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명자는 낙심하지 않는다

첫 번째는 교회 갱신이다. 불행하게도 지금 한국교회는 교회갱신을 하지 않으면 안될 정도로 굉장히 어려운 시기를 맞고 있다. 빌 헐 목사님의 저서 “모든 신자를 제자 삼는 교회” 에도 언급되어 있는 것처럼 “오늘날의 교회는 팔, 다리가 아픈 것이 아니라 심장병을 앓고 있다.”는 데에 문제의 심각성이 있는 것이다. 따라서 한국교회가 하루 빨리 체질개선이 이루어지지 않으면 안 된다. 그 체질개선은 기본적인 것을 개선한다는 뜻인데, 바로 지도자들의 의식을 바꾸어야 한다는 것이다. 지도자들의 의식이 바뀌면 현 세대를 보는 패러다임에 변화가 일어날 수 있다는 것이다. 그 방법으로서 옥 목사님은 작은 자를 주목하는 하나님의 눈을 가져야 한다고 했다. 먼저 내가 하나님이 주목하시는 작은 자인가를 묻고, 그 다음에 작은 자를 과연 하나님의 눈을 가지고 주목하는가를 물어 보라고 했다. 그렇다. 하나님은 약한 자, 작은 자를 사용하심을 믿는다. 약한 데서 심히 큰 능력이 나타날 것을 확신한다. 따라서 나는 하나님께서 사용하시는 도구가 되는 것이 가장 큰 영예요 행복이라고 믿기에 약한 자, 작은 자로 살아갈 것을 스스로 다짐해 본다.

두 번째는 팀 리더십이다. 전통적으로 리더십은 사람과 일을 잘 관리하고 통제하는 것이라고 단순히 이해되어 왔다. 나 역시 그 범주에 머물러 있었다. 하지만 리더십의 개념은 지도력이며 그 지도력은 영향력이라는 옥 목사님의 말씀이 리더십의 좀더 바르고 정확한 개념이 아닌가 생각한다. 또한 해리 투르만 대통령이 말한 대로 “지도자란 사람들이 하고 싶어 하지 않는 일을 하게 하고, 나중에는 그 일로 인해서 좋아하고, 행복을 느끼게 만드는 능력을 가진 사람.”이 진정한 리더라고 생각한다. 그렇다. 리더십이란 일반 회중들이 하기 싫어하고 기피하는 일을 먼 안목을 가지고 끌어들이는 것이다. 그런 다음 그들이 하기 싫어하던 일을 통해 행복과 기쁨을 맛보도록 해 주는 것이다. 이것이 바로 주님께서 우리 모두에게 요구하시는 지도력이요 진정한 리더십이라 생각한다. 그런데 지금까지 나를 포함한 많은 목회자들이 리더십과 사역을 전부 독차지하고 혼자 뛰어오지는 않았는지... 그러다보니 목회자 스스로 얼마 못가서 쉽게 쇠진(burn out)되었고 결과적으로 사역이 별로 열매도 없게 된 것이 아닌가. 그래서 나는 앞으로 “형제들아 너희 가운데서 성령과 지혜가 충만하여 칭찬 듣는 사람 일곱을 택하라 우리가 이 일을 저희에게 맡기고 우리는 기도하는 것과 말씀 전하는 것을 전무(專務)하리라.”(행 6:3,4) 는 말씀과 같이 평신도의 가슴에 주님의 선한 일을 할 수 있도록 동기를 부여하고, 그들을 그리스도의 제자로 세워서 함께 일할 수 있는 사역자로 발굴하는 데 더욱 힘쓸 것이다. 이것이 진정한 팀 리더십이며, 목회자가 해야 할 일임을 믿어 의심치 않기 때문이다.

세 번째는 영적 권위이다. 오늘의 상황을 볼 때 ‘권위의 위기’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사회 각 분야에서 권위가 불신을 당하고 있다. 교회 지도자들의 권위 역시 예외는 아니다. 옥 목사님의 말씀처럼 우리의 권위는 하나님이 우리를 불러서 그의 피로 값 주고 사신 교회를 맡기신 권위이며, 나아가서 하나님으로부터 너무나 소중한 책임을 위임받았다는 것에서 우리 권위의 뿌리를 찾아야 한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많은 목회자들이 어떤 기관의 대표를 맡는 것, 명함에 다른 사람 보기에 화려한 타이틀을 가지고 있는 것, 그리고 대형 교회 목회를 하는 것, 박사학위를 취득하는 것 등이 곧 권위를 얻는 것이라고 잘못 이해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렇게 하는 것은 속빈 강정이 될 공산이 크며, 결국 권위를 세우는 것이 아니라 권위를 무너뜨리게 하는 요인이 되게 한다는 사실을 까마득히 모르고서 말이다. 이제라도 말도 못하게 실추된 목회자의 영적 권위를 다시 회복해야 될 때라고 생각한다. 옥 목사님의 말씀처럼 그 대안으로 원칙으로 돌아가야 하고, 한 가지 더 덧붙인다면 초심으로 돌아가야 하리라고 본다. 그렇지 않을 때 그 권위는 언제든지 빼앗길 수 있는 것이고 또 실추될 수 있다는 것을 나는 오늘 총체적으로 위기를 맞고 있는 우리나라와 한국교회를 통해서 배우면서 나 역시 똑같은 전철을 밟고 있지는 않은지 반성해 본다.

