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목사지만, 설교를 잘하지 못하는 축에 속하는 목사다. 나는 음악치료사이지만 연주를 잘 못하는 축에 속하는 음악치료사이다. 그런데 내가 딱 하나 잘하는 게 있다. 바로 막힌 하수구 뚫는 거. 하핫~. 어제 직원이 하수구가 막혔다길래 ‘그까이꺼 머~’하면서 한방에 뚫어버렸다. 하수구에 뚫린 구멍으로 막혔던 똥과 각종 오물이 물에 떠밀려 쭈욱 빠지는 모습을 보니 기분이 매우 좋았다. 그렇다고 내가 변태적 취향을 가진 것은 절대 아니니 오해하지 마시라.

내가 잘 못하는 것과 잘 하는 것에 대한 자기인정이 되었을 때, 다음의 내 삶에 다음과 같은 변화가 일어나더라.

첫째, 내가 잘하지 못하는 것을 스스로 인정하지 않았을 때는 내가 그것을 했을 때 사람들이 어떻게 반응하는가 눈치를 보게 되고, 사람들의 반응이 시원치 않을 때는 낙심이 되고 좌절이 되더라. 누가 뭐라고 하지 않는데도 있는 힘을 다해 할 일을 해놓고도 우울모드에 빠지게 되더라. 그렇게 내가 나를 스스로 불행하게 했던 것이다. 어리석게도 말이다.

둘째, 내가 잘하지 못하는 것에 대해 자기인정을 하고나니 좀 더 잘하고자 노력하게 되더라. 나는 이게 특별히 감사한 이유가 있다. 어떤 사람은 자기의 부족함이 외부에 노출이 되었을 때 자존심 상해하고 그래서 회피하거나 포기해버리기도 하는데, 나는 더 많은 준비를 하게 되고 더 잘 하려고 노력하게 되더라. 그리고 무엇보다, 내가 잘 못한다는 것에 대해 스스로 인정이 되니까, 그런 나를 수용하게 되면서 내가 내 자신에게 상처를 주지 않게 되더라. 이렇게 솔직하게 내가 나 자신을 인정하고 수용하게 되니까 나의 콤플렉스가 나를 위축시키고 퇴보시키기는 부정적 에너지로 작용하기 보다는 오히려 어제보다는 오늘 좀 더 진보하게 하는 긍정적 에너지로 작용하더라. 그러면서 콤플렉스는 그것을 받아들이는 사람의 태도에 따라 사람을 죽이기도 하는 에너지가 되고 사람을 살리는 에너지가 되기도 하는 것임을 깨달았다.

셋째, 내가 잘하는 것을 발견했을 때의 기쁨을 어찌 말로 다 표현 할 수 있겠는가? 나는 막힌 하수구를 잘 뚫는다! 나 이런 사람이야~ 나 이런 사람이야~(ver. DJ DOC). 허허허…. 막힌 하수구를 뚫으려면 전문가를 불러야 하는데 비용이 좀 세더라. 그래서 내가 뚫기 시작했는데, 그간 관리비용을 꽤 많이 줄일 수 있었다. 나는 그렇게 하수구라도 잘 뚫을 수 있는 재주라도 있어서 기분이 좋을 뿐만 아니라 행복하다. 하핫~. 사람은 이렇게 자존감이 세워지고 자기효능감이 생길 때 행복해지는 것이거늘...!

지난 금요일, 동네 중학교에 뮤직테라피 프로그램을 진행하러 갔었다. 10여명 모인 아이들 중에 유난히 자존감과 자기효능감이 없어보이고 우울감이 많아 보이던 아이 하나가 있었는데, 금새 사라지고 보이지 않았다. 학교였기에 그 아이가 안 보여도 내가 어떻게 할 수 있는 게 없어서 남은 아이들과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잠깐 쉬게 되었는데 내 눈에 사라졌던 그 아이가 내 뒤 교실 한 구석에서 쭈구리고 앉아 울고 있었던 것이다. 어휴~, 안쓰러워서...

내 앞에 앉히기까지 팽팽한(?) 긴장 속에서 밀당을 해야 했는데, 내가 그때 느낀 것은 그 아이가 누가 자신의 손을 잡아주기를 바라는 마음과 아무도 자신을 필요로 하지 않는다고 느껴지는데서 오는 슬픔 혹은 분노를 가지고 있는 것 같았다. 결국, 아이는 나와의 지속적인 눈마주침과 지지의 말에 악기를 연주하기 시작했고 입을 벌려 노래를 부르기 시작했는데, 목소리가 얼마나 크던지…. 중3이 되는데도 체구는 초등학교 3-4학년 정도밖에 되지 않은 아인데 노래 부를 때는 또래 아이들 이상으로 큰 소리를 내어 불렀다. 옆에 있는 선생님도 아이의 그런 모습을 놀란 눈으로 바로보실 정도였다. 그러면서 말을 하기 시작하는데 얼마나 재잘재잘 거리며 말을 잘하는지….

내가 볼 때, 그 아이는 신체적 콤플렉스를 가질 수밖에 없어보였고, 그로 인해 자존감이나 자기효능감이 낮을 수밖에 없었을 것이고, 그런데서 오는 자신감 결여와 피해의식으로 원만한 대인관계를 맺을 수 없었을 것이다. 그런 아이가 누구보다 더 열심히 연주하고 노래를 부르고, 또 자신의 고민과 아픔을 털어놓았고, 그 과정 속에 몇 몇 치료적 접근법으로 아이에게 도움을 주는 말을 몇 마디 해주었을 때 아이는 잃었던 자신감과 용기를 찾는 것 같았다. 아이러니컬하게도 그 아이는 내가 여태껏 만난 아이들 중 가장 부정적 에너지를 많이 내뿜던 아이였는데, 결국에는 어떤 아이들 보다도 긍정적 에너지를 많이 발산한 아이였다.

한 주간의 삶을 정리하고 주일을 준비하면서 그 아이나 나의 공통점과 차이점이 무엇인지를 생각해보았다. 차이점은 나이도 다르고 성도 다르고 하는 일도 다르고... 하여튼 차이점이 너무 많았다. 반면에 자존감이 낮고 자기효능감이 떨어졌을 때는 불행하고 자존감이나 자기효능감을 많이 느낄 때는 행복했다는 것이다. 결국, 사람은 애나 어른이나 남자나 여자나 다 똑 같은 것을...!

사람이 예수님께 진심으로 나아갈 때, 예수님은 우리로 하여금 우리 자신이 잘하지 못하는 것과 잘하는 것에 대해 정직하게 직면할 수 있는 기회를 주신다. 용기를 가지고 그 기회를 겸손하게 붙잡을 때, 예수님은 우리의 약한 우리를 강하게 하시면서 버려야 할 불행을 버리고, 누려야 할 행복을 누리게 하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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