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명자는 낙심하지 않는다

사실 나의 짧은 목회 사역을 돌아보면 그다지 성공적(?)이라기보다는 어디에다 말하기 어려운 사역의 결과들로 가득 찼다. 전도사 시절부터 지금 부목사로 있는 사역전반에 걸쳐 그러하다. 주변의 아는 사역자 중 한 사람은 ‘학생이 얼마였는데, 지금은 얼마라느니’ 라는 말을 들을 때면 나는 도대체 무엇하는 사람인가? 라는 회의가 몰아닥치곤 하였다.

아마도 목회자라면 그가 성공을 했든, 아니면 실패를 했든 간에 이러한 목회적 갈등을 반복적으로 겪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마치 엘리야가 갈멜산에서의 바알과 아세라 선지자 850명을 쳐 죽이고, 3년6개월의 가뭄을 해소시키는 역사를 감당했지만 이후 이세벨의 한마디를 듣고 스스로 하나님께 죽음을 구했던, 결코 평범한 자는 이해 할 수 없는 목회자만이 겪는 독특한 영적인 영역일 것이다.

이 책은 마치 오래전에 스펄젼 목사가 ‘목회자 후보생에게’라는 책을 통해 선배 목사가 후배 목회지망생들을 위하는 마음으로 내놓았던 것 같은 느낌을 받았고, 또 하나는 로이드 존즈 목사가 ‘목사와 설교’라는 책을 통해 목회자의 소명의 위치를 분명하게 못 박은 것처럼 이 사회에서와 하나님의 몸된 교회 안에서의 목회자가 지녀야 할 소명의 자리와 그 방향이  어디인가를 보여주고자 옥 목사 자신의 목회 현장과 나아가서는 한국교회를 바라보면서 분명하게 인식시키려는 애씀이 역력히 스며있었다.

제목이 말해 주듯이 이 메시지들은 분명히 특별한 목회사역을 위해 부름을 받은 목회자들에게 주어진 것이다. 교회갱신이라는 하나의 목표를 마음에 품고 각자의 사역의 현장을 돌보는 좀 더 좁게 구분한다면 목사들에게 들려주는 메시지이다.

하지만 이 책은 한국교회 안에서 다양한 패러다임을 가지고 사역을 하는 모든 목회자들을 향한 메시지이기도하다. 다만 교단 안에서 뜻을 가까이 하는 동료들과 함께 자신의 마음을 먼저 나누고 싶은 갈망이 우선적으로 표현되었을 뿐이다.

한 자리에서 하나의 주제를 가지고 써 내려가는 논문은 아니었지만 1년에 한번 주어지는 수련회를 통해 전해진 메시지는 어떤 의미에서 하나의 흐름을 타고 있다는 인상을 받았다.

이 책은 크게 두 부분으로 구분되는 것 같았다. 첫째는 목회자가 나아가야할 사역의 방향이고, 둘째는 목회자 자신을 향한 메시지이다. 그러면서도 대부분을 목회자 자신에게 많은 시간을 할애 했는데, 그럴 수밖에 없는 이유는 옥 목사 자신이 칼뱅의 말을 빌려 강조 했듯이 “하나님께서는 그분의 사역자들을 도구로 사용”하시기 때문인 것 같았다.

이 책은 목회자는 단지 자신의 교회만을 위해서 존재하지 않는 다는 점을 강조한다. 한 교회를 제대로 세우고 성장시키는 것도 결코 어려운 일이 아님을 목회의 현장 속에서 뼈저리게 느끼는 바지만 그렇다고 해서 목회자란 자신의 교회만을 위하는 존재가 아니라는 것이다. 전체의 교회가 하나의 지체라는 신학적인 인식하에 어느 한쪽이 곪아있으면 같이 고통을 느끼며 아파하는 그가 소명자라는 것이다. 사실 이러한 것을 보고 고통을 느낄 줄 아는 그가 진정한 소명자라고 말하는 것이다. 영혼을 사랑함이 없이 목회가 불가능 한 것과 같은 것이다.

교갱협 출발 자체가 옥 목사님 자신이 실제적으로 그 과정을 겪었고 또한 교회가 세상의 빛과 소금이라는 명제 안에서 사회에 대한 진정한 책임의식을 가지는 계기가 된 것으로 밝히고 있다. 여기서 나는 옥 목사님의 메시지를 통해 많은 부끄러움을 느꼈다. 나의 생각은 내 교회만 제대로 건강하게 성장시키면 되는 것이 아닌가? 라는 생각을 해왔었다. 나의 이러한 생각은 한편으로 성격에서 나오는 부분이기도 하지만 목회에는 관심도 없이 밖으로만 활동하는 목회자들을 보면서 자연스럽게 몸에 배인 것이었다. 물론 어느 한쪽만 치우치는 것이 바람직한 태도는 아니라는 확신은 있었지만 전체적인 교회에 대한 사랑은 매우 적었다는 점은 솔직히 부끄러운 일이었다.

뿐만 아니라 한국교회를 염려하는 마음보다는 비판하는 입장에 가까웠으며 실제적인 활동은 큰 교회의 영향력 있는 목회자들이나 관심을 가지고 ‘할 일’로 보았던 것이다. 그런데 ‘작은 자’를 주목하신다는 메시지는 나도 예외 일수는 없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고 비판적인 입장보다는 아끼고 염려하며 이를 위해 기도하며 준비해야겠다는 건전한 사고를 가지게 만들었다.

