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25 순교자 박병근 전도사 이야기(3)

초등학생으로 바닷가 마을 초가지붕 예배당(녹동제일교회)에 다니던 때는
6·25 전쟁이 휴전으로 잠잠해진 시기였다. 어린이 예배시간이면 청년 교사가 ‘총칼 위협 앞에서도 나는 예수 믿는다고 말해야 한다. 죽더라도 믿음을 지켜야 천국 간다.’고 설교했다. 그때 교회들이 순교 믿음을 강조했던 것이다.

박병근 전도사가(함평 나산교회) 6·25 때 공산군에 붙잡혀
함평내무서 유치장 갇혔다. 이웃 교회 목사와 장로 그리고 집사들도 끌려왔고 지방 유지들도 있었다. 박 전도사는 일제 때도 신사참배를 거부해서 감옥생활을 했다. 8.15 해방 후, 좌우익 갈등으로 혼란스러울 때도 청년들에게 무신론 공산주의를 비판하는 교육에 앞장섰다. 그러니 좌익들에게나 공산군에게는 공산주의 혁명의 반동으로 지목되었을 것이다.

1950년. 여름이 지나면서 공산군의 전세가 불리해지고
9·28 수복으로 좌익 폭도들과 공산군은 다급하게 후퇴를 서둘렀다. 주민들을 살상한 폭도들은 마지막으로 유치장에 가두었던 분들을 끌어내어 총살했다. 박병근 전도사도 여러 사람과 함께 묶여 향교 뒷산으로 끌려갔다. 모두 공산당의 총탄에 무참하게 죽었다. 국군과 경찰이 들어오면서 지옥 같았던 공포에 걷히고 가족 잃은 사람들의 슬픔과 원한과 통곡이 하늘을 찔렀다.

아들 박환규가 기억하는 부친 박 전도사의 죽은 모습이다.
‘두 손이 앞으로 묶였고, 죽으면서도 기도했던 모습이었다. 등에 총을 맞아 그 총탄이 몸을 관통한 처참한 모습이었다.’ 숨을 거두는 순간에 무슨 기도를 드렸을까. 일제의 압제와 조국 광복, 6·25 전쟁과 민족상잔 그리고 교회의 수난을 겪으면서 이 예수님처럼 ‘아버지여 저희를 사하여 주옵소서 자기의 하는 것을 알지 못함이니다.’ 하셨을까? 스데반처럼 ‘주 예수여 내 영혼을 받으시옵소서... 주여 이 죄를 저들에게 돌리지 마옵소서.’ 하였을까?

그의 부친 박문택은 광주 선교 초기 교인이었다.
부친을 따라 믿음의 대를 잇더니 이렇게 순교의 열매가 되었다. 9월 30일, 추석 때지만 끔찍한 살육으로 모두 통곡과 슬픔에 빠졌다.

한편,
그때 함평내무서에서 기적적으로 살아난 한 분이 박요한 목사(함평 궁산교회)이다. 그의 간증이다. 감옥에서 끌려 나간 사람들이 돌아오지 않자 다 피살된 것으로 알았다. ‘이제 내 차례가 되었구나’ 생각하며 죽음을 기도로 준비했다. 함께 갇힌 장로에게 “찬송하고 기도한 후에 전도하고 죽읍시다.” 이렇게 다짐했다. 죽는 순간에도 전도하자고 다짐했던 것이다.

그런데 웬일인가. 마지막으로 철수하던 공산당이 유치장 문을 열어주면서 “당신들, 하나님이 살려준 줄 아시오.” 하고 풀어주었다. 순교 역사의 증인으로 남겨주셨을까. 그는 훗날 장로교회 총회장이 되었다.(대한예수교장로회 제58회 총회장)

박 전도사의 피에 젖은 옷은 아내가 손수 지어 감옥에 넣어주었던 그 옷이었다.
난리 통에 목관을 구할 수 없어서 대나무 발에 시신을 싸서 장례를 치렀다. 주님의 교회를 위해 피란도 마다했던 그 시대의 목회자의 무거운 십자가를 순교로 감당한 것이다. 하나님은 천사들을 보내 그를 영접하고 ‘착하고 충성된 종, 내 생명을 조금도 귀한 것으로 여기지 않은 순교 제물이었다’ 위로하고 칭찬하셨을 것 같다.

아들 박환규(목사)는 부친이 입고 있었던 그 옷,
총구멍이 뻥 뚫리고 핏빛 바랜 유품을 간직하고 있다. 선교사와 목사가 된 세 아들과 함께 믿음의 가문, 전도자의 가문 그리고 헌신을 다짐한단다. 박환규 목사의 글이다. “나, 부친 뒤를 잇기 위하여 이곳에 왔으니..., 우리 식구들 천국 가면 기쁜 얼굴로 대할 것이니 슬픔을 기쁨으로 바꾸어 주시는 주님의 위로가 영원히 떠나지 않을 줄 압니다. 내 할 일 다 하고 주님 뜻 준행하다가 부친 가신 그 길을 가길 원합니다. 부친의 최후 교훈입니다.”

그 소망이 대단한 감동이다.

광주 선교 초기 교인이었던 박문택은 매서인,
아들 박병근 전도사는 순교의 열매,
3대째는 두 분 목사(박환규, 박남규) 그리고
4대째는 셋이 선교사와 목사로 ‘복음 전파자’의 길 ‘십자가 길’을 걷고 있다. 할렐루야!

SNS 기사보내기
기사제보
저작권자 © 교갱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