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08/22) 교갱협 제17차 영성수련회 주제특강

21세기 초반 한국교회에 대한 사회의 평가

20세기 후반까지 한국교회의 사회 발전을 위한 공헌은 이념적, 역사적 관점에 따른 논란의 여지는 있지만 근대화, 산업화, 민주화, 환경, 인권, 통일 등의 사회 발전 과정에 있어서 적지 않은 사회 구성원들로부터 인정받을 수 있을 정도로 뚜렷하다. 그러나 21세기 들어 한국교회의 사회적 신뢰도 수준은 위기감을 느낄 정도의 수준이다.(기독교윤리실천운동과, 바른교회아카데미, CBS, 국민일보, 목회와 신학이 공동으로 참여하여 진행되는 한국 교회의 사회적 신뢰도 여론조사의 결과이다. 이 조사는 한국교회의 사회적 신뢰도를 측정하기 위해 2010년 11월 8일부터 10일 동안 만 19세 이상의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글로벌 리서치에 의뢰하여 실시한 전화 설문조사로 진행되었다.) 한국교회의 신뢰도를 묻는 일련의 조사에서 2010년 기준 한국 개신교회의 신뢰도는 17.6%로 전년 대비 1.5% 하락하였다. 반면 신뢰하지 않는다는 사람들의 비중은 48.4%로서 전년 33.5%에 비하여 14.9%나 크게 증가하였다.

주목되는 것은 ‘여성’, ‘60대 이상’, ‘수도권(서울, 인천/경기)’, ‘학력이 낮을수록’ 한국교회에 대한 신뢰도가 높은 반면, 불교세가 강한 ‘부산/울산/경남’ 지역에서 상대적으로 낮은 신뢰도를 보였다. 이와는 대조적으로 학력이 높고, 나이는 젊으며, 소득이 높을수록 개신교의 신뢰도가 낮은 것은 어느 정도 예상된 결과지만 수치는 예상 밖으로 격차가 컸다. 낮은 신뢰도의 이유로 ‘언론에서 부정적인 내용을 많이 접해서(18.6%)’, ‘언행일치의 모습을 볼 수 없어서(15.6%)’, ‘교인들의 비윤리적 행동 때문(14.9%)’ 등이 주된 이유로 응답되었다.

이와 함께 우리가 주목하여야 할 것은 종교에 대한 호감도였다. 종교를 믿는 것과 관계없이 호감을 가지고 있는 종교에 대한 물음에 ‘기독교(개신교)’는 ‘가톨릭교(35.5%)’와 ‘불교(32.5%)’에 뒤쳐진 22.4%의 결과를 보였다. 더욱 염려스러운 것은 종교 호감도에서 ‘가톨릭교’와 ‘불교’는 2009년 대비하여 증가한 반면 ‘기독교(개신교)’는 오히려 감소세를 보였다는 점이다. 특별히 무종교인의 경우 ‘기독교(개신교)’ 호감도가 14.4%로 ‘불교(36.1%)/가톨릭(37.6%)’에 비해 현저히 낮은 비율을 보인다.

특별히 주목되는 것은 20~40대에서 나타나는 낮은 신뢰도뿐만이 아니라 50대의 한국교회 신뢰도에 대한 저하 현상이다. 2008년에 비하여 2010년 통계는 -9.3%를 기록하고 있다. 이것은 이른바 386세대가 50대로 들어서고 있음과 50대가 경험한 IMF, 당면한 은퇴로 인한 사회경제적 부담과 여전한 사회적 책임으로 인한 위기감이 작용하고 있다고 분석할 수 있을 것이다. 교회는 50대를 향한 각별한 목회적 관심을 기울여야 할 것이라 판단된다.

