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선교사로서의 소명을 신중하고 분명하게 확인해야

최근 목회를 은퇴한 후 선교지에 선교사로 나오는 목회자들의 숫자가 점점 늘고 있으며, 이런 추세는 더욱 급증할 것으로 여겨진다. 국내 목회의 은퇴가 모든 사역에서의 은퇴가 아니기 때문에 백세시대를 맞이해서 바람직한 현상이라고 볼 수 있다. 다만 다른 모든 사역과 마찬가지로 준비되지 못한 시니어 선교사는 여러 문제를 가져오기 때문에 미리 주의 깊게 준비하는 지혜가 필요하다. 본인 또한 교회 개척 사역 20년 후 조기 은퇴하고 선교지로 나왔기에 이런 점에서 더욱 절실히 깨닫는 점들이 많이 있다. 조기 은퇴 후 다양한 방식으로 선교를 위한 전문적인 훈련을 경험했음에도 시니어 선교사가 지닌 한계와 문제는 그리 만만하지 않았다.

우선 시니어 선교사를 꿈꾼다면 선교로의 구체적인 부르심과 선교에 대한 열정을 확증하길 바란다.
다시 말해 지역교회 목회 은퇴 후 선교지에 시니어 선교사로 나오는 것은 단순히 노후 대책이나 소일꺼리로 하는 게 결코 아니라는 뜻이다. 상당수 시니어 선교사들이 지역교회 목회의 연장으로서 은퇴 이후 삶의 공백과 허전함을 달래려고 선교지에 나온다. 이 경우 정상적인 선교가 이뤄질 수 없다. 선교사로서의 정체성을 갖추지 못하며, 다른 선교사와의 협력과 동역도 불가능하다. 오히려 다른 선교사들 특히 젊은 선교사들에게 거침돌이 된다. 시니어 선교사로 나오기 전에 무엇보다 해외 선교사로서의 소명을 신중하고 분명하게 확인하길 바란다.

다음으론 선교사로서의 전문성과 사역을 위한 모든 준비를 철저히 하는 것이다.
선교 현장에 와서 오랜 국내 목회 경험만으로 해외선교를 시도하는 것은 무모하고 어리석은 짓이다. 해외선교의 소명과 열정이 있다면 마땅히 은퇴 이전부터 조금씩 틈을 내어 선교 훈련을 받아야 한다. 그뿐 아니라 자신의 은사와 재능에 맞는 선교지 선정과 사역의 결정도 필요하다. 실제 현장에서 직접 경험한 바에 따르면 어떤 시니어 선교사는 희망하는 선교지에 대한 구체적인 분석과 대책도 없이 본인의 희망만으로 나온 것을 목격했다. 그러나 그 분이 희망하는 선교지는 정부가 입국을 금지한 나라로서 접근 자체가 불가능한 지역이다. 옆 나라에서 희망 국가의 민족을 대상으로 선교한다고 하는데 다양한 이유로 이 또한 쉽지 않았다. 게다가 해당국가의 근접국가에서 30여 년 선교한 같은 교단의 선교사에게 아무런 조언도 구하지 않고, 엉뚱한 타교단의 정치꾼 선교사와 연결되어 전혀 방향을 잡지 못하고 어려움을 겪게 됨을 보았다.

선교 준비와 훈련 중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언어훈련이다.
그러나 역설적으로 시니어 선교사의 근원적인 한계와 약점이 바로 언어 습득이다. 나이에 따른 한계를 벗어날 수 없겠지만 선교의 도구로서 언어는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따라서 국내에서 학습이 가능한 영어 같은 언어라면 최소한의 훈련과 습득을 선행함이 효과적이다. 국내에서 사전 학습이 불가능하다면 선교지에서 최소 첫 기간은 오로지 현지 문화 체험과 적응, 언어 훈련에만 집중해야 한다. 이것 말고도 선교사로서의 다양한 훈련과 준비를 성실하게 하는 만큼 선교지 적응과 선교사로서의 열매를 맺을 수 있을 것이다.

시니어 선교사들이 쉽게 저지르는 또 다른 문제는 경직된 권위주의 의식이다.
국내목회 현장에서 수십 년 담임 목사로서 지내왔기 때문에 다른 선교사나 후배 선교사와 연합을 이루는 게 어렵다. 연륜과 경험에 기초한 일방적인 권위 의식은 선교지에서 전혀 도움이 되지 못한다. 겸손하고 열린 마음으로 다른 선교사를 존중하며, 젊은 선교사들에게도 도움이 되어야 한다.

시니어 선교사의 또 다른 어려움은 건강이다.
노화 현상에 따른 다양한 약화와 질병은 어쩔 수 없겠지만 국내에 있을 때 치료 받고 건강관리에 최선을 다해야 한다. 대부분 미개발 국가에서 사역할 선교사의 특성 때문에 질병 치료와 충실한 건강관리를 하지 않으면 선교에 제대로 헌신하지 못하고 되돌아가는 상황도 빈번하다. 선교지에 나와서도 시니어 선교사는 생활 관리와 운동, 영양 섭취에 더욱 신경을 써야 한다.

마지막으로 선교 사역의 전문성을 제대로 갖추길 바란다.
백화점이나 복덕방 스타일로 본인의 은사와 재능, 선교 소명에 가장 알맞은 사역을 찾지 못하고 우왕좌왕 해매면 시간과 물질의 낭비만 있게 된다. 시니어 선교사들에게 허용된 사역 시간은 그다지 많지 않다. 사전 준비와 리서치 및 기존 선교사들의 조언을 잘 들어 자신에게 가장 적합한 선교지와 선교 사역을 결정하여 차근차근 사역에 뛰어 들어야 한다.

시니어 선교사의 강점은 많다. 무엇보다 오랜 목회 경험을 통해 축적된 사역에 대한 안목과 추진력, 대인 관계는 선교를 위한 매우 좋은 바탕이 될 것이다. 아울러 연륜에서 나온 성숙함으로 현지인 및 선후배 선교사와의 조화롭고 건강한 관계는 선교의 강력한 무기가 될 수 있다. 아무튼 시니어 선교사 또한 선교사로서의 바른 길을 걸어 인생 2막의 사역을 아름답게 마무리할 때 국내 목회 사역 못지않은 열매로 하나님께 영광을 돌리며, 주님의 지상명령 성취를 기대할 수 있을 것이다.

준비되지 못하고 훈련되지 않은 시니어 선교사라면 선교지에 차라리 나오지 않는 것이 합당하다. 모든 준비가 끝나 선교지에 나왔다면 충실하게 조급함을 버리고 헌 걸음씩 전진해야 한다. 왜냐하면 시니어 선교사가 오히려 사역에 대한 조급함을 벗어날 수 없기 때문이다. 파송(후원)교회도 시니어 선교사에게 당장 눈에 보이는 선교 사역을 강요해서는 결코 안 된다. 시니어 선교사를 꿈꾸는 분들은 위에서 말한 모든 점을 주의 깊게 살펴 한 영혼을 살리는 해외선교의 현장에서 승리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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