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09/06) 한목협 제34차 열린대화마당

늘 취재의 대상이던 한목협에서 발제를 하게 되어 부담이 매우 큽니다. 주제가 “종교개혁 500주년, 한국교회 무엇을 어떻게 개혁해야 할 것인가?”여서 더 그렇습니다. 취재기자를 할 때와는 자세가 180도 달라졌습니다. 부디 용서하시고 들어주시기 부탁드립니다.

 

들어가는 말

“목표는 크게, 일에는 집중”. 심리학자 개리 레이섬이라는 토론토대학 교수는 큰 목표가 큰 성과를 가져온다고 설파했다.

CBS는 지난 1월 2명의 실무자를 배치하여 종교개혁500주년기획단을 출범시켰다. 그에 앞서 CBS는 국민일보와 업무협약 MOU를 체결하고 종교개혁 500주년을 함께 기념하기로 했다. CBS는 왜 인력을 투입해 기획단을 출범시켰으며, 국민일보와 CBS는 왜 시간을 들여 종교개혁 500주년에 주목하고 있는 것인가.

종교개혁 500주년, 그러니까 500년 전에 독일에서 일어난 개신교회의 출발점이 되었던 사건 정도로 알고 있었던 리포메이션(Reformation)은 그러나 그렇게 쉽게 인식하고 넘어갈 일이 아니었다는 것을 조금씩 깨닫게 되었다. 창피한 얘기지만 우리가 종교개혁이라 불렀던 단어는 사실 리포메이션이었고 리포메이션에는 종교라는 뜻이 없었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종교개혁이 아니라 오히려 개혁 또는 혁명이라는 보다 크고 넓은 의미였으며, 역사적으로도 그런 결과를 도출했다는 사실도 업무로서의 종교개혁을 공부하면서 알게 된 사실이다.

만남과 기획 그리고 인터뷰와 기획이 매일 반복되는 동안 CBS와 국민일보가 그렸던 ‘큰 그림’의 윤곽이 조금씩 드러나게 되었고 이제 완전히 그 모습을 드러내려고 하고 있다. 그 그림의 실체는 종교개혁 500주년을 맞이하는 한국교회가 공동으로 사용할 슬로건 ‘나부터 (            )’로 구체화되고 있다.

왜 나부터인가. 설명이 더 필요한 것이냐고 되물어도 이상하지 않을 만큼 한국교회 내외부에서 개혁의 요구는 임계점을 넘어섰다는 것이 일반적인 평가다.

목회자의 성추문은 이제 더 이상 뉴스가 되지 못한다. 교회 지도자들을 선출하는 잔치가 코앞에 다가온 시점이지만 교권을 둘러싼 이전투구는 당사자들 외에는 누구도 눈길을 주지 않는다. 교회에서 맘모니즘이라 점잖게 표현하는 황금만능의 문제는 뉴스에 오르내리는 부정한 기업가와 정치가의 협잡을 연상케 할 만큼 구리다. 매년 목회자는 쏟아져 나오는데 과연 그들에게서 소명이라는 의식을 찾아볼 수 있을지, 수준을 의심케 하는 이들이 적지 않다. 목회자를 배출하고 관리하는 총회와 노회는 목사 장로간 정치싸움으로, 세력간 이권다툼으로 교회의 내일을 어둡게 하고 있지 않은가.

모두가 개혁을 이야기하지만 모두가 부패했다고 단언해도 지나치지 않은 것이 오늘 한국교회의 엄연한 현실이다. CBS와 국민일보가 일반인을 대상으로 공모한 ‘종교개혁 500주년 한국교회 슬로건’에는 ‘나부터’가 포함된 후보작이 쏟아져 나왔다. 교회 지도자들이 ‘자 우리가 개혁에 동참하자’고 정치쑈를 하는 동안 많은 성도들은 ‘나부터 개혁하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었던 것이다.

개혁改革, 고칠 개 가죽 혁, 개혁이 쉬운 일인가? 내 몸의 가죽을 벗겨내 새 것으로 입히는 일이다. 함부로 입에 담기 힘든 말인데 너무나도 쉽게 회자되는 것은 아닌가. 500년 전 개혁가들이 그랬던 것처럼 뼈에 새기겠다는 각고刻苦의 결단 없이는 결단코 이루지 못할 일이다.

 

종교개혁500주년 한국교회 슬로건 ‘나부터 (            )’

배경

앞서 들어가는 말에서도 잠깐 언급했지만 ‘나부터 (            )’가 탄생되는 배경에는 CBS와 국민일보가 있었다. 종교개혁500주년기획단이 설치되기 이전에 국민일보와 CBS가 업무협약을 맺고 종교개혁 500주년을 함께 기획하자는 합의가 있었다.

지난 2월부터 CBS와 국민일보는 각 회사의 종교부 기자들을 초청해 취지를 설명하고 함께 협력하여 한국교회 캠페인을 전개하자고 했다. 같은 주제를 정하고 그에 따르는 기획을 국민일보는 지면으로 CBS는 TV와 라디오 방송으로 내보자는 데까지 의견이 모아졌다.