교회가 더욱 신뢰받기 위해 바뀌어야 할 점으로 응답자의 28.3%가 ‘교회 지도자들’이라고 지적하였다. 응답자 특성별로 살펴보면, 남성, 50대, 서울지역, 소득이 많을수록, 가톨릭교인에게서 ‘교회 지도자들’에 대한 지적이 높게 나타났다. ‘교회 지도자들’에 대한 지적은 2009년 조사에 비해 다소 감소하기는 했지만 3년째 가장 높게 지적되는 항목이다. 이러한 결과는 ‘2007년 바른 신학 균형 목회 목회세미나’에서 발표된 설문조사에서 한국교회의 가장 큰 문제점으로 ‘목회자의 자질’이 지적되었던 것과 맥을 같이 하고 있다. 한국교회의 신뢰도 향상을 위하여 교회 지도자들의 자질 향상이 시급한 과제임을 알려준다. 난립하는 수많은 신학교와 체계적이지 못한 목회자 양산이 한국교회 신뢰증진을 위한 과제임을 다시 한 번 상기시켜 주는 항목이다. 한국교회가 신뢰를 회복하려면 내부적으로는 지도자의 자질 향상과 교회 운영의 합리화와 교인들의 교육에 주력하며, 외부적으로는 사회적 섬김을 강화하여야 함을 다시 한 번 확인하여 주고 있다.

향후 개신교회가 신뢰받기 위해 개선되어야 할 구체적 항목으로 응답자38.8%가 ‘교인과 교회 지도자들의 언행일치’를 지적하였으며, 그 다음으로 ‘타종교에 대한 관용(19.7%)’과 ‘재정 사용의 투명화(13.0%)’가 지적되었다. 지난 조사대비 ‘교인과 교회지도자들의 언행일치’는 11.3% 포인트 하락한 반면, ‘타종교에 대한 관용’은 9.2% 포인트 상승한 점이 주목된다. 응답자 특성별로 살펴보면, ‘교인과 교회 지도자들의 언행일치’는 ‘여자’, ‘60대이상’, ‘인천/경기’ 지역, 개신교 신자에게서, ‘타종교에 대한 관용’은 ‘남자’, ‘50대’, ‘경상도’, ‘광주/전라’ 지역, 불교신도에게서 높게 나타났다. 개신교인들의 전도활동에 대한 부정적 문제제기는 ‘2008년 바른 신학 균형목회 세미나’ 설문조사의 결과와 같다. 즉 다수의 비종교인들(60% 이상)들이 기독교로부터 전도를 받았지만 도리어 부정적인 생각을 많이 하고 있다는 현실을 심각하게 고려하여야 할 것이다. 상황과 대상에 따른 전략적인 전도의 필요성과 섬김의 태도와 영성이 생활 속에서 실천되어야 함을 절감케 하는 항목이다. 열정적인 신앙과 교양을 갖춘 신앙인으로서의 양육이 절실히 요청됨을 절감케 한다.

 

교회 안의 위기

윌로우크릭 교회의 자체조사에 따르면 회중 가운데 18%에 해당하는 사람들이 영적인 침체를 겪고 있으며, 거기에 대한 대책도 찾지 못하고 있으며 적지 않은 이들은 교회를 떠날 것을 심각히 고려하고 있는 상황이었다. 신앙이 성숙한 이들은 더욱 깊은 영적 도전을 원하고 있지만 교회는 그 다음 단계로의 도전을 제공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었다.

교회의 사명은 교인들을 온전한 그리스도인, 장성한 신앙인으로 구비케 함에 있다. 즉 그리스도를 온전히 따르는 이들이 되도록 섬김에 교회의 일차적 사명이 있다. 교회가 단순히 정신적 안정과 위로와 기쁨을 주는 곳에 머무를 수는 없다. 그러나 윌로우크릭 교회는 다음과 같은 사실을 발견하였다. (1) 교회 행사 참여가 증가한다는 것이 곧 우리의 하나님에 대한 사랑과 이웃에 대한 사랑으로 연결되는 것은 아니다. (2) 교회 안에는 만족하지 못하는 사람들이 많이 존재한다. (3) 만족하지 못할 뿐만 아니라 교회를 떠날 생각을 하는 이들도 많다.(Greg L. Hawkins & Cally Parkinson, Move: What 1000 Churches reveal about Spiritual Growth (Zondervan, 2011), 17)

이에 대한 대안을 마련하기 위한 노력의 과정과 결과로 얻어진 사실들은 다음과 같다.

