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10/22) 한목협 제30차 열린대화마당

박근혜 대통령의 통일대박론에 근거하여 남한 내 통일에 대한 이미지가 긍정적으로 변한 것은 사실이다. 그 동안의 통일에 관한 생각은 이념의 문제로 여겨 남남갈등의 원인이었으며 경제적으로는 부담이었던 것이 사실이다.그러나 통일이 희망이 될 수 있다는 인식전환이 생겨난 것은 무척이나 고마운 현상이다.

통일의 여러 전조 현상이 있다고 보는데 그 중에 하나가 북한이탈주민(이하 탈북민)의 증가라고 볼 수 있다.이들을 통해서 미리 다가온 통일을 경험할 수 있는데 이들과 함께 하는 작은 통일의 경험이 후에 더 큰 통일을 담아낼 수 있을 것이라는데 이견의 여지가 없다.

이렇게 다가온 작은 통일인 탈북민들을 두고 한국교회는 어떻게 움직여야 할까? 또한 한국기독교는 통일의 작은 현상을 대하면서 앞으로 더 큰 통일을 어떻게 준비해야 할까? 성경 안에서 몇 가지 모델들로 제안하고자 한다.

1. 탈북민을 품으라 (요셉 모델)

한국사회 내에 들어온 탈북민들을 품는 정부만의 역할만으로 한계가 있으며 민간단체 그 중에서도 교회는 아주 중요한 역할을 감당할 수 있으며 현재 많은 교회에서 이 일들을 감당하고 있다. 창세기에 나오는 요셉이 애굽에 미리 내려가서 이스라엘을 흉년에서 건진 것이 현재의 남한 내 탈북민의 모델이 될 수 있다. 90년 중후반부터 한국사회에 들어온 초기 탈북민들은 대부분 중국에서 교회와 선교사들의 도움을 통해 한국에 입국하여 한국교회에 자연스럽게 적응했다.

탈북민을 품는 일은 탈북민 이해가 전제되어야 한다. 문화적 차이로 오는 다른 방식의 감정표현과 의사소통방식으로 인해 한국교회가 탈북민을 이해하기 전에 물질로 품는 일이 대부분 경우에 있는데 이로 인해 많은 교회가 탈북민을 품는 일에 어려움을 호소하곤 한다. 이 일은 시간이 많이 걸리는 일이며 좀 더 전문적인 지식과 손길이 필요하다.

물질후원 중심이나 정서적 공감대를 형성하지 못한 탈북민 품기는 단기간의 사역이나 일회성 행사로 마치곤 한다. 그렇게 될 때 도움을 받는 탈북민 입장에서 차후에는 이런 일들에 대해 방어적이 되어버린다.

탈북민들을 품는다고 할 때에는 그리스도의 사랑으로 꾸준하게 작지만 장기적 관점에서 바라볼 필요가 있다. 적어도 3-5년 정도의 기간으로 접근할 것을 제안하며, 단기적 사역에 이용하거나 행사 위주로 탈북민들을 동원하기보다는 개인적인 관계, 정서적 후원, 실제적이지만 부담스럽지 않은 선에서의 물질 후원 등이 탈북민을 실제적으로 품는데 도움이 된다.

교회적으로는 여건이 허락된다면 탈북민들을 위한 작은 후원그룹을 만들거나 기도모임을 활용하여 이러한 역할을 감당할 수 있도록 하고 더 여건이 된다면 탈북민을 섬기는 부서를 만들어 보기를 제안한다.

2. 탈북민과 함께 하는 교회 세우기 (안디옥교회 모델)

탈북민이 한국 사회에 들어오기 시작한 것이 90년 중반으로 본다면 20년이 되어가고 있다. 그러나 여전히 한국사회에서 2등국민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이는 한국교회 안에서도 마찬가지이다. 아래는 탈북민들이 말하는 한국교회 내에서의 위치이다.

a. 자신들을 있는 그대로 받아주지 않는다.
b. 교회는 부유한 자들만이 가는 것 같다.
c. 한국사람들은 언제나 가르치려 든다.
d. 함께 하고 같이 나누고 싶은데, 그럴 기회를 주지 않는다.
e. 교회직분을 받는데 장벽이 너무 높다.
f. 교회 용어가 낯설고 그들만의 문화에 진입하기가 어렵다.

한국교회는 분단 70년 동안 남한문화 중심의 교회로 고착되어 성장 발전해 왔다. 이제 탈북민의 등장으로 남한문화와는 다른 북한문화를 경험하고 작지만 경험하고 있다. 이렇게 남한문화 중심의 교회가 통일 후에 북한문화 가운데 적응할 수 있는 교회를 세우기 위해서는 지금부터 남북의 문화가 복음 안에 융합되어 유통되는 교회를 세우는 것이다. 그것은 이미 와 있는 탈북민들과 함께 남한 땅에서 교회 세우는 작업을 하는 것이다.

현재 대략적으로 이러한 형태의 교회는 북한출신의 목회자들이 세운 교회가 20여 개 미만이며, 남한목회자가 세운 교회는 15개 미만이다. 이들 교회들은 작지만 실험적인 교회들로서 향후 통일 전후 과정에서의 모델링을 할 수 있는 교회들이다.

이 과정에서 세워지는 교회는 사도행전 11장에 등장하는 안디옥교회가 좋은 모델이다.

