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한국교회, 파국을 눈앞에 둔 느낌입니다.

목사가 된 후에는 늘 부끄러움을 갖고 한 해를 마감해 온 것 같습니다. 그렇게 살아가는 게 습관이 되었습니다. 2017년은 기대도 많았습니다. 종교개혁 500주년을 맞이하며 한국기독교목회자협의회(한목협)도 2016년부터 열심히 준비하며 기다렸습니다. 수차례의 세미나를 열고 한국교회가 나아가야 할 방향을 수렴하느라 애를 썼습니다. 개신교회 모두가 하나 되는 연합과 일치의 꿈을 이루어보기를 힘썼지만 별무소용이었습니다. 복음의 본질, 교회의 본래적 모습을 찾아야 한다는 데 공감은 했지만 그 방법은 여전히 막연했습니다.

한목협은 고(故) 옥한흠 목사님이 대표회장을 맡고 있던 2001년부터 2005년까지 공교회 중심의 연합을 강조하며 하나의 연합기구를 만드는 일에 엄청난 열정과 재정을 쏟았지만 번번이 좌절되었습니다. 교회 연합기구에도 철밥통들이 자리 잡고 있었습니다. 2013년부터 다시 시작한 공교회 중심의 연합작업은 금년 1월 드디어 다시 ‘한국교회총연합’으로 출범했고, 8월에 ‘한국기독교연합(한기연)’으로 창립총회를 하였습니다. 그러나 12월 5일 열린 ‘한국교회총연합(한교총)’ 제1회 총회는 만들었던 한기연 이름도 빼앗긴 채 시작했습니다.

결국 한국교회는 한교총 한기총 한기연 교회협(NCCK) 등 4개의 연합기구를 갖게 되고 말았습니다. 물론 한교총에 30개 교단이 참여했으니 시간이 지나면 무게추가 쏠리지 않겠느냐는 희망을 가집니다. 현재의 상황은 정말 어색하고 부끄럽기 짝이 없습니다.

그 뿐 아닙니다. 한국교회 연합운동의 중심축을 이루는 예장합동과 통합 교단이 2017년을 보내면서 끝까지 부정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어 우리를 참담하게 합니다.

명성교회의 교회세습은 아들이 아버지의 뒤를 이어간다는 게 문제의 본질이 아닙니다. 훨씬 중요한 문제는 사회나 교회가 한 교회의 후임자 문제를 ‘세습’으로 판단했다는 사실 자체입니다. 세습이라는 말에는 권력과 금력이 대물림한다는 의미가 담겨있습니다. 교회가 어떻게 권력과 금력을 가진 집단으로 인식될 수 있는지 기막힌 현실입니다. 교회의 사역자는 주님을 따라 오직 섬김의 사람으로 인식되어야 합니다. 어쩌다가 한국교회 목회자가 군림의 자리에 앉은 사람으로 보이게 되었는지를 통탄해야 합니다.

합동 교단은 목사를 기르는 가장 중요한 기관인 총신대학교에 동시에 2명의 총장이 있는 어처구니없는 모습을 보이고 있고 해결될 기미도 보이지 않습니다. 두 대형교단의 이런 모습이 2017년 끝에서 본 한국교회 전체 상황 아닌가 합니다. 다른 교단들 역시 이와 다른 모습이 아닙니다. 한마디로 참담할 뿐입니다. 종교개혁 500주년의 끝이 어떻게 이럴 수 있는지, 할 말이 없습니다.

그래도 여전히 교회가 유일한 소망입니다

이 상태로 맞아야 하는 2018년, 무슨 생각을 할 수 있고 어떻게 해야 할지 정말 모르겠습니다. 다만 한 가지, 2019년 3.1운동 100주년의 해라는 사실을 생각합니다. 100년 전 전체 인구의 1%를 약간 넘는 신자를 가졌던 한국교회는 한국 역사의 중심에 서 있었다는 사실을 직시했습니다. 그때처럼 두렵고 떨리는 마음으로 우리 자신을 하나님 앞에, 사회와 역사 앞에 다시 곧추 세워보는 용기를 가졌으면 합니다. 성령님이 함께 하시면 그 일은 가능하지 않을까 합니다.

100년 전 한국교회를 움직이셨던 그 하나님께서 혼란하기 짝이 없는 오늘의 한국사회와 교회를 긍휼히 여기시고 움직이려 하신다면, 교회는 여전히 사회의 희망이 될 것입니다. 합동교단이 앞장서서 불같이 간절히 기도하여 주님의 마음을 움직이는 역사를 만들어 내기를 소망합니다.

SNS 기사보내기
기사제보
저작권자 © 교갱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