(1) 영적 성장을 측정하는 것은 가능하다. 즉 한 개인과 예수 그리스도와의 관계성을 분석하면 하나님 사랑과 이웃 사랑으로 요약되는 영적 성숙을 어느 정도 예견할 수 있다.
(2) 그러나 교회 행사들은 이러한 영적 성장을 보장하거나 장기적인 관점에서 견인하고 있지 못하다.
(3) 상당수의 냉담한 무신론자들이 현재 교회에 출석하고 있다. 그러나 그들은 지속적 예배 참석에도 불구하고 예수 그리스도를 구주로 영접하고 있지는 않고 있다.
(4) 심지어 가장 헌신된 신앙인들이라 하더라도 그리스도의 명령에 걸맞는 삶의 기준에는 많이 못 미친다.
(5) 영적 성장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것은 무엇보다도 성경에 대한 묵상과 반성이다.
(6) 영적으로 정체상태이거나 불만족한 상태에 있는 사람들이 전체 교인에 1/4에 달한다.

거의 모든 교회에서 영적 정체와 자신들의 신앙 양육과 관계된 교회의 현재 사역에 대한 불만족이 발견된다. 평균적으로 전체 회중의 13%는 자신의 영적 성장이 정체되어 있다고 평가하였으며, 18%는 불만족하다고 하였다. 어떤 교회에서는 그 정도가 무려 50%에 달하기도 하였다. ‘침체상태’에 있는 사람들의 특징은 자신들이 여전히 강력한 영적 믿음을 가지고 있다고 표현은 하고 있지만, 실제로는 개인적 기도생활, 성경공부와 묵상훈련 등에 있어서는 게을리 하고 있었다. 이러한 상태에 있는 사람들 중 25%는 교회를 떠날 생각을 하고 있었다.

영적 성장의 가장 큰 걸림돌은 27%의 사람들이 과소비, 도박, 음주, 포르노그라피, 과식 등의 중독을, 16%의 사람들이 부적절한 관계를, 48%의 사람들이 우울증 등의 정서문제를, 89%의 사람들이 TV, 인터넷, 이메일, 영화, 과소비 등으로 인한 영적 생활의 우선순위 왜곡이라고 인정하고 있다.(Greg L. Hawkins & Cally Parkinson, Reveal: Where are you?: The Answer will transform your church, 49) ‘불만족 상태’는 비교적 교회에서 핵심적 역할을 감당하는 그리스도 중심적인 삶의 단계에 있는 사람들에게 나타난다. 불만족 상태에 있는 사람들은 기도와 성경 공부 등, 매일 매일 개인적인 영성 훈련에 헌신하고 있다. 바로 이 점이 그들을 ‘정체 상태’에 있는 사람들과 구별케 하는 주요한 요소들이다. 그러나 우리가 주목할 것은 그들이 교회 활동에 열심을 내면 낼수록 교회에 대한 만족도는 떨어진다는 사실이다. 또한 교회를 떠나는 것도 심각하게 고려하고 있다는 것이다. 연구에 의하면 윌로우크릭 교회를 비롯한 7개 교회 평균 10% 이상의 신자들이 이러한 그룹에 속한다. 새삼 강조되어야 할 것은 이들은 정기적으로 교회예배에 참석하며, 소그룹에도 열심히 참석하며, 자원봉사도 열심히 하고 있으며, 도움이 필요한 사람들을 섬기고 있으며, 십일조도 하고 여러 모로 부지런하고 열심인 사람들이다. 이러한 사람들 중 63%가 지금 교회를 떠날 생각을 하고 있다! 이 단계에 있는 사람들은 다음 두 가지 질문에 특별히 부정적이었다.

‘내가 신앙인다운 삶을 살려고 애쓸 때 교회가 지속적으로 나를 도와준다.’
‘교회는 내가 영적 멘토를 발견할 수 있도록 도와 준다.’

‘침체상태’와 ‘불만족 상태’에 있는 사람들은 모두 나름대로 열심히 교회 생활을 하고 있었고 또 자신들이 알아서 모든 일을 잘 하고 있는 것으로 보였지만, 실제로는 교회가 더욱 주도적으로 자신들의 영적 성장을 이끌어줄 것을 요구하고 있었다.(Reveal, 54) 결국 자신들의 교회에 대한 헌신에 비해 교회에서 받는 응답이 그만큼 크지 않다는 것이 불만족의 원인이라고 분석할 수 있을 것이다.(Move, 18-20)

 

