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3/08/20) 교갱협 제8차 영성수련회 주제특강

Ⅰ. 영성이란

영성이란 모든 인간에게 내재하는 영혼의 핵으로 하나님과의 만남을 가능케 하는 신적인 능력이며 하나님의 영이 임하는 자리다. 인간의 영성은 정체되어 있는 상태가 아니라 변화하고 성장해 가는 동적인 능력이다. 이런 인간의 영성은 특정 종교에 국한되지 않고 어느 누구에게나 내재하고 있는 생명의 핵이며 생명의 씨앗이다. 신학자 오먼(Jordan Aumann)은 영성을 인간의 행위를 유발시키는 정신으로서 구체화된 종교적 가치를 총칭한다 고 정의한다. 그는 “기독교 영성을 신앙과 자비 그리고 다른 기독교 덕목들에 의해 일어나는 내적인 은혜생활을 통하여 그리스도의 신비에 참여하는 것이다.”라고 말한다. 이런 의미에서 참된 영성은 예수 그리스도를 중심으로 한 그리고 예수 그리스도를 통해 삼위일체 하나님께 이르는 영광이다.

이런 영성은 인간 존재의 일부분에 관계된 정신 현상이 아니라 인간의 전인적 생명과 관계를 갖고 있다. 영성이 건강하면 그의 전 존재가 강화되는 힘을 얻고 영성이 병들면 그의 전 존재가 흔들리게 된다. 고로 인간의 영성은 지성, 감성, 덕성이 더해지는 네 가지 기능이 아니라, 지성과 감성과 덕성의 기반이 되며, 지성, 감성, 덕성의 기능이 통전되고, 초월되면서 일어나는 생명 현상이다.

 

II. 영성 건강의 요소

우리는 종교에 관심을 가지든 안 가지든 하나님의 피조물이다. 우리는 궁극적으로 우리 자신과 우리가 살고 있는 세계에 대해 어떤 의미를 발견해야 하고 소망과 신념을 가질 때 생동감을 느낄 수 있는 피 창조물이다. 이런 면에서 인간은 의미와 소망과 신념을 표현하는 방법으로 여러 가지 형태의 종교의식을 만들어 왔고, 그 의식 속에서 하나님을 만나왔다. 인간은 하나님의 형상을 지닌 피조물이기에 천부적으로 자신을 초월하는 하나님과의 연합을 추구하는 존재이다. 우리의 영적 능력과 가능성을 계발해서 하나님께 더 가까이 접근할 수 있을 때, 우리의 삶은 그만큼 더 풍성해지고 건강해질 수 있다.

인간을 고통스럽게 만드는 것은 소외감인데, 인간 소외의 중요한 요인은 자신의 영적 자아로부터 멀어졌다는 것이요, 더 깊이는 하나님과 거리가 멀어졌다는 것이다. 영적 자아는 인간이 지니고 있는 창조적 초월적 영역이다.

나는 이런 영적 자아를 인간의 영혼이라 부른다. 영적 자아, 바로 인간의 영은 인간의 중심 기둥이자 핵심이다. 인간의 핵심이자 기둥인 영이 힘을 상실하면 인간 전체가 힘을 잃는다.

이런 측면에서 영적 건강은 전인 건강의 열쇠가 된다. 영적 건강은 하나님을 만날 수 있는 영역에 불을 지피고, 자신감을 살아나게 하며, 다른 사람을 사랑할 수 있도록 하고, 어려움을 극복할 수 있는 신비한 힘을 일으킨다.

나는 여기에서 인간의 영성 건강 필수 요소를 네 가지로 이야기하고 싶다.