국민일보와 CBS는 한국교회의 수많은 종교개혁 500주년 행사 가운데 하나가 되는 행사는 하지 말자고 입을 모았다. 도하 교계언론에 등장하는 종교개혁 500주년 기사는 마치 1907년 한국교회 대부흥운동 100주년을 연상시키고 있었다. 기도회, 기념대회, 기념행사 등으로 500년을 회고하고 지금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하는가를 고민하는 정도로 파악됐다.

교단과 단체 그리고 개별 교회가 각각 1년 앞으로 다가온 종교개혁 500주년을 기념하기 위하여 연구하고 고민하고 있는데 언론사마저 같은 사업으로 뛰어들 이유는 없었다. CBS 이기운 단장과 국민일보 이승한 단장은 “언론사마저 행사를 해서는 곤란하다”는 인식에 공감했다. 교단과 단체와 교회가 추진하는 종교개혁 500주년 기념은 잘 지켜보고 잘 보도하되 이번 500주년을 계기로 한국교회가 보다 진일보한 결과물을 내놓을 수 있도록 언론사로서의 역할을 해야 한다는 입장을 견지했다. 한국교회가 공동으로 사용할 슬로건의 필요성에 대해 고민하기 시작한 것이 이 무렵이다.

논의의 출발과 전개

1. 종교개혁 500주년에 한국교회가 함께 사용할 슬로건은 필요한가?
2. 한국교회가 함께 공인하는 슬로건 제정은 가능한가?

두 가지 고민에 한 가지는 필요하다로 모아졌지만 가능성은 희박할 것이라는 예측이 나왔다. 한국교회를 잘 알지 않느냐, 그거 어려울 것이다, 그거 참 좋은 생각인데 쉽지는 않을 것 같다는 반응이 대체로 나왔다. CBS 경영진이 먼저 “추진”을 승인했다. 담당자로서 고개를 갸우뚱거리며 이게 과연 가능할 것인가를 고민하고 있는데 회사는 “하라”고 명령을 내린 것이다.

CBS는 우선 재단이사회에 참여하는 11개 교단과 ‘종교개혁 500주년 기념사업 협력을 위한 양해각서’를 체결했다. CBS 재단이사회에는 한국교회 주요 교단이 참여하고 있었으므로 이 때 양해각서를 체결하기 위해 모인 11명의 교단장(예장합동은 뒤늦게 서명에 참여했다)은 한결같이 “참 잘했어요”로 CBS의 행보를 격려했다. 이 때 모인 교단장들도 기대반 우려반의 목소리로 “잘 추진해보라”며 기대를 표명했다.

‘종교개혁 500주년 한국교회 슬로건’을 제정하는 일에 CBS와 국민일보만으로는 역부족이라는 판단을 하고 함께 힘을 모아줄 곳으로 한국교회 교단장회의를 찾았다. 국민일보와도 의견이 일치했다. 방향이 정해짐에 따라 24개 교단에 공문을 발송하고 CBS와 국민일보가 종교개혁 500주년 한국교회 슬로건을 제정하고 있다는 사실을 통보하고 협력을 요청했다. 교단 총회 사무총장(총무) 이하 국장급(신학전공자) 직원을 한 명씩 파송해 줄 것을 요청하고 교단실무자회의를 구성했다.

CBS와 국민일보의 요청에 부응한 교단에서는 실무자를 파송해주었고 현실적으로 실무자 파송이 어려운 교단에서는 결과를 통보해주면 협력하겠다는 뜻을 표명해왔다. 예장통합 예장고신 예장피어선 기장 기감 기침 구세군 루터교 등 8개 교단에서 실무자가 참석했으며 한목협에서도 사무총장이 옵저버로 참여했다.

당선작 없음

CBS와 국민일보가 대국민 공모를 통해 종교개혁500주년 슬로건 제정을 시행하기로 했다. 두 회사는 방송과 신문지면에 공고를 내고 웹사이트를 통해 공모작을 접수했으며 모두 600여 편의 후보작이 응모됐다. 외부 전문가로 이의용 교수(국민대) 문애란 대표(G&M 글로벌문화재단) 임성빈 교수(장신대) 등 세 분을 위촉(재능기부로 참여하셨으며 이 자리를 빌어 다시 감사의 인사를 드립니다)하고 교단실무자 세 명과 함께 심사를 진행했지만 불행하게도 당선작은 나오지 않았다. 그 대신 여섯 명의 심사위원들은 다수의 응모작 중 공통분모인 ‘나부터’를 찾아냈고 ‘나부터 (            )’라는 새로운 창작물을 내놓았다.

CBS와 국민일보는 공동 명의로 다시 24개 교단과 5개 연합기관에 공문을 보내 결과를 알리는 동시에 협력을 요청했다. 교단 총회 또는 총회임원회 그도 아니라면 해당 위원회에서 채택하는 절차를 밟아 행정적으로 뒷받침해 줄 것을 요청했다.