교회와 사회 관계에 대한 반성

한국사회의 발전을 위한 기독교회와 신앙공동체의 참여와 공헌은 역사적으로 인정되는 사실이다. 그러나 21세기 들어 한국기독교회에 대한 사회의 평가는 매우 부정적이다. 이러한 부정적 평가는 2008년부터 3년간 기윤실이 실시한 교회의 대사회적 신뢰도 평가조사를 통하여서도 확인된 바 있다. 다른 사회기관이나 종교기관들에 비하여 사회적 섬김에서 오히려 앞선 실적을 보이는 한국교회가 사회로부터의 평가나 영향력에서 인정받고 있지 못하다는 사실에 대한 분석과 평가가 요청된다. 또한 한국교회의 사회참여에 대한 태도와 전략에 있어서의 구체적 반성이 필요하다.

 

1. 위기의 원인과 의미

(1) 신앙/신학의 위기

오늘 한국교회 위기의 근본원인은 한국교회의 현실과 문화가 복음적 정체성에 확고한 토대를 내리지 못함에 있다. 복음의 핵심인 십자가-부활 신학의 부재와 기복적 번영신학의 범람, 십자가의 사랑으로 상징되는 하나님의 값비싼 은혜 대신 천민자본주의와 야합한 값싼 은혜의 오염이 주된 요인이다. 이러한 신앙의 왜곡과 불신앙이 곧 오늘 우리 한국교회 위기의 핵심에 자리한다.

(2) 지도력의 위기

급변하는 사회문화적 맥락을 이해하지 못하는 지도력의 부재도 오늘의 위기의 주요한 원인이다. 예컨대 21세기 초반 사회문화의 기본 맥락을 형성하는 세계화, 포스트모더니즘/소비문화, 정보화 등의 사회문화 변동에 대한 문화지체(cultural lagging) 현상을 보이는 오늘의 교회 현실이 이를 반증한다. 이러한 사회 맥락 이해의 부재 및 문화지체 현상은 사회와의 소통의 문제뿐만 아니라 교회의 시대적 과제를 적절히 제시하고 실천하지 못하는 결과를 낳고 있다.

(3) 자원 활용의 위기

이와 함께 교회내의 인적/물적 자원의 통전적 활용 부재도 교회의 하나님 나라 참여를 가로 막고 있다. 아직도 한국교회는 시민사회의 어떤 기관과 단체들에 비하여서도 뒤지지 않는 양적, 질적으로 우수한 인적/물적 자원을 보유하고 있음을 고려할 때 더욱 안타까운 문제이다. 이 문제는 신학적으로는 하나님 나라와 만인 제사장직에 대한 이해 부족으로 인한 과도한 교직자 중심주의와 일부 중직자 중심의 개교회주의 고착화가 주요 원인이라고 볼 수 있다. 현실을 돌아볼 때 신앙인들은 세상을 변화시키겠다는 큰 꿈을 너무도 쉽게 자주 이야기하지만, 실제로는 너무도 많은 내부 분열과 핵심 신념과 조직에 있어서도 하나가 되지 못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따라서 실제로 세상을 변화시키기에는 너무도 미약한 영향력을 나타내고 있는 것이다. 물론 적지 않은 교회들과 사람들은 나름대로의 영역에서 성공을 거두고 있지만 광범위한 영역에서의 근본적인 변화에는 실패하고 있다.

(4) 전문성의 위기

이러한 실패는 사회변화를 초래할 만큼의 실력을 두텁게 쌓지 못한 신앙인들의 얄팍함에도 중요한 원인이 있다. 실제로 “사회변화는 문화를 생산하는 중심부에 위치한 기구들안에서 공동의 목적을 위해 활동하는 엘리트들의 초밀한 연결망을 통하여 핵심 심층부로부터의 변혁으로부터 시작될 수 있다.”(James Davison Hunter, To Change the World (Oxford University Press, 2010), 274) 주변으로부터 핵심에로 이르는 변혁도 필요하지만 사회변혁은 문화의 핵심부에 대한 설득과 지도력 확보를 전제로 한다는 점을 인식하여야 한다. 특별히 인문사회학의 부흥시대를 맞이하여 한국 기독교는 인문교양의 능력을 고양하고, 일반은총의 영역에 대한 지식을 갖추는 일에도 더욱 힘써야 할 것이다.

