넥스트(NEXT)를 읽으며 패스트(PAST)를 진단해 본다

▲ 앤디 스탠리 저, 윤관희 역, 국제제자훈련원(DMI), 2004-12-30, 219쪽, 8500원
사람이 태어나서 걸어갈 수 있는 길이 수없이 많음에도 불구하고 오직 한 길을 걸어가야 할 숙명과 같은 필연을 느끼는 사람들이 있다. 바로 목회의 길이 아닌가 싶다. 내 삶의 언저리에서 언젠가는 꼭 해야 할 것 같은 이 길, 과감히 접고 뒤돌아 갈려고 하지만 숙명과도 같아 피할 수도 없고, 걸어보고자 하노라면 매번 자신의 부족함과 죄의 경향성 때문에 아파하며 괴로워 떨쳐버리고 싶을 때가 많다. 특히 이번에 여름 성경학교를 진행해 가면서 필자의 마음속에는 이런 생각들이 더 강하게 다가왔다. 어떤 한 부서, 단체에서 리더가 되어 책임을 지고 일을 수행해 나가는 것은 하나님을 향한 사랑과 열정만으로는 불가능하고 그것이 전부가 아님을 뼈저리게 느끼게 되었다. 평신도로서 교회에 봉사하는 것과 전도사로서 교회를 섬기는 것은 필자가 생각했던 것과는 많은 차이와 힘겨움들이 있었다. 거의 8개월째 접어드는 유치부전도사, 즉 한 부서의 리더로서 필자는 본서를 읽어 내려갔다. 실제 목회현장에서 리더로서 필자가 느꼈던 답답함, 가슴앓이를 안고 본서에 대한 생각들을 정리해보고자 한다.

미래의 한국교회를 짊어지고 갈 하나님의 일꾼이라면 반드시 읽어야 할 필독서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넥스트, 미래를 만드는 리더들의 핵심자질(The NEXT Generation Leader)’ 은 필자에게 있어 ‘사막의 오아시스’와도 같았다. 한 해의 가장 큰 땀과 결실의 현장이라고 할 수 있는 성경학교를 준비해 나가는 리더로서 필자는 무엇을, 어떻게, 이끌어 나가야 하는지 착잡한 심정이었다. 그래도 지혜를 간구하며 열심히 교사들과 발 맞추어 나가면 잘 되겠지 하고 나름대로 열심히 준비해 나갔다. 그러나 시간이 갈수록 교사들은 잘 따라주지 않고 필자는 마냥 산만한 분주함으로 ‘그 날(The DAY)’의 가까움만을 기다렸다. 막상 행사가 진행될 때는 여기저기서 작고 다양한 문제들이 불거져 나왔고, 급기야는 당일 행사를 진행해 가면서 해당 세부사항과 프로그램을 변경하기까지 해야 했다. 잘 짜여진 시간표대로 진행해나가도 틈들이 있긴 마련인데, 필자가 섬기는 부서는 당일 진행해 나가는 도중 계획들을 바꿔야 했던 것이다. 처음엔 잘 따라주지 않는 것 같은 교사들이 내심 얄미웠지만 계속 ‘그 날’의 일들을 묵상해보니 리더인 필자의 부족함들 뿐이었다.

‘부교역자는 다재다능한 만능 엔터테이너’가 되어야 한다고들 말한다. 필자도 사역자가 되기 전에 이런 말을 들어왔고 지금도 들으면서 사역하고 있다. 솔직히 현 한국교회의 모습은 부교역자에 대한 이런 정의가 참된 부교역자의 정체성임을 보여주는 것 같다. 작게는 필자가 섬기는 부서에서도 전도사는 설교, 아이들 관리, 전화심방, 공과지도, 데코, 찬양, 교사관리, 교사교육, 세미나준비, 기계설비, 컴퓨터 등등 다 할 줄 알아야 하고, 그럴 때 일이 진행된다. 물론 전도사로서 리더가 해야될 일은 당연히 있다. 필자는 이것을 주님을 향한 열정과 사람을 섬기는 자로서 당연히 해야 할 일로 알았다. 그래서 몇 개월이 지난 지금에 와서는 한 리더의 가슴앓이가 되어버렸던 것이다.

올해의 여름 성경학교가 많은 아쉬움과 힘겨움으로 남게 된 것도 이런 연유가 크다. 첫째로 필자의 강점을 알고 그 일에 힘을 쏟기보다는 무조건 많이 일하고 열매는 적게 성취된 점, 둘째로 리더십의 기초인 용기가 없었다는 점이다. 유치부에 대한 경험이 없었던 것도 이유이겠지만 신중함을 고려해서 교사들에게 비젼을 제시하며 먼저 이끌어가는 용기와, 아닌 것은 아니라고 말하는 용기의 표현도 없었다. 세 번째로, 목표를 제시했으면 그 목표를 성취하기 위한 프로그램이나 활동에 대한 명확한 방향제시와 구체적인 방법을 제시해야 되는데, 확실하지 못해서 현장에서 수정해야하는 상황이 벌어졌다. 네 번째로, 문제를 직시하고 동기부여와 함께 교사들을 이끌어가기 보다는 적극적이지 않는 그들을 보며 섭섭함을 갖고 일이 잘 진행되지 않을 땐 얼굴이 굳어지는 등 따를만한 가치가 있는 리더의 모습을 보이지 못했다는 점이다.

