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탈한 강대상

5월 21일 케냐 나록(Narok)에 있는 마사이(Maasai) 촌락을 방문했다. 목적은 우물 개발을 위한 현지 답사였다. 그런데 그곳에서 교회와 성도에 대해 뜻하지 않았던 신선하고 아름다운 가슴 떨림이 있었다.

교회는 갓 개척된 교회였다. 주변에 교회가 전혀 없는 지역이었다. 우리는 이 교회를 일명 '나무 밑 교회'라고 이름 지어 불렀다. 사진 그대로이다. 건물? 꿈도 꾸지 마시라. 엉성한 나무 조각으로 이뤄진 네 줄짜리 좌석이 전부다. 성도는 10여 명. 강대상이 보이는가? 이보다 더 소박하고 소탈한 강대상이 있을까?

그러나 이 교회를 섬기는 젊은 목회자 부부의 얼굴은 참으로 빛났다. 맡겨진 영혼들을 섬기기에 충만한 미소로…. 우리를 안내한 다른 교회 목회자 및 전교인이 함께 기념촬영을 했다. 모두 환한 얼굴들이다.

이들이 점심으로 준비해 준 이 식탁은 또 어떠한가? 밀가루 반죽을 화덕에 구워 부쳐낸 짜파티! 여기엔 밀가루 말곤 그 어떤 첨가제나 양념도 없다. 그 담백하다 못해 밋밋한 맛이 묘한 매력이 있다. 한 장을 4등분해서 잘라낸 이 짜파티 몇 조각이 이들이 우리를 위해 준비한 점심이었다. 그 옆에 있는 따뜻한 차 한 잔과 함께.

이 소박하고 따뜻한 성찬 앞에서 우리의 기도는 감사와 경건함으로 가득 찼었다. “주님! 귀한 양식을 주시고 대접 받게 하심을 감사합니다. 섬기는 손길에 복 내려 주소서.”

교회, 과연 무엇인가? 우리 시대의 교회가 건물을 교회라고 우기며 그 건물을 우리들만의 성곽으로 쌓고 우상화시킨다면 주님이 허물어버린 구약 건물 성전을 다시 부활시키는 범죄가 아닐까? 세상에 이 교회당 보다, 이 강대상보다 단순하고 소박하며 꾸밈없는 교회당과 강대상이 있을까! 그렇다고 이 교회의 본질에 문제가 있을 리 없으며, 주님이 그 피로 세우신 교회라면 이 교회 또한 하나님이 그토록 사랑하시는 몸된 교회다.

하나님의 영광의 임재와 주님의 생명이 흐르는 바로 그 교회를 우리시대에 쉽게 찾아볼 수 있을까? 이 교회당, 강대상 그리고 성도들은 그저 단순함의 미학을 넘어 그리스도인 삶과 영성의 본질이 함축되어 있다. 비움, 포기, 내려놓음의 자유와 은혜가  모두에게 충만하길 바란다. 우린 너무 많아서 빈곤하고, 너무 풍요해서 행복하지 않다.

혹시 본질을 외면하고 온갖 것들로 우리의 왕국을 확장하며 성을 쌓는 동안 참 교회와 성도의 본질, 그리고 하나님 백성의 교제는 사라지지 않았는지 스스로 물어본다. 신랑 되신 예수님이 신부인 교회를 찾으시어 완성하러 오시기 전에 우리 자신을 정결하게 단장해야 할 때가 아닌지 오늘 깊이 생각한다. 나 자신부터 성령이 거하시는 아름다운 성전 되길 다시 기도한다.

주님의 교회를, 주님의 백성을 다시 회복시키소서!

(추신 : 그럼에도 불구하고 예배드리는 이들이 그 따가운 아프리카의 햇빛을 피하며 비를 맞지 않고서 예배드릴 수 있는 최소한의 공간을 마련해 줄 수 없을까? 그날부터 제 마음에 들리는 하나님의 음성입니다. 지붕과 벽을 함석으로 하고, 나무 기둥을 세우며, 콘크리트 바닥으로 하면 약 500~700만원이 소요된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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