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무더위가 맹위를 떨치는 어느 수요일이었다. 필자에게 들려진 어느 개신교 교단지의 기사를 읽으며 마음이 참담했다. 교단장 선거를 앞두고 어느 입후보 예정 목사에게 걸려온 모 장로의 전화 내용을 친구 목사에게 전달하는 글이었다. “S 목사님 말씀입니다. 내가 출마 선언하기도 전인데 S 장로에게서 전화가 왔어. 다섯 장을 달라는 것이야, 그러면 당선시켜 주겠다는 것이야. 두 당 170씩 계산해서 그렇게 나왔대.”

그 말을 들은 S 목사의 친구 목사는 웃긴다는 표정으로 “그래서요? 드리지 그랬습니까?”라고 말했다. 그러나 S 목사는 전화를 건 그 장로에게 이렇게 대답했다는 것이다. “뭐라고 했습니까? 장로님, 예수 믿는 것 맞어요? 장로님, 천국 갈 것 같아요? 라며 전화를 끊었어. 그 뒤로 여러 번 전화가 왔어. 그럴 때 마다 끊어 버렸어”

필자가 소속된 교단은 적지 않은 기간 동안 금권선거를 예방하기 위해 교단 부총회장 및 임원들을 제비뽑기로 선출했다. 그런데 몇 가지 이유로 인해 선거방식조정을 위한 공청회가 개최되었다. 발언하러 나온 대부분의 목사들이 옛 직선제를 주장하였다. 그 때 필자도 발언권을 얻어 제비뽑기의 단점이 발견되었다면 “수정된 제비뽑기”라도 해야 할 것을 주장했다.

그 때 교단에서 영향력이 있는 한 목사가 등단하여 이런 주장을 하였다. “금권선거를 방지하기 위해 수정된 제비뽑기를 주장하는 이 목사의 말도 일리가 있습니다. 그러나 분명한 현실은 선거는 돈입니다. 직선제로 가야 합니다.” ‘선거는 돈이다.’ 전국 교회에서 총대로 선출된 목사, 장로들이 모인 선거가 돈으로 그 결과가 좌우된다는 것이다. 믿고 싶지 않았지만 자신의 경험을 토대로 한 주장에 믿지 않을 수도 없었다.

대통령, 또는 국회의원 선거 심지어 조합장 선거에서도 공식적인 장소에서 선거는 돈이라고 말하지 못하는데 담대함 일까? 무지함 일까? 교회의 대표라는 목사들이 말이다. 두 당 170씩 계산해서 (큰 것) 다섯 장을 달라는 것은 솔직함일까?, 협박일까? 교인의 대표라는 장로들이 말이다. 물론 대부분의 교회 및 교인들의 지도자들은 코람데오 정신으로 교인들과 세상 속에서 빛과 소금이 되고 있다는 사실을 부인하지 않지만 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약용의 목민심서의 내용이 생각난다.“털려고 들면 먼지 없는 이 없고, 덮으려고 들면 못 덮을 허물 없으되, 누구의 눈에 들기는 힘들어도, 그 눈 밖에 나기는 한 순간 이더라”

교회 지도자가 무지하면 하나님과 교인들을 무시한다. 그 결과 금권선거의 한국교회는 생각보다 짧은 순간에 교인들 뿐 아니라 국민들, 심지어 하나님 눈 밖에 나고 말았다.

그러나 아직 희망이 있음은 우리나라는 ‘그래도 삼세번은 문화이다.’ 즉 아직은 덮으려고 들면 못 덮을 허물이 없다는 정이 있는 국민이다. 하나님도 우리들 예상보다 오래 참으시는 분이시다. 이제라도 그 액수와 상관없이 돈을 쓴 후보들과 그 돈을 받은 교회 지도자들은 모두 가슴을 치며 회개해야 한다. 그 명예와 직분을 쟁취하기 위해 쓴 큰돈은 소속 교회 교인들이 생존 전쟁터와 같은 이 세상에서 땀과 눈물, 그리고 피를 흘려 번 후 먼저 성별하여 바친 헌금이다.
우리 몸에 70%가 물이듯이 목사, 장로의 70%는 말과 발이다. 교단 선거 뿐 아니라 섬기는 교회에서 기득권을 과시하며 교회 경상비를 달라는 말을 극히 조심해야 한다.

또한 부정되고 의롭지 못한 돈을 주는 모임으로 자신의 발이 가지 말아야 한다. 어서 속히 돈을 받을 사람에게는 조용히 쥐어 주고, 반면 받고 토할 사람에게는 절대 주지 말라는 부끄러운 선거 및 돈 봉투 문화가 사라져야 한다.

더 이상 소수의 그런 교회 지도자들 때문에 다수의 목회자와 교인들이 긴 한숨을 쉬며 탄식하지 않게 해야 한다. 우리 모두 목사로 안수 받을 때, 장로로 장립할 때의 초심으로 돌아가 그 후 열심과 뒷심이 여일한 여생을 결단해야 한다. 그 까닭은 우리는 조만간 하나님의 최후 심판대에 서야 할 사람들이기 때문이다. 동시에 지금은 한국사회를 선도했던 한국초대교회 지도자들의 청렴한 모습을 ‘본받는 척이라도’해야 할 위기의 순간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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