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자는 1980년 ‘민주화의 봄’ 직후에 잠시나마 시위와 최루탄을 온몸으로 체험했다. 실화에 근거한 영화 <1987>은 너무나 실감났다. 이 영화에서는 1987년 1월 박종철 고문치사 사건부터 그해 6월 이한열 최루탄사망 및 민주항쟁 사건까지 많은 영웅들이 등장한다. 사망한 열사들, 최환 검사, 신문기자, 교도소직원, 대학생들, 민주화운동가, 종교인, 100만 시민들이 그 주인공들이다. 범죄단체같은 권력자들이 진실을 은폐하고 조작했으나, 우리의 영웅들은 불의를 무너뜨리고 민주화의 기반을 만들었다.

역시 실화에 근거한 영화 <택시운전사>는 <1987>의 전편이라 말할 수 있는데, 1980년 광주민주화운동과 관련하여 많은 영웅들이 등장한다. 택시운전사, 독일인 기자 힌츠 페터, 대학생들, 광주시민들, 수많은 희생자들이 그 주인공들이다. 쿠테타 세력이 민주화를 열망하는 대학생들을 무자비하게 진압했으나, 우리의 영웅들은 동토(凍土)같은 이 땅에 민주주의의 불씨를 살렸다.

박근혜·최순실 비리는 영화보다 더 영화같은 사실인데, 여기에도 많은 영웅들이 등장한다. 내부제보자, 진실을 캐는 방송인, 정의로운 특별검사, 1600만 촛불혁명 참여자들이 그 주인공들이다. 거대한 적폐세력들이 권력을 남용하여 사익을 추구하고 국정과 인권을 망쳤으나, 우리의 영웅들은 적폐세력들의 추악한 정체를 드러내고 역사의 물줄기를 바꾸었다.

영화 <루터>는 1517년 종교개혁의 역사적 사실을 중심으로 많은 영웅들이 등장한다. 마틴 루터, 선제후(選帝侯) 프리드리히 3세, 동역자 멜란히톤, 배우자 카타리나 폰 보라 등이 그 주인공들이다. 부패한 종교집단이 면죄부를 판매하며 온갖 궤변을 늘어놓았으나, 우리의 영웅들은 성경으로 돌아가서(ad fontes) 교회를 개혁시켰다.

필자는 역사적 실화에 근거한 영화를 볼 때마다, 마음을 두드리는 ‘북소리’같은 것을 느꼈다. 만약 내가 1987년 박종철 고문치사 사건과 이한열 최루탄사망 사건의 현장 속에 있었다면, 어떤 사람처럼 행동했을까? 만약 내가 1980년 광주민주화운동의 현장 속에 있었다면, 어떤 사람처럼 행동했을까? 만약 내가 1517년 종교개혁의 현장 속에 있었다면, 무엇을 했을까? 만약 내가 박근혜 정권의 요직을 맡고 있었다면, 위법한 지시를 받았을 때 어떻게 했을까?

역사학자 에드워드 카는 “인류에게 있어 가장 큰 비극은 지나간 역사에서 아무런 교훈도 얻지 못한다는데 있다”라고 말했다. 철학자 헤겔도 같은 취지로 말했다. “역사와 경험이 가르쳐주는 것이 있다. 민족과 정부가 역사를 통해서 무엇을 배우거나, 원칙을 이끌어내고 그에 따라 행동했던 적이 없다.” 이들은 우리 교단을 염두에 두고 말한 것 같다. 은급재단의 납골당 사건, 아이티 구제헌금 사건, 찬송가공회 사건, 전 총무의 가스총 사건 등에서 위법행위와 부당행위가 반복되었는데도, 교훈을 얻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피해는 막심한데 책임지는 자는 없으니 말이다.

그래서 교단은 현재 총신대 총장과 법인이사들이 노골적으로 총회에 맞서는 최악의 상황을 맞이하게 되었다. 총장과 법인이사들이 ‘총신대 사유화’의 공범이 되어 ‘사슴을 가르켜 말’(지록위마·指鹿爲馬)이라고 우기며, 일부 사람이 곡학아세(曲學阿世)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우리는 과거 총신대의 초석을 다진 헌신자들의 ‘외침소리’를 들어야 한다. “어떤 희생을 치르더라도 개혁신학의 심장 총신대를 되찾아야 한다.” 주동자와 공범자와 방조자에 대한 책임을 반드시 물어야 한다. 더이상 총회가 유약해져서는 아니 된다. 총신대 학생들과 교수들이 단식과 사퇴운동 등으로 맞서는 비장한 상황이다. 이 ‘작은 영웅들’의 용기와 희생이 있기에, 교단은 그 ‘심장’을 되찾으리라 필자는 확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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