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화 목사 '한국교회 출구 전략'

교계 전문가 65명과 대담… 개신교의 개혁 방향 제시
"교회 내 기성세대와 청년 간 소통할 수 있는 통로 필요"

"지금은 교회가 130년 전 학교, 병원, 고아원 지으며 한국의 근대화를 이끌던 시대가 아닙니다. 10년 전 '88만원 세대'가 이젠 '77만원 세대'가 됐습니다. 세상이 변하는 동안 교회는 무엇을 했을까요? 영혼 구원은 물론, 국민 생애 주기에 따라 교회가 꼭 필요한 역할을 찾아 기여해야 합니다."

루터 종교개혁 500주년이던 지난 연말, 개신교의 개혁 방향을 짚어주는 책이 출간됐다. 서울 홍대 앞 서현교회 이상화 목사가 엮은 '2028 한국교회 출구전략'(브니엘출판사)이다. 이 목사가 2012년부터 5년 동안 FEBC 극동방송 '교계 전망대'를 통해 대담한 내용을 묶었다.

50년 역사의 서울 서현교회 예배당 의자엔 손가방 10여개가 놓여 있었다. 오랫동안 교회에 출석해 온 여성 교인들이 성경 등을 담아 놓아둔‘지정석 표지’다. 이상화 목사는“교회는 어르신부터 아기까지 아우르는 공동체가 돼야 한다”고 말했다. /김한수 기자

2018년 현재 한국 개신교의 자화상은 우울하다. 지난 연말 발표된 한국기독교목회자협의회(한목협) 보고서만 봐도 그렇다. 20년 사이 한국 교회는 교인, 헌금, 전도, 만족도 모두 하락한 것으로 조사됐다. 위기를 넘어 한계에 봉착했다. 출구가 있을까?

책은 그 답을 제시한다. 이 목사는 목사 안수를 받은 후 개별 교회 목회를 하지 않고 10여년간 고(故) 옥한흠 목사를 도와 초교파적 목회자 모임인 한목협과 교회갱신협의회(교갱협) 활동을 한 경력이 있다. 이때 만난 사람들과의 네트워크가 '교계 전망대' 출연자 섭외에 큰 힘이 됐다.

'교계 전망대'를 통해 만난 이는 모두 65명. 미래학자를 비롯해 주일학교, 통계, 사회복지, 청소년 선교, 대학생 선교, 군 선교, 미자립 교회 등 다양한 현장의 전문가들이다. 그들과 머리를 맞댄 결과, 교회 내 세대 간 소통이 가장 시급했다. "기성세대는 취직도 못한 젊은이들이 비싼 커피 사 먹는다고 비난합니다. 그러나 젊은이들은 '어른들이 우리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면서 욕만 한다'고 해요. 게다가 교회에선 어르신들 발언권이 훨씬 강합니다. 소통이 필요하지요."

저출산 문제도 마찬가지다. 지금 전국 교회의 주일학교는 텅텅 비어간다. 그렇지만 아직도 교회에선 "우리 젊을 땐 안 그랬는데…"라며 혀를 찬다. 대안 없이 흘러가는 형국. "청년들이 당회에 의견을 개진할 수 있는 통로가 필요"한 이유다.

믿음은 있으나 교회 출석은 하지 않는 이른바 '가나안 성도'들도 이 시기 교회가 해결해야 할 과제다. 저소득·저학력·저연령층이 대부분으로, 사회에서 소외받는 이들이 교회에서도 소외받으며 떠나는 구조가 문제. 이 목사는 "그동안 교회가 소외계층을 '섬겨' 왔다고 하지만 오히려 그들을 타자화(他者化)해 교회 안에서 겉돌게 한 것은 아닌지 반성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또, "이른바 '돌싱'(이혼자), 경단녀(경력 단절 여성)를 비롯해 다양한 형태로 변화하는 구성원들이 교회 내에서 상처를 받지 않는지, 아기 돌보느라 예배에 집중하지 못하는 젊은 부부를 얼마나 배려했는지 등도 섬세히 살펴봐야 한다"고 했다. "기본 복지는 나라에서 잘하고 있습니다. 교회는 틈새 복지, 사각지대의 복지를 챙겨야 해요. 진학, 취업, 결혼, 출산 등 생애 주기별로 진심을 다해 돕는다면 교인들이 왜 교회를 떠나겠습니까."

이 목사는 교회 개혁을 위해선 목회자들의 자기 변화가 앞서야 한다고 했다. "자기 교회의 부흥만 생각하는 것에서 벗어나야죠. 작은 노력들이 쌓이면 탈출구가 보이고, 한국 교회의 사회적 신인도(信認度)도 높아질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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