첫째, 영성 건강의 필수 요소는 신비의 영양소를 섭취하는 것이다. 신비의 영양소는 하나님의 임재를 체험할 수 있는 곳에서 얻어지는 경이감, 놀라움, 감격 등이다. 위에서 말한 데로 인간은 하나님의 모습을 지닌 존재이기에 하나님 임재의 느낌을 받는 곳이면 어디서나 생동감을 느끼고 변화를 일으킨다. 사울이 다메섹에서 겪은 체험은 신비의 영양소를 공급하는 대표적인 경우다. 이런 신비의 사건은 예배 가운데서도, 말씀을 읽거나, 찬송과 기도 중에서도 쉽게 경험할 수 있다. 기독교 역사는 헤아릴 수 없는 많은 신앙인들이 겪은 신비한 경험으로 엮어진 기록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하나님의 임재를 느끼는 이런 신비는 인간에게 몇 가지 중요한 영향을 준다. 먼저 영적 성장속도를 가속화시키고, 분열된 자아를 통합시키며, 인생의 방향을 바꾸어 주고 마지막으로 인간이 누릴 수 있는 참 자유를 체험케 한다.

여기에서 분열된 자아의 통일은 정신일도의 현상을 의미한다. 인간이 하나님으로부터 받은 놀라운 능력을 마음껏 발휘하기 위해서는 하나님을 만나는 신비의 체험을 통해서 가능하다. 또 다른 의미로 신비의 체험은 인간을 하나님으로부터 지음 받은 본래의 모습으로 돌아가게 한다. 심리학자 마슬로(Maslow)는 “인류 역사를 움직여 온 위대한 인물들의 공통점은 신비의 경험을 자주 하는 것이다.” 라고 말한다. 마슬로는 이런 신비감을 절정의 경험 또는 경이감이라 하는데, 우리들은 이것을 거듭남의 체험, 성령의 임재, 또는 뜨거운 경험 등으로 표현하고 있다.

두 번째 영성 건강의 필수 요소는 다른 사람들과의 만남에서 오는 사랑의 영양소 섭취다. 인간은 하나님의 형상을 지닌 창조물로 서로의 만남을 통해 하나님의 사랑을 주고받을 수 있다. 인간의 영이 꽃피고 열매를 맺기 위해서는 하나님의 사랑을 지속적으로 받아야 한다. 이런 하나님의 사랑은 다른 사람들과의 진지한 만남을 통해서도 체험할 수 있다. “하나님은 사랑이라. 우리가 서로 사랑하면 하나님을 안다(요한일서 4:7).” 이웃과의 관계가 좋으면 영성도 건강하고, 다른 사람들과의 관계가 흔들릴 때 우리의 영성도 함께 흔들린다. 한 마디로 우리의 영성은 이웃들과의 만남에서 느껴지는 사랑과 분리해서 생각할 수 없다.

세 번째 영성 건강의 중요한 요소는 자연과의 만남에서 오는 자양분이다. 자연 세계는 하나님의 솜씨가 가장 신비하고 가장 정교하게 스며들어 있다. 자연세계는 모두가 하나님의 사랑을 보여주는 전시장이다. 들에 핀 백합화, 공중에 나는 새, 일년 삼백 육십 오일 파도치는 바위에 뿌리를 내리고 자라는 해초의 신비한 능력, 동녘에서 떠오르는 해, 서쪽으로 넘어가는 해와 저녁 노을 등은 하나님이 어떤 분이라는 것을 설명해 주는 교과서다. 자연은 하나님을 배우고 느끼는 영성 건강의 현장이다. 그래서 인간은 자연을 떠나서 영적으로 건강하게 살기가 힘들다고 할 수 있다.

네 번째 영성건강의 중요한 요소는 어린 아이의 회복이다. 예수님은 천국에서 가장 우대 받는 사람이 누구인가 라는 제자의 질문에 어린 아이 하나를 품에 안고 이런 아이 같이 되지 않으면 천국에 들어 갈 수 없다고 하셨다.

이 말씀은 티 없는 인간 본래의 모습으로 돌아가야 한다는 것을 강조한 것이요, 인간 본래의 모습을 가장 건전하게 지니고 있는 사람은 바로 어린 아이라는 것이다.