네 번째는 은혜이다. C.S. 루이스가 기독교가 타종교에 비해 독특한 점은 바로 은혜라고 했던가. 그렇다. 우리의 공로하고는 아무런 상관없이 우리 예수님이 나를 찾아와서 만나주시는 것, 그 감격이 바로 은혜이다. 문득 나의 삶을 돌이켜보면 온통 주님께서 주신 은혜로 그동안 살아왔다는 생각이 들었다. 가장 힘들고, 어려운 순간마다 주님께서 함께해 주셨고 그럴 때마다 주님께 은혜를 구하면 주님께서 그 모든 일들을 기적과 같은 방법으로 해결해 주셨다. 진정 ‘나의 나 된 것은 하나님의 은혜로 된 것이라’고 고백하지 않을 수 없다. 옥 목사님을 통해 배운 것 중에 가장 크게 얻을 수 있었던 것이 바로 이 부분이 아닌가 생각된다. 나의 삶을 늘 인도하실 뿐만 아니라 이런 은혜의 자리에 나올 수 있도록 기회를 주신 것도 모두가 하나님의 은혜임을 고백하지 않을 수 없다.

다섯 번째는 소명이다. 옥 목사님은 한국 교회의 소명 의식이 위기를 맞게 되는 결정적인 요인은 교회의 부흥과 연관이 있다고 했다. 아무리 힘을 쓰고 애를 써도 부흥이 안 되고, 사람을 키워 놓으면 옆에 있는 유명한 목사 교회에 다 빼앗겨 버리고, 10년이 지났는데도 10년 전이나 지금이나 별로 차이가 없는 목회 현장을 보면서 자신이 과연 하나님 앞에 부름을 받은 것이 사실인가 하는 의심을 하게 된다는 것이다. 그러나 진정한 소명자는 부흥 콤플렉스에 희생당하지 않아야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이 사실에 대해서 고백할 수 없다면 그런 사람은 소명을 다시 한번 점검해 보라고 했다. 사실 나 역시 많이 찔리는 부분이기도 했다. 그렇지만 다시 오스 기니스의 말을 인용하면서 “문제는 얼마나  많은 청중이 있느냐가 아니고 어떤 청중을 가지고 있느냐, 이것이 중요한 것이다.” 고 말씀하는 대목에서는 힘이 났고 용기가 생겼다. 그러면서 진짜 하나님의 소명에 귀 기울이면서 하루하루를 사는 사람은 한 분의 청중, 유일한 청중 앞에서 살아남는다고 하면서 그 유일한 청중은 바로 예수 그리스도, 나를 불러 주신 주님이라고 힘주어 말씀하실 때는 얼마나 명쾌하고 시원한 말씀이었는지 그 때의 감동이 다시 살아나는 듯 하다.

마지막으로 성령이다. 하나님께서 속히 응답받았으면 하는 기도제목이 있으면 한 가지만 적으라고 하신다면 옥 목사님과 마찬가지로 나 역시 “성령으로 충만케 하옵소서!”라고 말할 것이다. 그만큼 사역자들에게 있어 가장 절실하고 시급한 기도제목은 없다고 보기 때문이다. 성령은 우리의 힘과 노력으로 안되는 일을 해 내시는 하나님의 신비한 능력인 것이다.  에스겔 골짜기에 흩어져 있는 마른 뼈들을 세웠고 세 번이나 예수를 부인하였던 베드로를 세상이 감당할 수 없는 부활의 증인으로 일으켜 세운 것도 성령의 능력 때문이었다. 이와 같은 능력을 받을 수 있다면 얼마나 신바람 나는 일이겠는가. 그렇다. 성령 받으면 능치 못할 일이 없다. 따라서 사역자라면 반드시 성령을 받기 위해 간구해야 하는 것은 당연하다고 생각한다. 여기서 하나님께서 간절히 구하는 자에게 성령을 주시지 않겠느냐(눅11:13)고 강조해서 말씀하신 것은 두 말할 나위 없이 좋았다고 보는데,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성령을 받을 것인가에 대한 구체적인 언급은 되어 있지 않다는 것이 조금 아쉬운 점으로 남는다. 하여튼 이제까지 앞에서 내가 제시한 키워드들이 모두 다 중요하지만 사역자에게 있어 무엇보다도 절실하게 필요한 것이 성령께서 도우시는 역사라고 감히 단언하고 싶다. 하나님의 일을 맡은 자가 성령 받지 않고 과연 무슨 일을 할 수 있으며, 누군가에게 ‘성령 받지 않고도 주의 일을 한다’ 는 말을 듣는 것만큼 모욕적인 언사도 없다고 생각되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는 기도할 때마다 성령의 임재와 충만을 위해 간절히 기도한다.

그동안 수차례의 교갱협 수련회를 참여하면서, 그리고 옥 목사님을 만나면서 많은 은혜와 감동을 받았다. 한국의 대형교회들이 세습 문제라든지, 돈이나 여자 등 각종의 스캔들에 휘말려 휘청거리고 있을 뿐만 아니라 신자이든 불신자이든 가릴 것 없이 노골적인 지탄을 받고 있는 이 때에, 한국의 대표적인 교회인 사랑의 교회를 목회에 오시면서 후임자 선정뿐만 아니라 제자훈련 등 팀 리더십, 그리고 한국교회 갱신 등을 위해 줄기차게 쏟은 그 순수한 열정은 감히 모방할 수조차 없는 위대한 발자취라 생각하며 존경해마지 않는다. 또한 놀라운 것은 이런 참신한 생각을 하는 목회자와 교회도 충분히 성공(?)할 수 있다는 것이다. 더 나아가서 아는 것으로만 그쳐서는 안 되며, 갱신의 소명이 어느 특정인에게만이 아니라 나에게도 주어졌다고 하는 점에서 강한 책임감을 느끼게 되었다는 점이다. 마지막으로 하나님께로부터 소명을 받은 나이기에 맡겨주신 사역을 기쁨으로 감당할 것을 다짐해 본다. 설령 타다 남은 재가 될지라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