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25 순교자 박병근 전도사 이야기(5)

어느 부모가 자식에게 고달픈 삶을, 비천한 가문을 물려주고 싶겠는가.
비록 고생을 하더라도 자식에게는 더 나은 삶을 살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부모 심정 아닌가. 그러나 십자가의 길을 가는 목회자는 세상 것을 자녀들에게 물려주기 어렵다. 그런데도 믿음의 자녀들은 부모의 헌신과 십자가 삶을 자랑스러워한다. 그리고 그 길을 따라나서는 역설적인 삶을 살기도 한다.

박환규 목사님은 50년, 반 백 년을 목회자로 헌신하고 은퇴했다.
전라도에 처음 들어온 선교사들을 도와 남도 땅 여러 지방을 순회하며 성경을 배포하고 복음을 전하던 조부(박문택), 평생 전도사 신분으로 전남지방만 아니라 제주도까지 오가며 교회를 섬기다 6‧25 때 순교한 부친(박병근 전도사)을 이어 3대째 목회자였다. 그 가문은 광주․전남지역 교회 역사의 큰 산맥(영맥)인 것이다.

박환규는 18세 때부터 교회 강단에서 공예배 설교를 했다.
신사참배를 거부한 목사들이 감옥에 갇힐 때는 어쩔 수 없이 교인들이 강단을 지켜야 했다. 그러니 교인들에게 떠밀려 강단에 섰었다. 무척 떨리는 마음으로 예배를 인도했다. 그런데도 은혜가 넘치는 것은 환란과 핍박의 시대에 목자 잃은 양들이 부르짖는 눈물 기도에 주님이 은혜를 부어주셨기 때문이다.

그는 목회자의 길로 들어섰다. 광주고등성경학교를 졸업하고 관산교회(장흥군) 전도사로 첫 목회를 시작한 때가 24세였다. 총회신학교(남산장로교신학교)에 진학했다. 피란 시절에는 학교를 따라 부산과 대구로 옮겨 다니며 공부했다. 목사 안수를 받고는 원진교회(해남), 창평교회(담양), 구례중앙교회, 대안교회(나주), 봉황교회(나주)를 섬겼다. 가난하고 배고팠던 시절에 농촌교회 목회자로 살았다.

봉황교회를 섬길 때는 교단 분열로 부득이 교회를 나왔다. 대한예수교장로회총회에 소속된 목사로서 새로운 총회를 조직하는 측에서 떠나 지금껏 몸담았던 총회를 지켰던 것이다(1979년. 69세).

맨손으로 교회를 나와 광주의 신개발지역이었던 운암동에 은석교회 간판을 달고 교회를 개척했다(1979년). 주공아파트 지역에 자리를 잡은 것이다. 교인도 거의 없는 형편에 힘겹게 예배당을 건축했다. “가족이 살던 집을 팔았다. 자녀들 가운데 누구 하나 원망하지 않았다. 지금도 아이들에게 고마움을 느낀다. 그때는 교인 수가 적었고, 땅을 구입할 돈이 없어서 가족이 살던 집을 팔아 예배당 부지를 구했다. 가족 몇은 셋집에서 살고 나는 예배당 작은방에서 지냈다. 그때 고생을 지금 교인들은 모른다….” 그의 회고이다.

마음을 다하고 힘을 다해 교회를 섬기던 그는 1995년 2월, 밤 예배를 마치고 고혈압으로 쓰러졌다. 밤새워 수술을 하고 3개월이나 치료를 받았지만 오른쪽 수족이 마비되었다. 언어도 어눌했다. 오직 예수 십자가를 바라보며 달려왔던 목회자의 삶을 접어야 했다.

개척 시절의 어려움, 여기까지 달려온 십자가의 길, 목회자의 수고와 눈물 그리고 가족의 희생과 헌신을 교인들이 어찌 알랴. 그렇지만 주님이 아시고, 주님이 위로였으며, 주님이 소망이 아니었던가.

박은기 목사(광주아름다운교회. 박환규 목사 아들)는 교회 개척예배를 드리면서 인사말에 “믿음의 대를 이어간다는 것은 축복입니다. 순교하신 할아버님과 일관성 있게 한 길을 달려오신 아버님을 존경해 왔습니다. 농촌 목회와 개척 목회를 하면서도 한 길을 걸어오신 아버님입니다. 아버님이 저희 형제들 앞에 내놓으셨던 총알구멍이 난 옷(할아버지가 순교할 때 입었던 옷)을 떠올립니다. 조상들의 일사각오 신앙 그리고 교회를 위해 죽도록 충성하는 목회자의 모습이 저의 자존감이 됩니다. 그런 자세로 사역하겠습니다. 자녀들에게도 그런 믿음의 유산을 남겨주는 목사가 되겠습니다.” 참으로 가슴 울리는 말이었다. 증조할아버지를 이어 4대 목회자로 예수 그리스도와 그의 교회를 위하여 십자가의 길을 가겠다는 그의 결단이었다.

‘내 마음에 주를 향한 사랑이 나의 말엔 주가 주신 진리로-
하나님의 사랑이 영원히 함께 하리 십자가의 길을 걷는 자에게 순교자의 삶을 사는 자에게 조롱하는 소리와 세상 유혹 속에도 주의 순결한 신부가 되리라 내 생명 주님께 드리리’

십자가의 길, 순교자의 삶을 살았고 또 살아가는 기문.
진정 하나님의 사람들이다. 할렐루야!

(박환규 목사님께서 생전에 저자에게 글 자료를 주시고 또 좋은 말씀을 많이 들려주셨다. 지금은 사모님(문례순)도 몸이 많이 불편하신 형편이다. 좋은 역사 자료를 남겨주신 목사님께 감사할 뿐이다. 6 25 순교자 박병근 전도사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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