저자는 미래를 만드는 리더들의 핵심자질로서 능력(competence), 용기(courage), 명확성(clarity), 훈련(competence), 인격(character ), 5가지를 들고 있다. 미래의 한국교회를 짊어지고 미래의 하나님의 교회를 만들어야 할 리더인 필자는 이런 자질들이 턱없이 부족함을 절실히 알게 되었다. ‘사역은 정말 힘든 것이야’ 라는 푸념과 넋두리만 늘어놓은 채, 무엇이 부족하며 어떻게 개선해 나가야 하는지에 대한 고민이 없었던 것이다. 저자의 말대로 리더는 자기 갱신과 다양한 훈련을 통해 더 빨리, 더 멀리 갈 수 있는데 말이다.

사람들을 상대하며 사람들을 변화시켜 이끌어가야 할 리더로서의 자질이 부족한 필자에게 있어서, 본서는 한 개인을 향한 하나님의 요청이자, 꺼져가는 심지를 끄지 않으시는 그 분의 은혜라고 말할 수 있으리라. 자신의 부족함만을 겸손인양 착각하며 또한 사람들 앞에 포장하며 어둠 속에서 지낼 수 없다. 이 어둠 속에서 리더가 되라는 것이 크게는, 한 개인을 향한 그 분의 요청이고,  독자를 향한 본서의 저자의 바람이며, 또한 목회자를 향한 교갱협의 취지 목표가 아니겠는가(^^).

필자가 몸 담고 있는 한국교회 구조 속에서 본서의 지적대로 실행하기란 쉽지 않은 일이지만 앞으로 미래 한국교회의 모습은 지금의 리더들의 전진하고자 하는 모습과 태도에 달려있음을 인정한다. 리더로서 핵심자질들을 구비하고자 하는 자신과의 싸움과 함께 현 상황도 지혜롭게 고려하면서 준비되어가는 리더의 모습을 갖추어야 할 것이다. 필자 세대에서는 각각의 사람들이 사회 각층, 각 분야에서 전문가와 리더로 떠오를 것이다. 그 리더들이 일생동안 미래를 만들어 갈 것이다. 이러한 리더들을 섬기고 변화시키고 주님께로 더 가까이 이끌어야 할 목회자들도 주님이 주신 재능과 기회를 가치 있는 모든 것에 투자함으로써 리더로서 준비되어져야 할 것이다. 교회 안에서 여러 가지 다양한 일들이 있지만, 그 중에서 다른 사람보다 뛰어나게 잘 할 수 있는 자신의 강점을 살려 그 일에 집중적으로 투자하고, 다른 사람들에게도 일할 수 있는 기회와 책임의식을 심어 줘서 성숙한 그리스도인으로 이끌어야 할 것이다. 리더로서 먼저 무릎으로 시작하고, 행동으로 옮기고, 앞으로 전진 하는 용기도 겸비해야 할 것이다. 또한 성경적인 명확한 비젼을 제시하고 그에 따른 명확한 지도와 함께 상황을 통찰력있게 바라보는 시각도 소유해야 할 것이다.

이러한 것들은 그냥 되어지는 것이 결코 아니다. 겸손한 자세로 다른 사람들의 조언을 경청하고 하나님께서 붙여 주신 리더십 코치를 찾고 그에게로 배움으로 훈련받아야 할 것이다. 마지막으로 사람을 상대하는 것만큼, 리더의 유산을 결정하는 인격이 수반되어야 한다. 따르는 추종자들이 있다는 것과 따를 만한 가치가 있다는 것은 별개다. ‘내가 따를만한 가치가 있는 리더인가’를 모토로 삼고 교회갱신을 외치기 전에 ‘속사람의 갱신’을 먼저 외침으로 평생 동안 훈련의 훈련을 거듭해야 할 것이다. 다음세대의 리더로서 ‘지금’ 준비할 수 있는 모든 것을 해야 하는 것이 우리의 의무이다. 리더로서 필자도 성취하고 싶고 성공하고 싶다. 그러나 성공은 다른 것이 아니다. 저자의 표현대로 성공은 ‘섬길 준비가 되어 있고, 책임감 있고, 신뢰할 만하고, 관대하고, 정직하고, 충성되고, 정결하고, 신중하고, 투명한 사람이 성공한 사람이다’고 생각한다. 인격의 성숙을 중요시하는 리더가 되어야 할 것이다.

미래를 일구어 나갈 능력을 부여받은 리더로서 미래 한국 교회를 위해서는 다른 기술이나 재능 발달처럼 리더십도 기본을 잘 닦아야 한다. 또한 효과적으로 발휘되기 위해서는 개발되어야 한다. 리더십을 극대화하는데 있어 지금까지 전술했던 5가지 자질들이 핵심적인 역할을 해 줄 것이다. 목회자로서 부르심을 받은 리더들이 위의 5가지를 염두하며 육체적으로, 지성적으로, 인격적으로, 정서적으로, 영적으로 준비되어가기에 힘쓴다면 우리 한국교회의 미래는 한층 더 밝아질 것이다. 오랜 세월 동안 하나님으로부터 준비된 사람들에게는 그 분 곁에 있다온 사람들만이 가질 수 있는 독특한 체취와 기운이 배어 있다. 그리고 그것은 숨길 수 없다. 때로는 광야의 훈련과 같은 준비됨을 통해  주님의 흔적을 지닌 리더들이 역사의 한 마당에 모습을 드러내기를 주님은 원하실 것이다. 그리고 한국교회도 그러한 리더들을 기다리고 있다. 필자도 이러한 리더들 중 한 사람으로 준비되기를 간절히 소망하며 이 글을 끝맺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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