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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그램의 희망이 있다면

지난해 종교개혁 500주년을 기념해서 교단마다 수많은 행사를 치렀다. 과연 무엇이 변화되었을까? 예수의 복음은 말로만 우리에게 임하는 것이 아니다. 이미 입증되었듯이 복음은 인간과 세상을 변화시키는 최고의 능력이다. 오스 기니스의 <르네상스>에서 G. K. 체스터턴은 “기독교 신앙이 모든 면에서 변질된 적이 최소한 다섯 번인데, 그때마다 죽은 것은 신앙 자체가 아니라 변질된 사람”이라고 했다. 예수의 복음에 의한 새로운 삶의 가치와 방식의 변화라면, 도덕주의에 빠져서는 안 되지만 비도덕적이 되거나 탈도덕적이어서도 안 되는 것이다.

바야흐로 교단의 지도자를 뽑는 선거를 앞두고 출마자들이 최적임을 자처하며 출사표를 던지고 있다. 그러나 후보자 검증의 문제는 하나도 해결되지 못하고 올해도 똑같은 현상이 반복되는 것 같아 안타까울 뿐이다. 필자가 속한 노회가 지난해 비생산적이고 소모적인 선거형태를 바꾸기 위해 7월 임시노회 때 총회임원 후보자를 추대해 선거운동의 물리적 시간을 줄이고자 헌의한 것이 결정된 바 있다. 하지만 아무것도 변화된 것은 없다. 본교회 장로님이 지난해 임원후보로 나섰기에 도움을 주고자 동행하면서 총회선거제도 문제점에 통탄하지 않을 수 없었다. 목회와 직업을 제쳐두고 초인적인 능력과 시간이 허락되지 않으면 할 수 없는 일임을 알았다. 입버릇처럼 ‘장자교단’을 운운하지만 4차 산업혁명시대에 교단 선거의 시스템과 문화는 농경사회 수준인 것이 개탄스럽기만 했다.

아직도 철새처럼 먹잇감을 찾아 이합집산을 하는 정치꾼들은 하루빨리 아버지의 품으로 돌아갔으면 한다. 그동안 교단 내에 비생산적이고 영적에너지를 낭비하는 명목상의 지역협의회나 모임들이 그렇게 많은 줄 미처 알지 못했다. 태생적으로 지역에 아무런 영향력을 끼치지 못하는 단체들은 자발적으로 해체되었으면 좋겠다. 언제나 영적 생명이 없는 모임은 사적 이익을 추구하는 사람들이 주류를 이루고, 회전문식 자리를 탐하는 자들은 과연 복음의 본질을 이해하고 있을까하는 의구심을 갖게 한다.

더 한심스러운 것은 선거관리위원들이 부정선거 감시라는 명목으로 교단의 각종 행사에 참여하지만 아무런 소득 없고 예산만 낭비하는 형국이다. 차제에 감시라는 수동적 자세보다 총대들의 알권리를 위해 공정하고 객관적인 후보자들의 정보를 어떻게 충족시킬 것인가를 진지하게 고민해야 한다. 예비후보자들이 불필요한 행사에 참여하기보다는 정책과 비전, 능력을 모든 총대들에게 합리적 검증을 받을 수 있도록 공개토론회나 소셜미디어를 활용한 홍보 등 다양한 방법을 사용하도록 다양한 콘텐츠 개발을 해야한다.

제103회 총회를 앞두고 다수의 총대들은 출구 없는 교단의 미래를 염려하고 있다. 하지만 영적 지도자들이 왜곡된 복음에 도취되어 있는 한 진정한 변화를 기대할 수 없다. 우리가 무엇을 믿고, 왜 믿는지, 어떻게 믿어야 할지 십자가 앞에서 진지하게 고민하며 타성에 젖어 변질된 복음을 변화시켜 나갈 때 우리 교단의 미래는 소망이 있을 것이다.

총회임원들이 바뀐다고 해도 새로운 변화를 기대할 수 없다는 것은 수많은 학습을 통해서 이미 경험해 왔다. 복음을 통한 새로운 삶의 양식을 바꾸지 않은 채 시스템을 바꾼다고 해서 변화를 기대할 수 있겠는가? <루터의 재발견>에서 마르틴 루터는 “내손에 잡혀있는 하나님은 더 이상 하나님이 아니다”라고 했다. 모든 총대들이 자신의 손에 잡혀있는 하나님을 끌어내리고 자신의 탐심과 욕망을 올려놓는 한 지나간 역사는 반복될 뿐이다. 우리는 언제나 ‘변화’와 ‘변질’의 경계선에 놓여있다. 0.1그램의 희망이 있다면 살아계신 하나님이 다시 역사하실 것을 기대한다.

박용규 목사  대구가창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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