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처음 예배당 건축. 1984년 5월 13일 입당했다. 모두 어디에 계실까?

며칠, 주일 강단에 설 것을 생각하며 가슴이 설렜다.
목회 30년 동안 날마다 새벽기도를 인도하고, 주일마다 몇 차례씩 설교했던 강단이니, 설교는 내 삶이고 생활이었는데도 이렇게 기쁜 것은 특별한 경험이다. 오랜만에 우리 교회에 어떤 말씀을 전할까 기도하며 묵상했다. 담임 목사님이 두 주간 해외여행과 교회 탐방에 나서면서 강단을 부탁한 것이다.

교회 개척으로부터 30년,
몇 사람으로 시작한 교회가 대가족이 되기까지 함께 했으니 모두가 가족같이 지냈던 교인들이다. 그러니 후임 목사와 교인들의 새로운 관계 형성까지는 상당한 기간이 필요한 것이다. 그런 일을 위해 물러나는 목사와 교인들 관계는 끊어지는 것이 마땅하다 싶어 설교를 사양했다.
후임 목사가 물려받은 교회를 잘 파악하고 교인들과 원만한 관계를 이루는 일이 쉽지 않다. 선임 목사의 설교가 귀에 익었고, 마음도 같이 했고, 교회의 여러 가지 믿음의 습관이나 행사를 함께 했으니 변화가 쉽지 않은 것이다.

우리 교회는 이렇게 시작되었다.
5·18 광주 민주화 운동이 있었던 1980년 연말에 동명교회 교육전도사 직을 사임했다. 청년시절부터 출석했던 교회였고, 신학교에 가면서부터 교육부분 전도사로 일하게 되었다. 개척 교회 예배처소로 풍향동에(광주광역시 북구) 2층을 전세로 얻었고, 몇 명이 모여 주일예배를 드리기 시작했다. 전남노회가 주관한 설립예배를 2월 1일 주일 오후에 드렸지만, 동산교회의 시작은 첫 예배를 드린 1980년 12월이다. 황영준 전도사와 황영환 집사 두 가정이 함께 했던 것이다. 오래된 건물이라서 예배장소도 시원찮았다. 새로운 교인을 모시기가 미안했다. 부끄럽기도 하고.

처음에는 날마다 예배당에서 잠을 자고 새벽 기도를 드렸다.
새벽에 나온 사람이 없을 날이 많았다. 돌이켜보면 강단은 혼자 밤새우던 기도의 자리요, 한두 사람이라도 나오면 말씀을 선포했던 말씀 선포의 자리요, 개척 전도사의 눈물과 부르짖음과 영혼의 호흡이 짙게 배인 자리였다.
1981년,
신학기에 전남대학, 조선대학, 교육대학에 입학한 청년 몇이 나오면서 교회가 힘을 얻었다. 토요일에 모이는 성경공부반도 시작했다. 앞길을 예비하는 젊은이들, 고해 같은 인생의 험한 풍파에 방황하는 사람들, 실패와 슬픔과 분노로 마음 아픈 사람들, 손잡아주는 이 없어 고독하고 주저앉은 사람들에게 예수 그리스도의 복음을 전하는 교회가 되고 싶었다. 성경 중심으로 믿음의 소망을 붙들자고 외쳤던 강단이었다.

“오랜만에 여기 서니 가슴이 벌렁거립니다. 하나님께서 우리 교회를 사랑하십니다...”
인사로 설교를 시작했다. 요한복음 13장 말씀으로 “너희가 서로 사랑하면” 이란 제목이었다. 예수께서 마가 요한의 다락방에서 제자들과 최후 만찬을 나누시고 하신 말씀이다. ‘내가 너희를 사랑한 것처럼 너희가 서로 사랑하라.’는 권고였다. 십자가를 눈앞에 두고 하신 말씀이다.
개척하여 시작한 교회, 한 사람씩 새로 들어오는 교인마다 반갑게 맞았고, 믿음이 성장하도록 지도했고, 가정 일로 서로 기도하며, 교회를 일을 함께 이루어왔던 고마운 성도들 아닌가. 쉽게 잊힐 사람들이 아니다. 눈물 나게 귀한 사람들, 고마운 동역 자들이다. 칭찬하고 위로하고 싶은 분들이다.
이미 강단을 내려온 내게 하나님이 베푸신 큰 은혜와 복이 임하였고, 일용할 양식 주셨고, 간절한 기도에 응답하셨고, 심은 대로 좋은 것으로 거두게 하셨고, 보람과 기쁨으로 인도하셨다고 간증하고 싶었다. 이런 이야기는 다하지 못했다.

예배를 마치고 출입문에서 얼굴을 맞대고 인사를 나누며 두 손을 잡는다.
지난 세월의 따뜻한 사랑이 만져지고, 감사와 축복과 간증이 뜨겁게 솟는다. 그리운 사람들, 고마운 사람들, 주 예수 그리스도께서 사랑하는 교회, 자랑스러운 교회 아닌가.

사도바울이 빌립보 교회를 향해
“나의 사랑하고 사모하는 형제들, 나의 기쁨이요 면류관인 사랑하는 자들아 이와 같이 주 안에 서라”.하던 그 심정을 조금은 더 진하게 이해되는 것 같다. 영광스러운 주님의 교회여! 항상 은혜 충만할지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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