3. 북한교회 세우기의 주체로 세우기 (모세와 아론 모델)

향후 북한교회를 세우는 주체는 여럿이 있다. 북한 지하교회와 조그련, 탈북민 목회자 또는 성도, 남한 목회자 그룹이다. 이들은 각자의 역할을 하게 될 것인데, 이들 중 가장 큰 역할을 할 수 있는 그룹은 탈북민 목회자와 성도들이다. 남과 북의 문화를 경험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탈북민의 가장 큰 아킬레스건은 어려운 시기에 조국을 버리고 남한으로 내려왔다는 비난일 것이다. 이것만 극복할 수 있다면 탈북민들이 고향으로 돌아가 교회를 세우는 일은 매우 자연스럽고 주체적인 일이 될 것이다.

이 일에 남한 성도들이 함께 동참할 수 있다면 탈북민들의 아킬레스건을 좀 더 희석시킬 수 있을 것이다. 교회 세우기의 주체는 탈북민들이 되어야 하겠지만 간접선교의 영역인 교육과 복지의 영역은 남한교회와 성도들의 영역으로 구분하여 함께 올라간다면 북한 마을 공동체에 교회를 중심으로 한 총체적 선교를 이룰 수 있을 것이다. 어느 정도 시간이 흐른 뒤에는 남한 사역자가 북한 지역에서 간접선교를 기반으로 교회 세우기에 함께 동참하는 형태가 바람직하다고 본다. 이는 도망자로 이스라엘 공동체를 떠난 모세가 후에 아론과 함께 사명자로 돌아오는 모델로 볼 수 있을 것이다.

현재의 한국교회가 북한선교를 논할 때에 통일 시 북한 주민을 대상화하여 그들을 수동적인 위치에 놔두고 한국교회가 주도적으로 일하려 하기 보다는 북한 주민들의 눈높이에서, 그들이 주체로 나설 수 있도록 지금부터 분위기와 여건들을 만들어 나가는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그렇지 않고 한국교회가 주체가 되려고 할 때에는 북한 주민들의 마음을 얻을 수 있는 영역에서부터 시작할 수 있는 논의가 있어야 할 것이다.

4. 한국교회 통일선교 컨트롤타워 구축하기 (예루살렘교회 모델)

통일의 시기가 언제인지는 모르지만 요즈음 한국교회 내에서 통일을 논의하는 분위기는 과거 어느 시기보다 활발하다. 그러나 각계 각층에서 대동소이하거나 중복되는 정책들이 제시되고 또는 개 교단이나 개 단체들만의 비전들이 전체를 대표하는 목소리로 비춰질 때가 종종 있다. 이를 위해 한국기독교의 이름으로 통일과정에서의 기독교의 역할에 대한 로드맵과 그 후의 과정에 대한 대략적인 방향을 제시할 수 있는 컨트롤 타워가 절실히 요구되는 시점이다.

물론 현재의 상황은 각 교단 내에서도 통일 정책과 비전을 구체적으로 담아낼 기구들이 변변치 않은 것이 사실이다. 이는 교계 내 통일선교 관련 전문인력의 부족이 주된 원인이지만 근본적인 이유는 북한의 문이 열리기만 하면 각 교단은 현재의 위상을 유지하면서 그대로 올라가서 깃발을 꽂겠다는 인식이 대부분이기 때문이며 그로 인해 구체적인 전략을 수립하지 못한 것이 사실이다.

그러므로 우선은 한국교회의 각 교단 내에서의 통일 정책을 수립하고 실행할 수 있는 위원회나 팀들을 조직 내지는 재정비하여 교단 내에서 전문인력을 영입하거나 양성하여 교단에 맞는 전략들을 생산해야 할 것이다.

그 후에 한국기독교는 교단들의 총의를 담아 낼 수 있는 한국기독교 통일정책 컨트롤 타워를 만들 필요가 있다. 이는 현재 한국교회 연합기구들을 새롭게 재정비해야 할 필요가 제기된다. 이것이 시간이 오래 걸리거나 요원한 일이라면 통일정책을 논의하는 한국교회의 연합기구만이라도 출범하여 통일정책 컨트롤 타워 역할을 감당하게 할 수 있다.

이 컨트롤 타워는 통일 전후 시기에 반드시 필요하게 될 전망인데, 그 이유는 어떤 형태의통일이 되느냐에 달리긴 하지만, 대략적으로 통일 시 향후 10년 정도는 북한 지역의 안정화를 위해 정부관리체제가 필요할 것으로 전망되는데 종교계 역시도 정부관리체제 하에서 왕래가 가능하다고 본다. 그렇다면 한국기독교는 하나의 기구를 통해서 북한 지역으로 올라갈 가능성이 높으며 이를 위해서는 지금부터 통일정책을 논의하고 의결하는 연합체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본다.

이는 사도행전에서 초대교회의 중요한 일들을 결정하는 모체로서의 예루살렘교회의 모델에서 찾아 볼 수 있을 것이다.

※ 하광민 목사는 성균관대 철학과, 총신대신대원을 졸업하고 고든콘웰신학교(성경신학 Th.M), 남부침례신학교(선교학 Ph.D) 유학 후에 돌아와 탈북민 목회와 일반 목회를 동시에 배우고 경험했습니다. △NIM(북한내륙선교회) 창립대표 △북한사역목회자협의회 창립대표 △쥬빌리 통일구국기도회 사무총장을 역임했습니다. 현재 총신대신대원 실천신학 강사와 통일시대를 준비하라는 부르심에 순종하여 생명나래교회를 개척하여 섬기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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