 올라가 여유롭게 점심을 먹고 출국장으로 들어갔다.

밤새 비행기를 타고 좌석에 앉아 영상을 보며 졸다가 자다가하면서 밴쿠버에 내린 시간은 오전 9시 15분(현지 시간). 10시간 동안에 기내식이 세 번이나 나왔다. 저녁식사와 간식 그리고 아침식사였다. 먼 길을 한 밤 새워 편하게 여행하니 참 좋은 세상이다 싶다.

캐나다 입출국 수속은 자동으로 할 수 있도록 미리 등록을 했기 때문에 무인 자동신고 카운터를 찾았다. 영상 화면에 ‘한글’을 선택하니 입국 목적과 머무는 기간 그리고 세관신고 질문 문항이 뜨고, 이에 답하니 입국신고서와 세관신고서가 출력된다. 입국심사원 앞에 딸이 보낸 초청장과 한국으로 돌아오는 항공권 예약확인서를 내놓으니, 모자를 벗어보라 하여 증명과 얼굴을 대조하고는 통과 오케이다. 묻는 말 한마디도 없는 것은 영어 못할 것 같은 노인 대접인 것 같다. “감사합니다.” 하고 캐나다 땅에 첫발을 딛는다.

짐 찾는 곳에서 포터를 불러 에드몬톤 가는 길이라 말하니 그분이 짐 4개를 찾아서 검사도 없이 세관원을 통과하고, 국내선 화물칸에 옮겨준다. 수고비가 15불이라는데 친절하고 고마워서 선뜻 20불 지폐를 들려준다.

에드몬톤 공항에 도착하니 아들과 딸이 나와 기다리고 있다. 부담스럽던 화물도 잘 도착하고, 세관 통관도 문제가 없어서 어머니가 준비한 고국의 맛과 형제간에 보내준 사랑의 선물을 기분 좋게 전해 줄 수 있었다.

짐을 꾸리며 애는 썼지만 이번 여행 과정이 가장 쉽고 친절한 대접을 받았던 것 같다. 은퇴한 노인들 여행에 이런 도움이 절실하고 고마운 일이다. 거친 얼굴에 깊은 주름살. 센머리에 허둥대는 걸음걸이 노인. 이 사람 저 사람에게서 과분한 얼굴 대접을 받았다, 캐나다에서는 노인용 교통카드 월권을 사니 버스와 전철로 편리하게 이동한다. 여기저기 고마운 분들이 많고 감사할 일이 많은 세상이다. 노안(老顔)은 편리한 ‘국제경로우대증’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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