(5) 세속화의 위기

권력(power)에 대한 잘못된 사회이론의 무비판적 수용에 대하여서도 반성하여야 한다. 예수께서 이방인의 관행이라고 하였던 정복과 지배로 상징되는 콘스탄틴 식의 권력관을 수용한 적지 않은 신앙인들은 정치적인 권력 게임의 틀을 벗어날 수 없었다.(ibid.) 예컨대 신앙적 배경과 동기를 가지고 정치에 참여한 많은 이들과 기관들도 특정한 법안을 통과시키고, 특정한 후보를 당선시키고, 특정한 문화를 변화시키기 위한 정책을 입안하면 사회가 변화할 것이라고 생각하였다. 이러한 과정에서 신앙인들은 세상적 힘의 정치 구조를 무비판적으로 수용하였다.(Ibid., 275) 결국 세상을 바꾸려고 사회참여를 시도한 신앙인들이 바로 그 세상을 닮아가고 있다는 모순적 현실을 낳고 만다는 것이 문제인 것이다.

(6) 소통의 위기

미숙하고 왜곡된 신앙, 얄팍한 신앙과 건전한 신학의 부족, 사회문화적 맥락에 대한 이해의 부족, 권력에 대한 신학적 이해의 왜곡으로 인한 사회적 과제선정의 미숙과 소통의 부재와 상대적으로 우수한 인재와 풍부한 재원의 활용부족이 오늘 한국교회가 직면하는 위기의 주요한 배경이 된다.

그러나 상대적으로 볼 때 한국교회만큼 사회봉사를 열심히 하고 있는 종교들과 기관이 많지 않음이 현실이다. 또한 나름대로의 사회적 공헌도 적지 않다는 역사적 평가도 존재한다. 그러나 현실은 교회에 대하여 유난히 비판적이다. 여러 가지 원인분석이 가능하지만 권력과 차별화되지 않아 보이는 교회의 모습과 다른 종교들에 비하여 더욱 차별적으로 기독교회에 대한 비판적 시각을 세상에 퍼치는 대중 미디어들도 주목하여야 한다. 그러나 시민사회와의 소통능력을 갖추지 못한 소수 대형 교회 및 기관대표자들에 의하여 대표되는 한국교회의 현실과 이미지는 한국교회의 대사회적 소통에 있어서 치명적이다. 이러한 소통의 왜곡은 결국 교회와 주류여론 사회, 언론, 지성인 집단과 청년들 사이에 기독교에 대한 냉소적 비판기류를 형성하여 교회의 대사회적 신뢰도를 저하시킴으로써 반선교적 문화형성이 구조적으로 고착화되는 위기상황을 낳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위기는 문자 그대로 위험한 기회를 뜻하기도 한다. 즉 교회와 신앙의 왜곡과 부족한 신앙과 화석화된 신앙은 복음적 신앙의 정체성을 발견할 수 있는 회복의 기회와 부름이기도 하다. 또한 교회와 신앙의 개인주의와 개교회주의에 대한 함몰로 인한 위기는 신앙의 사사화(PRIVATIZATION) 극복을 통한 신앙의 공공성 회복의 기회이기도 하다. 이와 함께 나라 참여를 위한 만인제사장적 청지기직 회복으로의 부르심이기도 하다.

 

2. 한국교회의 과제

(1) 신학적 토대 강화 - 신앙의 공공성 및 공공신학(Public Theology)의 확립

유래없는 교회의 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우리의 노력은 무엇보다도 먼저 교회의 복음적 정체성 확립을 위한 신학적 토대강화이다. 신학적 토대 강화는 우리 신앙을 성경적 토대위에 확고히 서도록 지속적으로 도전하려는 노력을 뜻한다. 이것은 예수 그리스도의 복음, 즉 오직 말씀위에 우리의 신앙/삶이 서야 함을 뜻한다. 또한 우리의 신앙은 하나님과의 신뢰와 충성을 뜻하며, 하나님의 나라를 지향한다. 그런 의미에서 한국교회는 삶의 전 영역에서 하나님의 나라를 지향한다는 의미에서 복음적 신앙과 신앙의 공공성을 함께 담보하는 공공신학에 대한 관심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이러한 신학적 관심과 노력은 신학자와 신학교, 목회자들의 주요한 청지기 영역이 되어야 한다.