현대 심리학자 에릭 번(Eric Bern)은 성격적으로 병들어 있고, 자신의 능력을 발휘하지 못하는 사람들에게서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현상을 보았다. 그것은 바로 건강한 어린 아이 모습을 상실한 사람들이었고, 병든 어린아이 모습을 지니고 있는 사람들이었다. 어린아이 모습을 잃어버린 사람들의 마음은 굳어있고, 융통성이 없다. 생동감과 창의력을 상실하고 있다. 반대로 자신 안의 어린 아이 모습을 회복한 사람들에게서 감격과 경이감, 웃음과 눈물, 춤과 놀이가 살아 움직이는 것을 볼 수 있다. 인간이 하나님에게 가까이 가면 갈수록 이와 같은 어린아이 모습은 되살아난다.

이런 면에서 볼 때 영성이 건강하려면 우리 자신 안에 어린 아이 모습이 병들어 있는가를 먼저 자각해야 하고, 그 아이를 티 없는 어린아이로 울고 웃고 마음껏 뛰어 놀 수 있도록 허용해야 한다.

 

Ⅲ. 영성이 흔들릴 때 나타나는 현상

영성이 힘을 잃었을 때 일어나는 현상은 여러 가지가 있지만 여기서는 네가지 증상으로 분류해서 설명한다.

첫째 삶의 의미 상실이다.

전에 언급한 바와 같이 영은 인간 삶의 기둥이자 핵심이다. 인간 전체의 삶을 지탱하고 있는 영이 흔들리면 인간의 전 존재가 흔들린다. 영은 인간 삶의 근거이자, 인간 생을 살 맛나게 하는 생동력이다. 이런 영이 힘을 잃을 때 찾아오는 증상은 의미 상실이다. 쉬운 말로 허무해서 살고 싶은 마음이 일어나지 않는다. 의미 상실이 일정 기간 지속되면 산다는 것에 권태를 느끼고, 삶에 흥미를 잃으면 자연스럽게 우울증으로 발전한다.

세계적인 치유자 융(Jung)은 중년기 정신 신경증 환자의 전부는 종교적인 근거를 상실한 사람들이었고, 그들에게서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현상은 삶의 의미 상실과 신경증이었다고 주장한다.

두 번째 증상은 교만과 독선이다.

이런 증상은 하나님과 멀어진 신앙인들에게서 흔히 볼 수 있는 현상으로 다른 사람들과의 관계에서 벽을 쌓고 살아가는 것이 보통이다. 이런 교만과 독선은 율법주의에서 파생되는 현상이기도 하지만, 반대로 교만과 독선이 율법주의를 낳기도 한다. 이런 병적 현상의 소유자는 자기 생각, 자기 주장, 자기 신앙, 자기 사상과 같지 않은 사람을 용납하지 못한다. 그래서 이런 사람들이 존재하는 곳엔 반드시 싸움과 분열이 뒤따른다.

인간 발달 단계에 비유하면 이런 교만과 독선의 현상은 유아기의 유치한 단계라고 할 수 있다. 이런 유아기의 유치한 영성이 치유 과정을 거치면서 제 2단계로 성숙해 가는데, 이 때 나타나는 영적 상태는 자기와 다른 사람도 있음을 인식하게 된다. 여기에 머무르지 않고, 더 깊은 치유과정을 거친다면, 제3단계로 하나님은 죄인 까지도 사랑하심을 실감하게 된다. 이 단계가 더 고차원적인 단계로 발전하면 ‘너와 나는 하나다’에 이르게 된다. 한 마디로 교만과 독선은 마음과 영이 전혀 정리되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어떤 분별력도 상실한 상처 입은 사람들의 영적 증상이다.

세 번째 증상은 불안과 절망과 분노다.

영적으로 병든 사람들은 다른 사람을 신뢰하지 못한다. 신뢰할 수 없는 사람들의 마음 속에서 자연스럽게 파고드는 병적 증상은 불안이다. 또 이런 사람들이 자주 느끼는 감정은 절망이다. 인간 미래에 대한 불안은 절망으로 이어지고 인생의 소망을 상실한 사람들에게서 종종 튀어나오는 감정은 병적 분노다. 이들은 주위세계에 대해 병적 비판을 일삼는가 하면 냉소적이기도 하다. 영적으로 병든 사람들을 다시 살리는 처방 약으로 사도 바울은 믿음 소망 사랑을 주장하고 있다.