마땅히 목회자가 이러한 책임감을 느꼈다면 교회의 세속화를 막는 것이 무엇보다 우선적이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것은 말씀의 부흥 통하여 주어진다고 강조한다. 아니 오히려 말씀의 부흥에 그 초점을 맞추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말씀을 무시하는 목회자는 없을 것이다. 하지만 강단에서 말씀을 강조한다고 해서 말씀의 부흥이 일어나는 것은 아니다. 한편의 설교를 위해서 몸부림을 칠 수 있는 그 자체가 말씀의 부흥을 가져온다고 생각한다.
현재의 목회자가 관심을 가져야 할 사역의 방향은 많은 교회를 곳곳에 세우는 일보다, 선교사를 파송시키는 일보다 말씀의 부흥이 일어나도록 준비하는 것이라고 한다. 즉 이 말은 교회가 외적인 결과로 스스로를 속이고 안심하려는 유혹을 이겨내고, 오히려 내적인 변화에 충실할 것을 요구한다. 이것이 진정한 교회 갱신을 바라는 목회자가 할 일이라는 것이다.

또한 이 일들을 수행함에 있어서 무엇보다도 목회자 자신이 어떠한 사람이 되어야 하는가에 많은 지면을 할애하고 있다. 목회적 일이 실제적 의미에서 하나님의 일이므로 사람의 힘과 수단으로 되어지는 일이 아님이 틀림이 없다. 물론 사람의 자격과 조건들을 사용하시지만 근본적으로 그는 이 일에 있어 먼저 ‘성령을 받아야 한다’고 강조한다. 성령을 모르는 목회자는 없을 것이다. 또한 그 중요성에 대해서 부인하는 사람도 없을 것이다.

그러나 정작 중요한 것은 얼마나 성령에 대하여 ‘배고파(?) 하고 있는가!’ 라는 점이다. ‘주식’보다는 인스턴트식품에 익숙해 비만과 온갖 성인병에 걸려있는 현대교회의 병든 모습을 다 들추어내면서 오직 “성령”만 이 그 해답이라고 강조한다. 이것 또한 그가 제자훈련을 통해 말씀으로 훈련하는 과정에서 겪은 뼈아픈 가운데서 발견한 것이었다.

말씀을 통한 제자훈련만이 교회를 건강하게 하는 것이라고 그렇게 강조했고 지금도 변함이없는 그가 성령의 중요성을 이토록 외치는 것은 후배 목사에게 크나큰 교훈이 아닐 수 없다.

나는 옥 목사님의 균형있는 목회적 열심과 강조를 통해 간접적으로 많은 것을 깨닫는다. 일반적으로 사람들은 자신이 좋아하고 자신있어하는 부분만 강조하기 쉽고, 그러다보면 한쪽이 빈약해져 허물어지기 쉬운데 옥 목사님는 이러한 점에서 우리에게 좋은 본이 되어 준다.

뿐만 아니라 대형교회 목회자로서 아직도 한 영혼을 앞에 놓고 생명을 내놓을 수 있다는 그의 고백은 가히 충격적이지 않을 수 없었다. 더구나 그 옥 목사님의 나이를 생각할 때, 그러한 자세가 얼마나 어려운 일인가!

흔히 영혼을 사랑한다는 소리는 많이 하지만 죽을 수 있다는 소리는 쉽지 않다. 여기에서 나는 진정한 목회자의 소명의 자리는 어디인가? 라는 핵심적인 질문을 하게 되었다.

강도사 때 주로 농사를 짓는 섬에서 4명의 장년들과 목회를 한 적이 있었다. 가장 큰 두려움은 내가 선에서 무엇을 할 수 있을까! 라는 질문이었다. 난 농사를 지어 본 적도 없다. 내가 그들을 어떻게 도울 수 있는가? 끊임없는 질문 속에서 하나님이 하도 답답하셨던지 “네가 농사하러 가냐? 복음 전하러 가지!”라는 말씀을 가슴에 던지셨다. 그리고 2년3개월을 기도와 말씀사역에 전념하였던 적이 있었다. 그 때의 영향인지는 모르나 지금도 한명이 말씀을 가르쳐 달라면 그를 위해서 시간을 낼 자신은 있다. 하지만 죽을 수 있느냐는 질문에는 솔직히 주저할 수밖에 없다.

여기에서 이 책은 십자가의 은혜를 강조한다. 그 십자가의 은혜만이 나를 기꺼이 한 영혼을 위해 죽을 수 있다는 해답을 제시하는 것이다. 그 십자가로 가까이 갈 때만이 비로소 스데반과 같은 영광스러운 죽음을 감당할 수 있는 것이다.

이 책은 나를 돌아보게 하고 부끄럽게 만든 메시지였다. 내가 한 영혼을 위해서, 교회와 사회를 위해서 무엇을 할 수 있을까? 진정한 소명자로서 길을 간다고 말할 수 있을까? 분명한 소명자이지만 소명자로서의 자리매김을 하고 있는가! 한 영혼에 대한 것도 그렇고 십자가의 은혜와 죽음에 대한 것!

어떤 면에서 다른 설교들은 의식적인 부분을 깨우고 수정하는 내용이라면 마지막의 3편의 설교는 나의 정체성을 분명하게 꼬집는 그리고 자신도 숨길 수 없고 피할 수 없는 결정적인 메시지였다. 소명자가 낙심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서 오는 것이 아닌가! 그렇다 소명자가 낙심하는 데에는 분명한 이유가 있는 것 같다. 하지만 이 사실 만으로도 이 책은 나에게 그 역할을 충분히 했다고 생각한다.

20여 년 후, 목회의 끝자락에서 나도 한 영혼을 위해 죽을 수 있기를 바라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