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앙을 논할 때 가장 큰 오류는 말씀의 영원성과 현실의 가시성을 억지로 일치시키려 하는 그릇된 태도이다. 이로 인해 변질과 왜곡의 과정을 거치면서, 신앙이 종교로 자리를 바꾸게 된다. 신앙이 신앙으로 자리할 때는 인간의 개입이 불가능하다는 사실을 인정할 때이다. 인간의 의도와 동기부여에서 비롯된 것이 바로 신앙의 종교화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종교화에 동원된 것이 권력을 주도하는 편향된 세력의 이익을 위한 신학적 토대이다.

물론 이들은 세상이 위기에 직면할 때면 종교의 이름으로 목숨을 걸고 싸우며, 자기 영역에서 충성을 다하는 것이 곧 말씀의 영원성을 증명해내는 길이라 믿는다. 이는 참 하나님을 알기 전의 제자들과 바울의 모습이기도 하며, 오늘날 십자가와 부활을 믿는다고 하면서도 삶의 방식으로 적용하지 못하고 살아가는 우리의 모습이기도 하다.

그러나 말씀의 요구에 부응하여 성도가 취해야할 태도는 세상은 처음부터 죄 가운데 있고 그 시작과 과정과 결과는 언제나 거짓 가운데 있다는 사실을 말씀에 비추어 인정하며, 오직 예수 그리스도만이 세상의 영원한 죄의 구속이 가능하다는 사실을 인정하는 것뿐이다. 그러므로 급변하는 세상의 기류나 정치와 철학의 시행착오가 하나님 나라로 인도하는 것이 아니라 예수 그리스도의 말씀만이 세상을 이끌어가는 유일한 길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

신앙에 있어 가장 중요한 전제는 세상과 하나님 나라를 겸하여 섬길 수 없다는 사실이다. 이러한 신앙적 토대 위에 굳게 서 있을 때 세상의 흐름에 흔들리지 않고 영적인 분별력을 잃지 않게 되는 것이다. 결국 신앙의 변질이란 구조와 방식의 문제가 아니라 세상과의 타협에서 비롯된다는 사실이다.

우리는 열왕기서에서 언약궤가 언약의 정신을 망각한 이방나라와 이스라엘을 동시에 죽음으로 몰아넣는 모습을 통하여 언약궤의 대적은 이스라엘과 마주한 세상국가가 아니라 언약의 정신을 상실한 이방과 나아가 이스라엘까지도 포함하고 있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한다. 하나님의 말씀은 급변하는 시대조류에 예속되어 있는 것이 아니다. 도리어 말씀 그 자체의 능력과 권위로서 세상을 다루고 있음을 말한다.

그럼에도 하나님께서 세상에 국가와 민족을 두시고 그들에게도 축복을 거두시지 않는 이유는 그들이 주님 보시기에 의롭기 때문이 아니다. 언약의 실체이신 예수 그리스도를 드러내기 위한 방편으로 사용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성도가 이미 죄 가운데 있는 세상의 일을 선과 악의 개념으로 바라보는 시각은 세상에 속할 수 없는 하나님 나라에 대한 바른 인식을 갖지 못했기 때문일 것이다.

최근에 전례없는 기류가 나라 안팎으로 형성되고 있다. 이전 대통령들의 비리가 적나라하게 파헤쳐지고 있고, 종교 정치 경제 국방 문화 모든 면에서 잘못 다져진 전통적 규범들이 수술대 위에 올라있다. 나아가 밖으로는 동쪽 자그마한 반도 땅에 전세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북미간의 평화협정이란 생소한 단어가 연일 매체를 통하여 소개되고 있고, 오랫동안 거부하고 꺼려했던 북한의 존재와 실체가 봇물터지듯 연일 매스콤을 장식하고 있다.

이러한 현실에 너무나 동떨어진 사고를 가지고 있는 영역이 바로 종교적 영역이다. 우리 한국교회가 세상을 바라보는 전통적 한계가 노출되고 있는 것이다. 세상의 현상들을 정치적 힘의 논리에 의해 선과 악으로 규정짓고, 왜곡된 세상적 안목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한국사회의 기득권 세력으로서 불의한 정치권력의 요구에 자유롭지 못했음을 인정해야 한다.

이러한 세상과의 타협은 한국교회가 아무리 개혁을 외치지만 세상적 틀에서 벗어날 수 없는 이유이기도 하다. 왜냐하면 교회가 세상을 바라보는 교인들의 안목을 힘의 논리에 의해 선과 악으로 이원화를 강요하고 있고, 나아가 사랑과 용서로 하나 되어야 할 교회가 경쟁과 정죄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잘못된 태도는 정치권력과 야합한 이단들의 전형적인 세력 확장의 방식일 뿐 아니라 동일한 방식으로 이단을 방조한 한국교회의 책임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 결국 교회가 말씀의 권위에 굴복하여 하나되기 보다는 세상에도 선한 것이 있다고 여기고 세상의 것을 교회로 끌어 들이는 결과를 초래하게 된 것이다.

그러므로 교회는 교인들이 현실에 대한 객관적이고 정확한 정보를 통하여 고민하고 생각할 수 있도록 세상국가에 요구하고 비판할 수 있는 기능을 감당해야 한다. 이러한 현실에 대한 바른 인식으로부터 교인들은 세상과 하나님 나라에 대한 분별력을 갖게 될 것이며, 세상과 하나님 나라를 겸하여 섬길 수 없다는 예수님의 말씀처럼 세상에 살면서 세상에 속하지 않는 존재임을 말씀을 통하여 깨닫게 될 것이다.

그러한 의미에서 한국교회의 개혁은 나라가 있어야 교회가 있다는 국가 지상주의에서 벗어나 오히려 세상은 신앙에 종속되어 있다는 신앙적 인식의 전환이 필요하며 세상과 어지럽게 엮여진 불신앙의 그물망을 제거하고자 하는 회개의 결단을 주실 때 비로소 개혁의 첫 걸음을 내디딜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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