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록도에 갈 때면
누구를 만나서 무슨 이야기를 나눌 수 있을까 하는 생각으로 잠을 설치기도 한다. 날 반겨주실 모습이 떠올라 구름 위에 누워있는 것 같이, 꽃바람이라도 불어오는 것 같이 마음이 즐겁다. 만날 때면 우리 시대에 고생했던 이야기며 믿음으로 살아온 이야기며 하늘나라 소망으로 위로하고 소망을 채우기 때문이었다.

금년 12월에도 갑자기 소록도에 갈 일이 생겼다. 지난 10월에 떡을 해 가서 전 교인을 대접했으니 성탄절은 그대로 지내도 덜 섭섭할 것 같았는데 서울 광염교회 조현삼 목사님께서 전화가 걸려왔다. “목사님, 소록도 가실 거지요? 작년처럼 떡값을 보내겠습니다.” 하신다. 너무 고마운 일이다.

사실은 캐나다에서 매년 보내오던 소록도 선물비를 금년에 끊으면서 조금은 허전한 기분이었다. 10년 넘게 매년 돈을 보내주선 에드몬톤 한인침례교회는 부흥회 때 내가 소록도 교회를 소개한 일로 관계를 맺었던 것이다. 내가 돈을 주고받는 일에 익숙하지 않아서 조금은 불편한 일이 있었다. 나도 소록도 다니기가 힘들다며 유종의 미를 거두자 말씀드리고 아쉬운 마침표를 찍은 것이었다.

그런 때에 조 목사님의 전화를 받은 것이다. “작년에 했던 대로 이렇게 이렇게 쓰시면 되겠습니다.” 하는 말씀이었다. 몇 번이고 고맙다는 인사를 드렸다. 광염교회의 소록도교회에 대한 사랑과 관심은 특별한 것이었다. 성탄절이면 정성이 가득한 ‘성탄 선물 박스’를 탚차에 싣고 내려왔다. 소록도만 아니라 여수 애양원도 갔었다. 어느 해는 운송 도중에 차가 눈 길에 미끌려 사고를 겪기도 했다. 성탄절만 아니라 어느 해에는 전기 서비스 팀이 내려와서 몇 교회 전기 시설을 수리하기도 했다. 봉사자로 내려온 분들이 자기가 둘렀던 목도리를 할머니와 할아버지에게 둘러주는 것을 보고 큰 감동을 받기도 했다.

수년 전에는 조 목사님 팀이 하루 전에 내려와 녹동에서 숙박을 하고 다음 날 소록도에 함께 들어갔다. 그날 아침 함께 먹었던 녹동 매생이 덖음은 잊을 수 없는 추억이 되었다. 소록도에서는 신성교회 장인심 권사님 댁을 방문해서 교제를 나누고 소록도 이야기를 나눈 적이 있었다.

금년에도 심부름을 잘 해야 한다는 생각을 하며 12월 27일 봉고차에 떡을 싣고 떠났다. 소록도에 도착하니 수요예배(11시) 준비 중이어서 당회장 목사님과 책임 장로님을 만나서 떡과 빵을 인계했다.

지난번 요양원에서 뵈었던 김경순 집사는 떡도 못 잡수셨다. 노인에게 떡을 주어서는 안 된다는 주의였다. 이번에는 그분들 몫으로 부드러운 빵을 준비했다. 날마다 병원 밥을 잡수시는 분들에게 괜찮을 것 같았다.

소록도을 다녀와서 광염교회에 보고서를 올렸다.

광주동산교회 원로목사 황영준 입니다.
바다 가운데 외로운 사막 같은 소록도 한센인들을 사랑하사
여러 해 동안 성탄 선물을 보내주신 광염교회의 섬김에 깊은 감사를 드립니다.
수 년 동안 선물을 싣고 서울에서 소록도까지 달려오시는 고생을 하셨습니다.
몇 차례 교통사고도 있었고
근래 몇 년은 제가 심부름을 하고 있습니다.
처음 몇 년은 고액의 선물셋트를 일부 교인들에게만 전했던 것과는 달리
중간에 소록도 한센인 전원(5개 교회 교인, 타 종교인, 불신자, 직원)을 대상으로
간단한 선물이라도 함께 하고 싶어서 떡으로 선물을 바꾸었습니다.
제가 은퇴(2009년)한 후로도 개인적으로 방문하여
정오기도팀(중앙교회와 신성교회)을 인도하면서
말씀으로 위로하고 소망을 굳게 합니다.
한국교회의 100년 전통인 정오기도회를 잘 이어가며 기도성지가 되자고 권면하고 있습니다.
금년은 방문 횟수가 예전 같지 못했습니다(2016년 6회)
성탄 선물비(200만 원)를 보내주셔서 제 성의껏 전달하였음을 보고합니다.
제게도 큰 위로였고 행복한 심부름이었습니다.

방문일자: 2017년 12월 27일
선물 내용: 떡 450개(소록도 사람들이 좋아하는 떡), 빵 140개(입원 중인 고령 노인들). 기타 선물비 포함

날짜를 잡아놓고 일기예보를 살폈다.
눈이 오면 갈 수 없기 때문이다. 다행히 날씨가 풀리고 햇볕 쨍쨍
아내와 함께 다녀오는 길에 수 년 전에 들렸던 갈비탕 집에 들렀다.
기분이 좋으니 음식 맛도 좋을 수밖에.
주인 손을 잡아드리며 “여전히 맛있습니다” 인사하고.
행복한 하루를 마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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