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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펜스룰’인가

미국 할리우드에서 시작된 ‘미투(#MeToo·나도 당했다) 운동’ 바람이 태평양을 건너 우리 나라에서도 꽃 피어 열매 맺는 형국이다. 한국뿐 아니라 지구촌을 향해 가속도가 붙고 있다. 권위적인 남성 위주의 사회에서 여성 동등권의 사회로 나아가는 또 다른 신호탄으로 모두가 받아들인다. 권력지향적 사회에서 평화지향적 공존의 새 시대가 열리는 데 대한 기대로 한껏 부풀어 있는 것이다. 우리는 미투 운동에서 은혜로우시지만 동시에 공의로운 하나님의 손길을 읽는다. 부디 미투 운동과 위드 유(#With You) 운동을 통해 참된 상생과 공존의 역사가 펼쳐지기를 소망해 본다.

그런데 이런 국면에 등장해 또 다른 긴장을 촉발하는 주제가 ‘펜스 룰’이다. 펜스 룰의 기원은 현 미국의 부통령 마이크 펜스(Mike Pence)가 2002년 의회전문지 ‘더 힐(The Hill)’과의 인터뷰에서 “아내가 아닌 다른 여성과 단둘이 식사하지 않는다”는 자신의 가정 세우기 철학을 소개한 것에서 유래한다. 

그는 인터뷰에서 ‘보좌관은 반드시 남성을 임명하며 아내를 동반하지 않으면 술을 제공하는 행사에는 참여하지 않는다’는 의지를 보였다. 펜스의 소견을 따라 펜스 룰이라 했지만 그 기원은 최근 별세한 빌리 그레이엄(Billy Graham) 목사다. 그레이엄 목사는 복음 전도자로서의 품격과 그가 속한 빌리 그레이엄 크루세이드를 지켜내기 위해 사역 초창기인 1948년 성적인 문제와 재정 그리고 사역의 유혹을 선제적으로 막아내기 위해 원칙을 세웠다. 

그 원칙은 1948년 미국 캘리포니아 모데스토(Modesto) 집회에서 선포됐다. 이름하여 ‘모데스토 선언(Modesto Manifesto)’이다. 선언의 골자는 재정적 투명함을 지켜 신뢰를 쌓는 것과 성적인 스캔들을 피해 가정을 건강하게 지키는 것, 지역교회 목회자들과의 상생 관계를 추구해 협력을 끌어내는 것과 사역의 정직성을 보존하기 위한 진실한 사역과 정직한 홍보였다. 이러한 그레이엄 목사의 선언 가운데 성적 부도덕에 빠지지 않는 것에 관련한 부분이 펜스 룰로 재탄생한 것이다. 

그런데 펜스 룰이 최근 우리나라에서 여성에 대한 성적 역차별의 논란에 서게 됐다. 그 전제는 여성을 잠재적인 유혹의 대상으로 본다는 관점이다. 그런 관점은 여성의 사회 진출을 막고 남성 지향적인 사회를 더욱 공고화한다고 믿는다. 특히 이러한 관점에 불붙인 사람은 페이스북 최고운영책임자인 셰릴 샌드버그였다. 그는 “부적절한 성적 언행을 한 권력을 쥔 남성들이 일터에서 쫓겨났고 일부 남성은 펜스 룰을 따르는 선택을 했다”며 미투 운동의 영향을 평가했다. 그는 펜스 룰을 지키려는 남성은 직장에서 그 누구와도 식사하지 않거나 남녀 가리지 말고 함께 식사하라고 제안했다. 곧 여성을 배제하지 않는 방식으로 펜스 룰을 지킬 수 있음을 그 나름대로 이해하고 설명했다. 

회사의 핵심 멤버나 고위직으로 오를수록 남성 비율이 높은 현실에서 남성이 회의나 휴식 등 업무의 기본활동까지 여성과 함께하는 것을 꺼린다면 여성이 경력을 쌓아갈 기회도 줄어들게 된다는 우려를 포함한다. 입력 2018-03-23 00:00 [시온의소리]왜‘펜스룰’인가 어떤 운동이든 핵심가치를 오해하면 시간이 지남에 따라 본질은 사라지고 껍데기만 남게 된다. 펜스 룰은 가정을 아름답게 세워 보려고 했던 정치인 가장의 고육지책(苦肉之 策)의 산물이었다. 그런데 본래의 뜻은 희석되고 또 하나의 역차별 원리가 되어 공격을 받는 지경에 이르렀다. 

미투 운동을 통해 우리는 보이지 않지만 각계에 걸쳐 일하시는 주님의 손길을 읽을 수 있다. 문화예술계나 정계, 교육계에서 용기 있게 참여하는 여성들의 소리 없는 외침을 남성들은 마음의 귀를 열고 들어야 한다.

교회도 예외가 될 수 없다. 거룩함을 지향하는 만큼 성결의 공동체로 나아가야 한다. 남존여비(男尊女卑) 사상의 뿌리를 뽑아내고 양성평등의 새로운 역사를 이뤄야 한다. ‘나도 당했다’는 아픔의 미투뿐 아니라 나도 은혜 받고 상대를 존중하게 되었다는 거룩한 미투 가 각계각층에서 힘 있게 일어났으면 좋겠다. 그리스도인의 신앙 성숙과 교회 부흥의 증거는 하나님의 창조원리를 따라 남성과 여성의 상호 존중을 그 기반으로 하기 때문이다. 

오정호 목사  새로남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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