두 언론사가 추진하고 교단총회와 외부 전문가들이 팀을 이루어 탄생시킨 ‘나부터 (            )’는 7월 14일 열린 한국교회 교단장회의에 보고되어 박수를 받았다. 교단장회의에 참석했던 이들은 “한국교회를 대표하는 두 언론사가 힘든 일을 해냈다”면서 CBS와 국민일보를 치하하고 교단의 적극적인 참여를 약속했다.

심사에 참여했던 문애란 대표와 국민일보 디자인팀은 캘리그라피로 디자인을 했으며 엠블럼도 제작하는 등 시각화에도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한국교회 연합운동의 또 다른 가능성

‘나부터 (            )’의 의미는 보이는 그대로다. 별도의 설명이 필요한 것인지 모르겠다. 심오한 뜻이 담겨있어 별도의 설명이 필요하다면 슬로건으로서는 이미 실패한 것이라고 봐야 한다.

‘나부터 (            )’는 활용이 더욱 기대되는 슬로건으로서 그 의미가 더 크다. 사실 이 슬로건은 600여 편의 응모작 중에 공통분모가 되는 몇 개의 후보작이 있었지만 그 이전에도 주창자가 있었다. 루터교회 총회장 김철환 목사인데 그는 ‘나부터 개혁하겠습니다’라는 캐치프레이즈를 제시했었고, CBS 종교개혁500주년기획단이 인터뷰를 진행하면서 다른 몇몇 분들에게 자문을 구한 일이 있었다. 그중에도 이성희 목사(연동교회)는 ‘나부터’가 좋겠다는 조언을 했었다.

어쨌든 ‘나부터 (            )’는 활용에 더 큰 기대가 모아지는 슬로건이다. 긍정의 말이 뒤따를 수도 있으며 부정의 의미가 따라붙어도 이상하지 않다. 나부터 기도하겠다, 나부터 달라지겠다도 좋지만 나부터 거짓말하지 않겠다, 나부터 난폭운전하지 않겠다 등이 그런 사례다. 하지만 우리가 기대하지 못하는 기상천외한 활용이 나올지도 모를 일이다. 교단총회와 노회와 교회, 연합기관과 단체 등 한국교회가 함께 활용해주기를 기대한다.

‘개혁피로감’이라고 한다. 부패한 사회에서 개혁을 주창하는 것은 잠시 신선하게 느껴지지만 너도 나도 개혁을 외치면 식상할 뿐만 아니라 지겹다 이제 좀 그만하자는 반응이 나오게 된다는 것이다. 누구나 개혁을 외치고 누구나 공감하지만 한편에서는 그게 되겠느냐 예수님 오실 때까지는 안 된다며 자포자기하고 있다. 피곤하다고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CBS와 국민일보가 종교개혁 500주년에 개혁을 말하지 않을 수는 없다. 돌들이 소리칠까 두렵기 때문이다.

 

나가는 말

큰 불이 일어나기 위해서는 작은 시작 그러니까 착화점이 필요하다. 발화되는 작은 불씨에 불쏘시개가 더해져서 결국 큰 들불이 일어나는 것이다.

조선에서 활동한 선교사 사무엘 마펫 박사는 1910년 6월 스코틀랜드 에딘버러에서 열린 세계선교사대회에 참석해 발제를 하면서 ‘날연보’에 대해 언급했다. 이 시기 평양에서는 선교사들이 성경을 가르치는 사경회가 많이 열렸는데 사경회에 참석했던 이들(공부에 목말랐던)은 한 가지 메시지를 가지고 다른 사람들을 찾아가는데 여기서 날연보가 생겨났다.

이들은 복음전도일약정서(a subscription of the days of preaching)를 통해 자신이 온전히 하루 동안 복음전도에 매진할 것을 서약했는데 이것이 바로 ‘날연보’의 시초가 되었으며 3개월 만에 7만8천66일의 날연보가 계수되었다는 것이 마펫 박사 보고의 일부다.

선교사들이 사경회의 문을 연 것은 착화점이었으며 한 지방 사경회에서 35명이 900일의 날연보를 약정한 것을 시작으로 크고 작은 ‘불쏘시개’들이 이어지면서 결국에는 들불(평양대부흥운동)이 될 수 있었던 것이다.

CBS와 국민일보가 종교개혁 500주년을 기념하는 한국교회에서 벌어지는 캠페인의 착화점이 되었다고 자평한다면 지나친 과대망상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한국교회 24개 교단이 참여하는 한국교회 교단장회의가 우리의 ‘나부터’를 보고받았고 그 중 몇몇 교단은 적극적인 관심을 표명하고 실무자를 파송해 교단실무회의에 지속적으로 참여하고 있어 작은 불쏘시개의 역할을 하고 있다.

CBS와 국민일보는 ‘나부터 (            )’ 운동이 2017년 종교개혁 500주년의 한국교회에 들불처럼 일어나 1907년 대부흥운동에 필적할 만한 사건이 되기를 기대하고 희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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