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미자립 교회 섬기는 정평수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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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미자립 교회 섬기는 정평수 목사
  • 조준영 기자
  • 승인 2017.03.23 1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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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한다는 용기 주고 싶었다”

정평수 목사(만남의교회 원로)는 매달 한 번씩 미자립교회 주일예배 강단에 선다. 37년 동안 목회자로 살아오면서 경험한 하나님을 전하고, 설교 후에는 꼭 50만원을 헌금한다. 50만원은 자녀 삼남매가 용돈으로 쥐어주는 돈이다. 정 목사는 용돈을 한 푼도 자신을 위해 사용하지 않고 고스란히 미자립교회에 전한다. 설교를 했다고 사례비를 받는 것도 아니다. 미자립교회 목회자와 성도들이 용기를 얻고 밝게 웃는 것만으로 족하다. 그렇게 매달 성남노회 내 미자립교회들을 찾아간 것이 벌써 2년째다.

“2015년에 은퇴를 하면서 무슨 일을 하면 하나님께서 기뻐하실까 기도를 했어요. 그러다 어떤 식으로든지 개척교회 목회자들을 도와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정평수 목사는 자신이 드러나거나 자랑하는 시간이 아니길 바란다고 몇 번씩이나 당부했다. 다만 자신의 사역이 더 많은 교회들이 미자립교회를 돕는데 동기부여가 되면 좋겠다고 말했다. 정 목사는 2015년 은퇴를 하며 총신대학교에 장학금 2000만원을 기탁하기도 했다.

개척교회는 정평수 목사에게 각별하다. 정 목사는 1980년 서울 강남구 삼성동 한 상가건물 4층에서 교회를 개척했다. 교인이라고 해야 손에 꼽을 정도였다. 돕는 이, 찾는 이 없는 교회당 마루에서 정 목사는 하루하루를 눈물로 보냈다. 사택은 교회에서 7킬로미터쯤 떨어진 곳에 있는 지하 단칸방이었다. 아내와 함께 전도를 나갈 때면 돌도 지나지 않은 막내, 세 살, 네 살짜리 삼남매를 방에 가두어 두고 나갔다. 아이스크림을 사달라는 아이들에게 설탕물 먹일 돈도 없어 당원물을 얼려 먹였고, 토마토를 사달라고 울 때는 아이를 부여잡고 같이 울었다.

“간식이라고 해야 김치전과 수제비가 전부였어요. 한 번은 어느 권사님이 아이들에게 과자 사먹으라고 돈을 줬는데, 그 코 묻은 아이 돈을 가져다 콩나물을 사서 국을 끓여야 했어요.”

개척교회 목회자 가정의 고단함을 알기 때문에, 헌금을 받고 눈물을 글썽이며 고마워하는 개척교회 목회자와 사모들을 볼 때면 저절로 눈시울이 불거진다.“한 번 다녀가는 게 얼마나 도움이 되겠어요? 단지 용기를 가지라는 의미지요.”

정 목사는 미자립교회를 찾아다니며 도리어 은혜를 받을 때가 많다고 말했다. 목사는 유치원 차량을 운전하고, 사모는 파출부 일을 하는 가운데서도 내외가 용기를 잃지 않는 모습이며, 목사와 성도들이 똘똘 뭉쳐 기도하며 전도하는 모습 등을 볼 때면 소망을 품게 된다고 말했다.

“개척교회에서 고생하시는 목사님들이 결코 실력이 부족하거나 능력이 없는 것이 아니에요. 조금만 힘을 보태주면 자립할 수 있는 교회들이 많아요. 교회가 교회의 손을 잡아 일으켜주는 아름다운 풍토가 교단 내에 더 많이 퍼지면 좋겠어요.”

정 목사의 묵묵한 섬김은 성남노회 안에서도 귀한 권면이 되고 있다. 정 목사에게 매달 찾아갈 미자립교회 명단을 알려주고 있는 현상민 목사(성남노회 교회자립지원위원장)는 “돈이 있다고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며 “정 목사님의 섬김은 성남노회 후배 목사들에게 큰 도전이자 가르침이다”고 말했다.

정평수 목사는 힘이 닿는 한 앞으로도 미자립교회 섬김을 계속할 계획이다. 못 다녀본 여행을 다니기도 하고, 맛있는 음식도 사먹으며 노후를 즐겁게 보낼 법도 하지만, 정 목사는 “고기도 먹어본 사람이 먹는다고, 저는 그런데 안 익숙하다”고 웃으며 손사래를 쳤다.

“먹는다고 얼마나 더 좋은 걸 먹겠어요? 한 푼이라도 아껴서 한 교회라도 더 찾아가야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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