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교회에 대한 개혁의 요구가 내외적으로 더욱 거세지고 있다. 이러한 점증되는 요구는 교회가 교회의 역할을 제대로 감당하지 못하고 있음을 반영할 뿐 아니라 한국교회가 절망적인 상태로 치닫고 있음을 반증한다.

개혁을 논하자면 어느 시대 어느 장소에서도 언급되지 않은 곳이 없었다. 물론 그러한 개혁의 발단은 언제나 시대변화와 정치지향적인 인간의 죄성에 기인한다. 그럼에도 의구심을 갖게 되는 것은 과연 교회가 잡고자 하는 개혁의 실체가 신앙의 본질과 관련되어 있는가 하는 것과 나아가 과연 한국교회가 현재의 개혁의 지표로 삼고 있는 것이 무엇인가 하는 것이다. 교회의 문제를 지적하는 사람들이 주장하는 개혁은 정교유착문제, 목사의 권위의식, 헌금 강조 및 강요, 직분강조, 교회 세금문제, 교회세습 등 제도와 관계되는 것이 대부분이다.

여기서 우리가 질문해 보아야 하는 것은 과연 교회가 그것들을 일소하고 실천하면 진심으로 교회다워질 수 있는가 하는 것이다. 우리가 망각하고 있는 것은 예수 그리스도의 피로 세워진 그리스도의 몸된 교회가 바람직한 제도를 바탕으로 하여 세워진 종교단체가 아니라는 사실이다. 개혁의 본질은 바람직한 제도에 있는 것이 아니라 예수 그리스도의 죽으심과 부활의 능력에 있다. 예수 그리스도의 죽으심과 부활이 생생히 살아 있는 것이 곧 예수 그리스도의 피로 세워진 교회이다. 이러한 말씀의 본질은 무시하고 개혁을 논한다는 자체가 교회를 교회되지 못하게 하며, 개혁을 불가능하게 하는 원인이라 할 수 있다.

더 큰 문제는 지금 개별자로서 교인이 아니고 조직으로서 교회가 문제라는 의식이다. 이러한 태도는 개혁을 언급하는 자신에게서 교회를 인정하지 못하는 무지를 드러낸다.

그리고 지금의 교회와 새로워진 교회를 둘로 분리해 버리려는 태도이다. 마치 개혁을 내세우면서 검증 불가능한 서구의 시스템을 들여와 한국교회에 접목해서 개혁해 보겠다는 경향들이다. 사실 한국교회의 전반적 개혁의 형태들은 말씀으로 돌아가자는 기치로 시작해서 성경공부와 훈련을 프로그램화한 것을 교회시스템으로 고착시킨 것이 아닌가? 그럼에도 개혁을 되풀이 요구하는 이유는 어디에 있을까?

그것은 개혁의 본의가 성경의 본의를 무시하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성경은 모든 인간은 악하다고 선언하고 있음을 잊지 말자. 교회가 시대철학의 하수인 노릇을 담당하듯 성경공부와 제자훈련을 통해 악은 사라지고 선을 행할 수 있다고 하는 잘못된 이해가 교회를 교회되지 못하게 하고 있음을 잊지 말아야 한다.

인간과 조직의 갱신을 목적으로 하는 일련의 발상들은 그 자체가 악일 수밖에 없다. 인간이 아무리 제도를 이상적이고 바람직한 것으로 뜯어 고쳐 바람직한 교회상을 드러낸다고 해도 중심에는 결국 악한 인간이 함께 하고 있을 따름이다. 제도를 고치고 몇 가지 바람직한 규례를 세워서 실천한다고 해도 인간으로 인한 문제는 영원히 사라지지 않기 때문이다.

따라서 ‘교회가 무엇인가’에 대한 정의부터가 바르게 정립되어야 한다. 교회란 오직 말씀으로만 가능하다. 말씀의 본질을 깨닫고 말씀의 세계에 들어가게 되면 그것이 곧 교회됨이다. 교회의 본질을 제대로 파악하고 알아갈 때에 비로소 지금까지 교회의 잘못된 행위에 대한 분별력을 갖게 되는 것이고 비로소 죄인으로서의 성도의 자세가 무엇인지 깨닫게 되는 것이다. 이것이 교회의 교회됨이다.

진심으로 교회에 있어야 하는 개혁의 본질은 나 중심, 인간 중심의 교회에서 하나님 중심, 말씀 중심이 되는 것이다. 하나님의 말씀은 우리를 정의로운 사람 되게 하는 것이 아니라 하나님 중심의 사람이 되게 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교회가 말씀 중심이 된다는 것은 말씀 앞에 서서 말씀의 요구에 미치지 못하고 아예 벗어나 있는 자신을 보게 되는 것을 의미한다. 그 어떤 인간도 말씀의 요구에 완벽하게 일치된 자로 존재할 수 없기 때문에 누구든 말씀을 접하게 되면 가장 먼저 자기 죄에 대해 애통하고 상한 심령이 될 수밖에 없다.

그런데 자기 죄에 대해 애통하고 상한 심령이 되지 않고 교회를 바로 세우겠다는 정의감을 가지고 움직이는 것은 불의와 비리가 사라진 소위 깨끗한 교회를 세우는 것 뿐이다. 즉 교회를 죄인이 나아오는 길이 아니라 의인된 자들만을 위한 교회 종교단체로 전락하게 되는 것이다. 교회의 교회됨이 하나님이 원하시는 사람됨에 있음을 잊고 있는 것이다.

그러므로 교회의 가르침은 교회를 어떻게 만들려고 하는 것보다 함께 모이는 성도들에게 말씀의 세계를 제대로 접하게 하는 데 진력을 다해야 한다. 이것이 우리가 추구해야 나가야 할 교회됨이며 개혁의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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