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민 목사, 진솔함 담은 시집
“목회 실존 보여주고파” … 찬양간증 음악회도

-초보운전-

하나님 답답하시죠
저도 환장합니다

우째 나 같은 사람에게
핸들 맡겨 놓으시고
얼마나 갑갑하시겠습니까?
저도 죽을 지경입니다

초보 때는
조심이라도 했었는데
지금은 과속에 난폭 운전
가리는 게 별로 없습니다

어느 게 브레이크인지
어느 게 악셀레터인지
아무거나 막 밟습니다

하나님
제 목회하는 거 보시면
아찔아찔 하시지요
저도 제가 무섭습니다

(이상민 목사의 <잔칫집> 28페이지)

대구서문교회 이상민 목사가 시집 <잔칫집>을 냈다. 담임목회 20년, 환갑의 나이에 써내려간 15줄의 시(詩)들에서 이상민 목사의 또 다른 매력을 만날 수 있을 것이다.

언뜻 보아도 어느 정도 목회경력이 있는 목회자가 쓴 시(詩)임을 쉽게 알 수 있다. 짧은 시구(詩句)에 여전히 농익지 않은 목회에 대한 자기반성, 그럼에도 자신이 목회자라는 자의식이 행간마다 물씬 느껴진다. 이 시를 지은 주인공은 이상민 목사(대구서문교회)이다.

한 교회에서 20년 담임목회를 했다면 인간적인 입장에서 나름 성공한 사례로 꼽는다. 20년 운전 경력자를 베테랑 운전사로 인정하는 것처럼 말이다. 그러나 작시자 이상민 목사는 난폭운전 하듯 여전히 본성에 이끌려 목회하려는 ‘초보 이상민’을 고발하고 있다.

“목회 연륜이 쌓일수록 성숙하고 하나님을 기쁘시게 해드려야 하는데, 갈수록 겁도 없이 내 뜻대로 목회하는 것 같아 하나님 보시기에 얼마나 아찔할까를 생각해 보았습니다. 목사로서 제 스스로를 봐도 무섭습니다. 하나님의 영광을 도둑질하는 것이 아닌지? 처음 순수한 마음은 온데간데없고 난폭 운전을 하듯 목회하는 모습을 반성하는 내용을 담아보았습니다.”

이상민 목사는 최근 <잔칫집>이라는 시집을 발간했다. 이상민 목사하면 얼마 전까지 교단 현안마다 앞장서 개혁을 외치던 모습을 그릴 것이다. 그러나 3년 전부터 그는 외부활동에는 두문불출했다. 오롯이 자신의 목양지 대구서문교회 목회에 집중해 오고 있다.

이 기간 이상민 목사는 간간이 시를 썼다고 한다. 가볍게 써내려갔던 시가 어느새 300편을 훌쩍 넘겼다. 하루하루 썼던 시들을 개인 계정의 소셜네트워크(SNS)에 올렸는데, 시를 접한 교인은 물론 지인들로부터 “진솔하다” “재밌다” “공감이 간다”는 등의 피드백이 있었다. 그리고 시집을 내라는 권유도 많이 받았다. 고민 끝에 ‘살짝’ 못이기는 척 용기를 내 100편의 시를 추려 시집을 내게 됐다고 했다.

이상민 목사는 “누가 이 글을 보고 시라고 하겠습니까? 그저 수채화를 그리듯 옮겨놓은 나의 넋두리이며 작은 외침으로 보면 좋겠습니다. 시에서 보듯이 목사 이야기를 많이 썼습니다. 추상적이고 관념적인 목사가 아니라, 목회를 하면서 실제 아파하고 고민하는 실존의 목사를 보여주고 싶었습니다”라는 말로 시집 발행의 의미를 설명한다.

실제 15줄 내외의 시를 읽노라면 이상민 목사의 생각을 하나의 스토리로 함축성 있게 정리해놓은 것 같다. 마치 메시지가 있는 한 편의 수필을 대하는 듯하다. 그렇다고 모든 시가 심각한 것만은 아니다. 이상민 목사 특유의 익살스러움과 진솔함이 묻어 있는 시들이 많아 읽다보면 절로 미소가 지어지기도 한다. 그래서일까? 시를 접한 성도들은 목사의 세계를 이해하게 됐다고 하며, 목사들에게는 공감과 동시에 역지사지의 기회를 갖게 된다는 반응을 받고 있다고.

 
이상민 목사가 테너 최승원 교수와 함께 간증과 찬양이 있는 음악회를 열었다. 이번 음악회에서 이상민 목사가 최승원 교수와 아버지 이성헌 목사와 함께 ‘저 멀리 뵈는 나의 시온성’을 부르고 있다.
이상민 목사가 테너 최승원 교수와 함께 간증과 찬양이 있는 음악회를 열었다. 이번 음악회에서 이상민 목사가 최승원 교수와 아버지 이성헌 목사와 함께 ‘저 멀리 뵈는 나의 시온성’을 부르고 있다.

시집 <잔칫집>이 갖는 또 다른 의미가 있다. 소외된 자의 이웃이 되어주는 목회를 펼쳤던 이상민 목사는 판매 수익금 전액을 서문복지재단에 기증해 장애인을 돕는데 사용하기 때문이다.
한편, 이상민 목사는 시집 발간과 때를 맞춰 7월 15일 테너 최승원 교수와 함께 ‘은혜로다’라는 이름으로 간증과 찬양이 있는 음악회를 열었다.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이상민 목사는 학부에서 성악을 전공했다. 오페라와 가곡의 밤 등에 다수 출연했고, ‘저 높은 곳을 향하여’라는 찬송가 독창곡집을 내기도 했다.

이날 음악회에서 이상민 목사는 자신의 인생 및 목회여정에서 은혜를 받았던 찬송을 부르며 간증했다. 또한 메인 출연자인 최승원 교수 외에도 아버지 이성헌 목사, 대구서문교회 성도들과 함께 호흡을 맞춰 찬양을 하는 등 잔잔한 감동이 있는 무대를 이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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