네 번째 증상은 웃음과 울음과 놀이의 상실이다.

인생의 미래에 대해 소망이 없고, 주위 세상을 신뢰할 수 없으며, 인생의 의미를 상실한 사람들은 웃을 일이 없고, 놀만한 흥도 없다. 울음이란 생동감이 살아있는 사람들에게서 가능한 일인데 영적으로 병들어서 감정이 메말라 버린 사람들에게서 뜨거운 감격의 눈물을 기대하기란 어렵다.

웃음과 울음과 놀이는 영적으로 살아있는 사람들에게서 자연적으로 파생되는 산물이다. 이런 측면에서 그의 영이 살아있는가 죽어있는가를 가장 쉽게 진단할 수 있는 길은 그에게 웃음과 울음과 놀이가 살아있는가 죽어있는가 를 보는 것이다.

 

Ⅳ. 영성 수련과 치유

연약한 영성을 활성화시키고 병든 영성을 치유하기 위해서 영성 수련이 필요하다. 초대 교회부터 지금까지 신앙인과 교회들은 자신의 영성에 불을 지피기 위해 수많은 영성 수련을 해 왔다. 말씀과 기도와 찬양과 친교 둥은 영성 수련의 큰 줄기를 이루고 있다.
나는 여기서 나 자신이 경험해 온 그리고 신앙인들의 영성 강화를 위해 계속 해온 영성 수련을 소개하려 한다. 물론 이 방법이 기독교 전통에서 벗어나는 것은 아니다. 다만 영이 병든 현대인들에게 어떤 영성 수련이 더 효과적일까 를 염두에 두면서 해 온 방법일 뿐이다.

1. 영성수련(치유) 전제

나는 영성수련을 하는데 다음의 몇 가지 전제에서 시작한다.

먼저, 모든 인간은 하나님의 사랑을 경험하고 싶은 강한 욕구를 지니고 있다. 이 욕구가 충족될 때 만 그의 전체적인 삶은 생명력을 얻는다. 인간은 누구나 살아가면서 거듭거듭 초월적인 경험, 절정의 경험, 경이의 경험을 할 수 있을 때 매일매일 새로운 삶을 살 수 있다.

다음, 모든 인간은 어려움과 위기 가운데서 소망을 발견할 수 있다. 영성수련은 위기 속에서 소망을 발견하게 하는 힘을 준다.

셋째, 모든 신앙인은 자신의 몸과 자신이 하는 일, 자신의 가정, 그리고 자신이 살고 있는 사회를 위해서 책임 있는 삶을 살 수 있어야 한다. 영성수련은 이런 책임 있는 삶을 위한 기반을 마련해 준다.

넷째, 모든 인간은 티 없이 순진한 인간 본래의 모습을 지니고 있다. 즉 티없이 맑은 어린아이 같은 모습을 가지고 있다. 이런 어린아이 모습이 인생을 살아오면서 탐욕으로 인해 생동감을 잃었을 뿐이다. 영성수련은 어린아이로 돌아가도록 하는 힘을 준다.

다섯째, 모든 현대인은 변함 없이 자신을 사랑해 주고, 자신이 무슨 실수를 해도 무조건 자신을 존중해 주며, 자신의 마음을 이해하고 공감해 주는 사람에 대한 깊은 갈망을 가지고 있다. 이런 사람을 만나기 힘든 현대인은 모두가 정신적으로 영적으로 병들어 있다. 영성수련은 이런 소외된 현대인에게 뜨거운 만남의 장을 마련해 준다.

 

2. 영성수련(치유) 방법

다음은 본인이 하는 영성수련 과정을 그대로 기술한다. 수련과정을 통해 위에서 이야기한 다섯 가지 전제가 모두 충족되도록 노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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