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설립 70주년 고 김광일장로 추모세미나를 앞두고

2013년 말 “변호인”이라는 영화가 개봉 한달만에 천만관객을 동원하면서 극장가에 돌풍을 몰고 왔습니다. 영화에는 가공의 이야기들도 있지만, 기본적으로 ‘부림사건’이라는 실화가 바탕이 되었고, 그러다 보니 사회전반에 많은 논란을 일으키기도 했습니다.

물론 이 영화의 주인공은 고 노무현 대통령을 암시하는 송우석 변호사입니다. 그러나 속물인간이었던 이 송 변호사를 사람으로 만드는 김상필 변호사에 우리가 더욱 주목하는 것은 그가 김광일 장로를 암시하는 인물이기 때문입니다.

나는 이 영화를 보면서 많은 생각을 했습니다. 송우석 변호사 - 그는 가난과 싸우면서 상고를 졸업하고 사시에 합격하여 변호사가 된 입지전적인 인물입니다. 그러다보니 그의 꿈은 다른 것이 아닙니다. 어떻게든 돈을 벌어서 가난의 한을 털어내고 떵떵거리며 사는 것입니다. 자식들을 남부럽지 않게 키우고, 아내와 오순도순 살아가는 소박한 행복입니다. 게다가 주머니에 돈이 생기니 동창회장도 맡으면서 약간의 명예와 권력도 즐기려고 하는 소시민적인 사람입니다. 이처럼 영화에서 그리려고 하는 송 변호사는 다분히 속물적인 인간의 모습입니다.

예나 지금이나 많은 사람들은 이런 가치관을 갖고 살아갑니다. 어찌 보면 교회도 우리 사회에 그런 사람 만드는 것을 부채질하면서 도와주었는지 모릅니다. 가난에 둘려있던 시절, 믿음으로 긍정적인 희망을 일깨웠습니다. 하나님을 잘 믿으면 병도 낫고 잘 살게 된다는 삼박자 신학의 영향이 한국교회에 컸습니다. 그 결과 믿음은 수단이 되고 잘사는 것이 목적이 되는 기복신앙으로 흘러가 버린 것입니다. 많은 영화 속에 등장하는 개신교인의 캐릭터가 좀 속물스러워 보이는 것이, 기분은 나쁘지만 전혀 틀린 얘기는 아닙니다. 송 변호사처럼 대부분의 복음적인 그리스도인들은 사회와 역사의 흐름에서 고립된 섬처럼 그저 자기와 가정과 교회의 틀 안에서 살아왔습니다.

그런데 거기에 예외 되는 분이 있었습니다. 영화 속의 김상필 변호사처럼 인권을 위해서 싸운 김광일 장로입니다. 부산중앙교회에서 자라서 믿음과 열정으로 교회를 섬겼던 그는 당대 대부분의 교인들과는 달리 인권운동의 최전선에 서있었습니다. 서슬 시퍼런 군사독재정권 시절, 대부분의 변호사들이 몸 사리면서 시국관련자들의 변호를 기피하던 그때, 그는 적극적으로 그들의 방패막이가 되었습니다. 죄 없는 이를 죄인으로 만드는 왜곡된 국가권력에 항거하면서, 힘없는 자들의 인권을 지키려 했던 그는 자연히 부산의 인권운동의 대부가 되었습니다.

또한 그런 인권운동은 정치 민주화의 필요성을 절감하게 했고, 그로 하여금 자연스럽게 민주화운동에 앞장서게 했던 것입니다. 거기에는 당연히 많은 협박과 억압, 시련과 위기가 따라왔고, 그러므로 더 많은 용기가 필요했습니다. 그리고 그 용기는 바로 신앙에서 나오는 것이었습니다.

많은 교회가 정교분리라는 교묘한 교리를 앞세우면서, 불의 앞에 눈을 감고 거짓에 대항하지 못하면서 오히려 권력의 비호아래 숨어있을 때에, 김 장로님은 거룩한 분노로 불의와 거짓에 대항했습니다. 그리고 이것을 위해서 기꺼이 값을 지불했습니다. 이것이 참된 신앙이 아니고 무엇이겠습니까? 이것이 제자의 삶이 아니고 무엇이겠습니까?

그러한 분이 우리 교회의 장로였다는 것이 얼마나 자랑스럽습니까? 그것은 우리 교회만의 자랑이 아니라, 우리 보수교단의 자랑이고, 아니 한국교회의 자랑입니다. 속물적인 송우석 변호사의 모습만이 한국교회에 있었던 것이 아니라, 그를 인간답게 만들어준 김상필 변호사의 모습이 한국교회에 있었다는 것이 얼마나 자랑스러운 것입니까! 단순한 자랑이 아니라, 그의 행동하는 신앙이 어떤 것인가를 좀 더 밝히고 그것을 본받으려고 해야 합니다.

바로 그런 점에서 우리 교회는 설립 70주년을 맞이하여 “고 김광일장로 추모 세미나”를 갖기로 했습니다. 학창시절부터 엠네스티 활동을 통해 장로님과 교분을 가진 고신대 이상규 교수님이 세미나에서 논문을 발표해 주시기로 했습니다.

이것은 돌아가신 분의 명예를 위해서가 아닙니다. 그는 이미 하나님 품에서 세상의 어떤 것과 비교할 수 없는 명예와 영광을 누리고 있을 것입니다. 사사로이 가족들을 위한 행사는 더더구나 아닙니다.

이것은 우리 교회와 더 나아가서 한국교회를 위한 것이요, 바로 그 교회의 지체가 된 우리 자신을 위한 것입니다. 이 시대에 그리스도의 제자로 어떤 길을 가야하겠는가, 어떤 삶을 살아야 하겠는가? 이것을 돌아보는 은혜로운 세미나가 될 것을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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