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느 해와 마찬가지로 금년에도 12월에 들어서니 괜히 분위기가 바빠지고, 썰물이 다 빠진 것처럼 정해진 시간이 다 된 끝자락 같은 기분이다. 11층 아파트 창밖으로 내다보는 어둑해진 산자락에 눈이 흩날린다.
컴퓨터를 열고 성탄절 편지를 주고받았던 흔적을 들여다보다 반가운 이름 하나, 특별한 변화가 없겠지만(여전히 미집행 사형수로 남았을) 안부가 궁금한 이름 하나가 눈에 띈다.

편지를 읽어 내려가면서 나는 울었습니다.
○○식씨에 대한 한 순간의 동정 때문이 아니었습니다.
종교인이요 목사로서
잘못된 종교, 잘못된 신앙생활이 어떠한 불행으로 돌아오는 것인가를 생각했고,
이 사람이 과연, 사람들 죽일 생각으로 휘발유를 부은 것은 아니었을 것인데.
이렇게 엄청난 인명 피해가 날 줄이야 본인도 몰랐을 것을.
아~ 어려운 세상, 불행한 사람들, 끔찍한 사건의 연속, 꼬리를 잇는 죄악 세상…….‘
인간의 나약함과 어리석음…….
그리고 인간 세상에서 아니 영원히 지울 수 없는 피해자 가족들의 고통.
피해자들 아픔, 슬픔, 분노,
그리고 보상할 수 없고, 회복할 수 없는 일로 인해 후회하고 애통하는 가해자의 눈물.
우리가 이러한 세상에 살고 있음을 생각하며 흐르는 탄식의 눈물이었습니다.

목사인 나는 사이비 종교나 이단이 얼마나 심각한가를 안다. 뿐만 아니라 맹목적이거나 비이성적인 광신적인 신앙생활도 심각하다. 영혼이 파괴되고 삶이 갈갈이 찢어지고 파멸되는 것이다.
그들의 삶이, 가정이 이렇게 깨어진 것 아닌가 생각했던 것이다. 
그와  신앙적인 이야기를 자연스럽게 주고받으면서도 얼굴을 보지 못했다. 교도소를 매달 한 번씩 들어 다녔다. 무연고 장기수 10여 명과 자매결연하여 만남을 갖고 있었지만 같은 담장 안에 살고 있는 이 분은 만날 수 없었다.
그에 대한 개인정보를 알고 싶었다. 그의 감형을 위해서 많은 분들이 노력했던 사실을 앍게 되었고, 나로서도 ‘그럴 수 있었겠다.’ 하는 생각을 가졌다. 어떻든 그의 돌발적인 방화로 천하보다 귀한 사람들 여럿이 사망했다. 무슨 변명을 하겠는가. 공직생활에서 맡은 일에 성실했던 말단 공무원이었는데. 말단 공무원을 지냈던 나로서도 매우 안타까웠다.

당신만 아니라
사람이면 누구나 그럴 수밖에 없는 죄성이 있음을 부인할 수 없습니다.
하나님이 없는 세상은 어두움입니다.
예수 그리스도의 구원의 은혜가 아니고는 죄성을 씻어버릴 수 없습니다.
거룩한 사람, 행복한 가정, 좋은 이웃과의 공동체……. 기대할 수 있을까요?
예수 그리스도를 모신 가정,
하나님을 두려워할 줄도 알고 경외할 줄도 아는 사람들.
그러면 ‘心靈 천국’이고 ‘家庭 천국’이고 사랑이 강물처럼 흐르는 세상으로 변해 가겠지요.

○○식은 특별한 사람입니다.
하나님께서 당신 앞 사람까지만 끊어 생명을 거두게 하시고 당신을 살려주셨습니다.
어떤 일의 ‘證人’으로 살아서 특별한 하나님의 뜻을 드러내시겠습니까?
말씀을 읽는 중에 영혼으로 듣기 바랍니다.
기도하다가 성령의 감동으로 확신되어지기를 바랍니다.
‘오늘’, ‘여기서’ ‘내 모습 이대로’ 주님의 음성을 들으십시오.

역시 기도할 뿐이다. 우리가 어찌 판단할 수 있겠는가. 하나님의 자비하심과 섭리하심 따라 은총을 베푸시기를 바랄 뿐이다. 할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상상하지 못했던 끔찍한 방화 현장과 사망자들. 무엇으로 보상할 수 있으면 위로하겠는가. 가해자는 무엇으로 죗값을 치르겠는가. 하나님과 본인과 관계일 뿐.

내 마음에
○○식 씨에 대한 생각이 머물러 있을 때 글을 쓰고 싶어서
토요일 오후, 이렇게 마음을 전합니다.
힘내세요. 당신은 특별한 사람입니다.
성령의 임재 가운데 하나님과의 교통이 있고,
감사의 찬양, 애통함과 소망의 찬양이 심령 깊은 곳에서 터져 나오길 기원합니다.

2008. 11. 22
광주동산교회 황영준 목사

사형수 가운데 이 사람부터 미집행자로 남아있는 이 특별한 영혼. 무슨 목적이 있으실까. 어떤 교훈을 남기시려는 것일까. 죽음의 그림자가 짓누르는 불안한 그를 통해.
주여! 거룩한 뜻을 이루소서.
비록 사형수라 할지라도 한 생명이 천하보다 귀한 줄 아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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