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 인사를 드립니다.

작년 10월 중순에 아버님 위독하시단 소식을 듣고 들어와서 장례의 모든 절차를 치르고 그후 이어지는 뒷 일을 감당한 후 무엇보다 선교사들에게 가장 시급하고 우선적인 병원 진료를 다니며 시간을 거의 다 보낸 것 같습니다.

안식년이나 선교보고를 위해 오지 않았기 때문에 3개월 조금 못되는 체류 기간이었지만 이마저도 제 선교에 동참해 주시는 그리스도 안의 지체들에게 문안드리며, 교제할 수 있는 시간의 여유가 안돼서 출국을 앞둔 지금 마음이 그다지 편치 않습니다. 저는 이번 주 수요일 밤(1.11) 비행기로 또 먼 길을 향해 갑니다.

아버님은 100세를 일기로 하나님의 부르심을 받으셨고, 평생을 아버님을 알고 따른 모든 목회자와 성도들에게 성자(聖者)로 존경을 받으셨으며, 목자(牧者)로 낙도의 한 영혼을 위해 사셔서 감사하지만, 제 마음에는 아직도 허전함과 서운함 그리고 살아 계신 듯한 마음이 듭니다. 제게 아버님은 평생 가장 가까이서 존경하며 귀하게 따르는 사표이셨습니다.

이제 제게 남은 과제는 아버님의 발자취를 부끄럼 없이 따라가는 작은 몸짓이라고 믿습니다. 아버님의 목회 50년과 소외된 낙도 주민과 교회, 성도를 위한 섬 선교 28년의 삶은 제 남은 삶의 여정과 나침반으로 기억하려고 합니다.

이번 한국에 와서 지난 방문보다 더 강렬하게 느꼈던 점은 한국사회와 문화, 흐름 속에서 나 자신이 이방인으로 적응이 안 된다는 현실이었습니다. 이미 선교지의 사람이 되어버린 제 자신을 발견한 것이죠. 그렇다고 선교지에 간다한들 현지인으로 될 수도 없는 제 3지대의 정체성을 가지며 사는 사람이 선교사인 듯 합니다. 아마 모든 그리스도인은 이런 의미에서 천국을 향해 가는 나그네라고 생각됩니다.

나그네 인생 길에서 새해가 밝았습니다. 아직 우리의 본향인 천국에 다다르지 못했고 여전히 새해에도 우리는 순례자의 발 걸음을 멈출 수 없을 것입니다. 어떤 일이 기다리고 있을지 모릅니다. 다만 간절히 바라고 기도하는 것은 사랑하는 모든 지체들의 삶에 주께서 은혜를 주시며 동행하시고 늘 한 걸음, 한 걸음 인도해 주심입니다. 이 마음을 담아 여러분을 생각하며 기도하겠습니다. 혹시 개인 기도 제목이 있는 분은 제게 따로 제목을 알려 주시면 올 한 해 기도할 때마다 기억하도록 하겠습니다.

출국하면서 늘 마음에 미안하고 빚진 마음이 있습니다. 찾아뵙고 만나며 교제하고픈 여러 지체들이 있는데 그렇게 하지 못하고 떠나는 현실 때문입니다. 죄송한 마음뿐입니다. 언젠가 좀 더 길게 한국 체류 시간이 확보될 수 있다면 반드시 제 선교 동역자인 모든 분들과 교제의 시간을 갖도록 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평안하시고 건강하시길 빕니다.

1995년 아버님과 함께 한 성지 순례 중 시내산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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