(2) 일반 은총 영역의 재발견-평신도 전문가들의 역할조명과 연계망 강화

한국교회는 급변하는 사회문화적 맥락의 이해를 위하여 지속적으로 인문-사회-자연과학과의 대화를 강화하여 나가야 한다. 이 모든 영역은 하나님의 주권아래 속한 일반 은총의 영역에 속한 인식하여야 한다. 이와 함께 기독신앙인으로서 인문-사회/ 자연과학의 영역에서 활약하는 학자들의 제사장적 청지기 역할을 도전하고 지원하며, 학제간의 대화와 연구에도 힘써야 할 것이다.

(3) 교회의 인적/물적 자원의 전략적 활용을 위한 목회신학적 토대강화와 실천기제 강화

(4) 교회의 시민사회와의 원활한 소통을 통한 선교친화적 사회문화 형성을 위한 개별활동과 연대적 협력을 조정-지로하며 여론 선도 집단과 소통할 수 있는 다양한 (분야별/ 소통방법별 예; ON-OFF STAGE) 창구 형성

 

3. 과제수행 주체 및 전제

(1) 전제

교회가 사회변혁을 위하여 노력해야 하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교회는 세상 변혁을 주도하는 태도보다는 자신에게 맡겨진 작은 일들에 먼저 충성하는, 겸손하면서도 꾸준한 자세와 실천을 지속하여야 할 것이다. 우리는 세상을 바꾸는 일을 위해 창조되었다. 그러나 만약 교회가 너무 쉽게 ‘세상을 바꾸겠다’는 선언만 지속한다면 자신을 세상의 유혹과 공격 앞에 준비 없이 노출하는 것과 다름없다는 사실을 우리는 기억하여야 한다.(Andy Crouch, Culture Making (IVP, 2008), 265) 세상을 실제로 바꾸었던 하나님의 방법인 ‘출애굽’과 ‘부활’ 사건이 좋은 예이다. 그 사건들의 특징은 “약자들의 삶 가운데 역사하시는 하나님”을 보여준다는 점이다.(Ibid., 273) 한국교회는 세상을 바꾸겠다는 헤게머니적인 야망보다는 세상을 섬기는 예수님 닮는 겸손이 필요하다!(Ibid., 266)

이러한 겸손은 신앙공동체 사이의 협력과 연대를 위하여서도 필요한 덕목이다.

이와 함께 하나님 나라 실현을 위한 교회와 신앙인들의 역할 중 중요한 것은 교회와 세상 사이의 차이를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이는 태도, 즉 이분법적 관점의 고착화에 대한 경계다. 개교회로서는 탁월한 능력을 발휘하는 한국교회가 연합활동에 있어서는 치명적인 취약점을 보이는 현실을 고려할 때 이 점은 매우 중요하다. 이와 함께 중요한 것은 삼위일체 하나님에 대한 신앙과 예수 그리스도를 통한 구원을 고백하는 신앙인들 사이의 차이점에 대하여서는 될 수 있는 대로 작게 생각하도록 노력하여야 한다는 것이다. 만약 여전히 차이점이 의식된다면 그것은 신앙인으로서 이웃에 대한 사랑을 실천할 수 있는 기회임을 기억하여야 한다.(Ibid., 281)

(2) 영역별 과제

[1] 신학자, 목회자: 복음적 목회신학 정립/ 기독교신앙의 공공성 강조 - 개교회중심 신앙으로부터 하나님 나라 중심의 신앙실천으로의 확장 및 전환
[2] 평신도 전문가: 각자의 전공 영역이 하나님 나라 영역이고, 일반 은총의 영역임을 자각하고 만인제사장으로서의 소명의식 자각/ 실천, 신앙과 삶, 전공영역 사이의 연계 강화
[3] 기구적 관점에서: [1] 과 [2] 사이의 집단작업을 전제로 하나님 나라를 지향하는 사회적 공동선의 실현을 위한 소셜 디자인 능력을 갖춘 전문가 집단의 구조화가 요구된다.
이 구조화된 집단은 세계화, 다문화, 소셜 네트워크 등으로 상징되는 사화문화 변동에 걸맞는 교회의 대사회적 소통의 토대와 접촉점 역할을 요구받든다.

