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교개혁 500주년이 되는 뜻 깊은 주간이다. 종교개혁은 교회의 심각한 변질에 대한 변화를 시도한 것이었다. 로버트 하퍼 목사는 이런 말을 했다. “변화를 거부하는 순간이 죽음이 시작되는 순간이다.”(The moment you refuse to change is the moment you begin to die.) 변화해야 할 때 변화하지 않으면 변질되고 죽음이 시작된다. 최근 수년간 우리는 종교개혁 500주년을 맞아 종교개혁에 대한 신학적 의미를 충실히 연구하고 발표해 왔다. 그런데 이제는 연구와 발표를 넘어 변화를 시도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죽음이 시작될 수도 있다. 그렇다면 교회의 지도자들이 시도해야 할 변화는 무엇인가.

첫째, 성경을 더 읽고 연구하고 순종해야 한다. 중세교회의 타락은 성경을 읽지도, 연구하지도, 선포하지도 않고 미신적인 것을 따라간 데 있다. 그 시대의 예배는 말씀 선포가 심각하게 약화되고 오히려 미신적인 마리아 숭배, 성인 숭배, 성인의 유물 숭배가 말씀 선포의 위치를 차지했다. 그렇다면 이 시대 교회 지도자들은 어떠한가. 정말 성경을 사랑하고, 성경을 읽고 깊이 연구하고, 순종하는 삶을 살고 있는가? 아니면 그 자리를 다른 것이 대치하고 있지는 않은가? 우리는 다시 성경을 읽고 연구하고, 순종하고 가르치는 일에 착념해야 할 것이다.

둘째, 개혁신학을 더 깊이 연구해야 한다. 종교개혁자들의 모토 중에 ‘본질로 돌아가자!(Ad Fontes)’에서 폰테스는 근원이란 뜻이다. 우리 기독교 신앙의 근원은 성경과 교부들의 신학이다. 교부들은 열두 사도 이후 기독교 지도자로 교회를 세운 사람들, 그래서 교회의 아버지(敎父, Church Father)라고 부른다. 초기 교부는 예수님의 영향을 받은 열두 제자의 직속 제자들이기에 예수님의 가르침(사도적 신학)을 바로 이해한 사람들이다. 칼빈도 제네바에서 축출되었을 때 스트라스부르그에서 교부 신학을 연구하여 그의 신학이 더욱 깊어졌다. 교부 신학으로 무장한 칼빈은 중세 스콜라 신학의 문제점을 분명하게 파악하고 본격적인 종교개혁을 이룩했다. 우리는 성경과 교부들의 신학을 계승한 개혁신학 연구에 더 매진해야 한다. 실제적인 적용으로 웨스트민스터 신앙고백을 연구하여 성도들을 가르치는 것이다. 개혁신학자인 스프로울 교수는 웨스트민스터 신앙고백이야말로 칼빈의 기독교 강요를 근거로 작성된 가장 개혁신학적 신앙고백이라고 했다. 아울러 칼빈기념사업위원회에서 발간한 일련의 ‘참된 장로교인 시리즈’(<참된 장로교인>, <쉽게 풀어쓴 참된 장로교인>, <만화로 보는 참된 장로교인>)를 함께 읽으면서 개혁신학에 입각한 개혁신앙을 성도들에게 정립해주어야 한다.

셋째, 세상 속에 하나님의 통치가 임하는 일에 적극적으로 교회 지도자들이 나서야 한다. 성경적 신앙은 세상 속에 하나님의 뜻을 성취하는 것이다. 칼빈주의 3대 신학자 중에 하나인 아브라함 카이퍼는 “우리 인간의 모든 실존 영역을 통치하시는 그리스도께서 내 것이야 라고 외치지 않는 곳은 단 1평방 인치도 없다”(There is not a square inch in the whole domain of our human existence over which Christ, who is Sovereign over all, does not cry, Mine!)고 했다. 모든 삶의 영역에 하나님의 뜻이 이뤄지도록 적극 행동해야 한다. 그 실례로 동성애와 동성혼 합법화를 막는 일, 이슬람 세력의 침투를 막는 일, 그 밖에도 세상의 변혁을 위해 적극 나서서 하나님의 뜻을 이뤄야 한다. 요즘 인터넷 상에서 가장 관심을 모으는 것은 울산대 법학과 이정훈 교수의 “나는 어떻게 기독교를 핍박하던 불자에서 그리스도인이 되었는가?” 간증과 강의이다. 그는 17년 전 필자가 육군 모 사단의 군종참모(소령)였을 때 예하 연대 군종법사(중위)로 부임했다. 매우 뛰어난 군종법사(불교)였다. 그는 군에서 전역한 후 기독교를 진멸하겠다는 목표로 활동했다. 어느 날 기독교를 공격할 빌미를 잡기 위해 기독교 관련 방송을 보다가 하나님을 조롱하는 순간 혀가 굳어지고 앞으로 엎드러지게 되면서 그동안 읽었던 <기독교강요>와 조직신학의 내용인 ‘전적 부패’가 떠올라 성령의 감동 가운데 회심하게 되었다. 성령의 강권적인 역사와 그가 읽은 신학서적들 속에 담긴 하나님의 말씀이 융합되어 그는 회심케 됐다. 그는 교회의 지도자들이 너무나도 자신과 자신의 교회만 생각하기 때문에 반기독교의 공격 앞에 무기력하게 무너지고 있다고 지적한다. 우리의 모든 영역에서 하나님의 뜻이 나타나고, 지켜지고, 실현되도록 우리는 더 충분히 연합하고 적극적으로 행동해야 한다.

넷째, 목숨을 걸고 주님을 따라가야 할 것이다. 칼빈은 스트라스부르그에서 지내다가 다시 제네바의 부름을 받고 가게 될 때, 그의 멘토인 파렐에게 쓴 편지의 한 대목에 그의 다짐을 이렇게 남겼다. “나의 심장을 주님 당신께 드립니다, 신속하게 그리고 신실하게.”(cor meum tibi offero Domine prompte et sincere.) 이것이 우리의 SCE 뱃지에 그림으로 새겨져 있다. 우리 자녀들에게 개혁신앙을 전수하려는 의도에서 만들었을 것이다. 이제는 개혁신학의 계승자인 우리 총회 목사와 장로들은 이런 각오로 교회와 총회를 섬겨 교회를 새롭게 하길 바란다. 모든 비성경적인 요소를 교회와 총회, 총신에서 제거하길 바란다. 변화를 거부하면 죽음이 시작되기 때문이다. 개혁을 거부하면 변질이 시작되기 때문이다. 이것이 종교개혁 500주년을 맞는 우리가 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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