이 때 해당 분야에서의 전문성이 전제되면서 복음적 영성(자세 + 태도), 하나님 나라 구현을 위한 열정과 실천적 삶을 사는 전문가들과 기관 사이의 연대가 중요함!

또한 이 기구화된 집단은 다음과 같은 과제를 갖는다.

a. 오늘날 한국 기독교의 천박함(복음적 토대와 삶과 사회문화 변동에 대한 해석과 변증적 역량의 부실)을 극복하기 위한 기본역량강화:
b. 기독교계를 넘어서 사회전반에 걸친 사회적 공동선을 위한 소셜 디자인을 가능케 하는 사회선도역량 강화:
c. 기독교와 사회와의 소통을 촉진하는 소통역량 강화: (예: 기독관훈클럽)

이러한 역량강화 과제의 수행을 위해서 전제되는 구조화된 기구의 특성은 기독교계 집단지성을 위한 풀랫폼으로서 기존의 다양한 Think Tank 들의 연계 및 연대에 핵심역량을 두는 허브적 think-tank의 성격을 갖는다. 그러므로 이 기구는 사회/ 문화동향분석-해석의 역량과 함께 정치-관료/ 경제(기업-시장)/ 교육-가정/ 미디어/ 문화-예술-엔터테인먼트/ 과학-의료 등의 영역별 전문가 및 전문기관들의 핵심역량 파악과 연대를 모색하여야 하며 기본역량 강화와 소통역량 강화의 연계 역할을 위한 소수 핵심구성원의 조직화를 요구한다.
(영역별 전문성 + 관계성)

 

우리의 과제

교회와 세상과의 관계는 일방적인 긍정이나 부정이 아니라, 긍정/부정으로 이어지는 변증법적 관계임을 기억하여야 한다. 그러므로 사회에 대하여 일방적인 낙관적 관점에서의 ‘동화적 태도’나, 비관적 관점으로 인한 ‘이분법적 태도’ 모두를 경계하여야 할 것이다. 하나님의 나라와 청지기, 만인제사장 신앙에 입각하여 교회는 세상과의 관계에 있어서 사회적 공동선(common good)을 사회 변혁의 목표와 지표로 제시할 수 있을 것이다.(Ibid., 285)

한국교회의 사회적 공동선을 위한 건설적 역할은 교회의 교회다움으로부터 시작되며 마무리되는 과제이다. 교회의 교회다움은 곧 신앙인의 신앙인다움으로부터 시작된다. 이러한 의미에서 우리는 평신도사역의 활성화와 시민사회 안의 교회로서의 자각을 필요로 한다. 소수의 목회자를 포함한 교회 지도층 인사들의 관점만으로는 교회의 사회적 역할의 대상영역과 우선 순위가 왜곡될 가능성이 많기 때문이다. 한국교회가 사회적 책임을 다하지 못하고 있다는 비판은 바로 한국 기독교인들의 신앙인답지 못함과 시민답지 못함을 동시에 지적하는 것이다.

유래없는 교회위기의 시대에 우리는 기독시민으로서의 인격과 전문성을 가지고 하나님 나라를 향한 사회적 공동선을 위한 역할을 감당하여야 할 것이다. 우선적인 과제는 신앙인으로서의 정체성을 확고히 하는 것이다. 이것은 성경적 세계관과 가치를 공고히 한 후 그 토대 위에서 하나님 나라를 향한 삶을 실천해 냄을 과제로 한다. 나날이 가속화되는 세계화와 그로 인한 사회적 양극화와 불가측성으로 인한 사회적 과제들에 대하여 교회는 더욱 관심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한국교회의 과제는 세계화 시대에 대한 분석을 넘어서서 지역공동체, 사회공동체와 함께 하는 교회가 되기 위한 섬김 사역에 주도적 역할을 하도록 힘써야 할 것이다. 이른바 인간의 얼굴을 한 세계화로 이끌기 위한 자본주의 4.0 사회를 위한 역할을 구체적으로 모색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러나 교회의 사회적 역할은 교회의 교회됨을 전제로 한다. 그러므로 특별히 재정과 인사 조직 관리 등의 경영과 관계된 영역에서도 교회의 건강성을 회복함에 더욱 적극적인 관심을 가지고, 구체적 대안을 마련할 수 있도록 힘써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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