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두리의 폭풍질주를 봤다. “어? 어? 우와~! 우와~!”하는 감탄사가 저절로 나왔다. 정말 속이 뻥 뚫리는 폭풍질주였다. 그리고 앞뒤 생각하지 않고 골에 대한 욕심을 내어 슈팅을 할 수도 있었을 텐데 너무나도 침착하게 그리고 완벽하게 손홍민에게 패쓰를 해주었고, 손흥민은 차두리의 패쓰를 받아 속시원한 슛을 쏴서 우즈베키스탄의 골네트를 흔들었다. 분명 손흥민의 슛도 일품이어서 화제가 되고도 남을만한 하다. 그러나 손홍민의 골보다도 차두리의 폭풍질주와 패쓰가 더 화제가 되고 있는 것 같다. 그만큼 차두리의 폭풍질주는 답답한 우리 국민들의 마음을 시원하게 해주었나보다. 하기사 나도 가슴이 시원해졌으니….

차두리의 폭풍질주를 보면서 자연스레 차범근과 차두리 부자를 생각하게 되었다. 차범근 차두리 가문이 축구명가임은 거의 모든 사람이 다 인정하지 않나싶다. 내가 초등학교 6학년 때, 박스컵을 놓고 우리 대표팀과 말레이시아 대표팀이 시합을 했었다. 그때 차범근 선수가 정말 기관차처럼 드리블을 하던 모습, 통쾌한 슛을 날려 골을 넣고는 환호하던 모습과 또 흑백 테레비로 그 모습을 보던 동네 사람들이 일제히 환호하며 좋아하던 모습이 40년이 지난 지금에도 기억에 남아있다.

이번 차두리의 폭풍질주는 40년 전, 말레이시아전에서 보여준 아버지 차범근의 질주와 슛을 연상시켜주었다. 그러면서 동시에 ‘차범근의 아들 차두리’가 아니라 아버지의 그늘을 완전히 벗어난 ‘축구선수 차두리’를 보여주었다. 즉, 차범근의 가문을 축구명가라고 하는데 차범근 혼자서 명가를 이룬 것도 아니고 차두리 혼자서 이룬 것도 아니다. 아버지 차범근도 축구실력으로 인정받고, 아들 차두리도 아버지 차범근의 그늘을 벗어난 그 자신의 축구실력으로 인정받아 그렇게 축구명가가 되었다.

차두리…, 그는 지난 해 12월 1일 K리그 대상 시상식에서 수비수 부문 상을 받으면서 이런 말을 했더라. “한국에서 차범근의 아들로 태어나 축구 선수로 인정받는다는 것은 정말 힘든 일입니다. 드디어 그 인정을 받은 것 같습니다. 개인적으로 정말 행복합니다.” 그동안 얼마나 마음고생이 심했을까를 짐작케 하는 수상 소감이었다. 대를 잇는다는 것은 분명 아름다운 것임에 틀림없다. 그러나 아버지의 그늘이 너무 크면 그게 자식에게 도움이 되기도 하겠지만, 사실은 크나 큰 짐이 된다. 

그런데 차두리는 그간의 마음고생 때문에 스스로를 망치고 아버지를 부끄럽게 한 것이 아니라 도리어 자기를 세우고 아버지를 빛나게 해서 확고한 축구명가가 되게 했다. 이번에 보여준 폭풍질주와 욕심을 낼 수 있는 상황에서 절제의 미를 발휘해서 손홍민으로 하여금 골을 넣게 해주는 모습, 그 모습은 [차범근 + 차두리 = 인품을 갖춘 축구명가]라는 공식을 완성시킨 것이라고 생각한다.

김동문과 김진섭…, 일단 내가 내 스스로를 평가할 때, 목사이자 사회복지사요 음악치료사로서 자격이나 실력 면에서 함량미달이다. 그러나 부족하기는 해도 사람들을 돕는 일을 할 수 있어서 참으로 감사하고 기쁘고 보람을 느낀다. 앞으로 더 많은 노력을 기울여서 적어도 사람을 돕는 분야에 있어서는 내 나름의 입지를 세우고 싶고, 하나님과 사람들로부터 인정을 받고 싶다.

아들..., 어릴 땐 아빠를 영웅시하고 아빠와 같은 목사가 되겠다고 했는데 머리가 굵어지면서 목사는 안 되겠다고 한다. 축구선수에서 야구선수로, 야구선수에서 음악가로, 음악가에서 소방관으로..., 또 꿈이 바뀔 수도 있겠지만, 암튼 아들이 꿈을 가지고 사니 애비로서 고마울 따름이다. 나의 바램은, 아들이 애비인 내가 하는 바로 그 일을 이어받아도 좋고 애비가 하는 일과는 다른 일을 해도 좋지만, 사람들을 돕는 그런 일들을 함으로써 아비 김동문과 아들 김진섭이 일구는 가문은 사람들을 돕는 일을 하는 가문이 되었으면 좋겠다. 명가 소리를 듣는다면..., 가슴이 벅찰 것 같다. 아들아, 같이 명가 한번 만들어보자! 응~?

어쩌면, 아들도 차두리처럼 애비의 그늘이 부담스러울 수 있을 터. 그렇지만, 차두리는 아비의 그늘 아래 사는 것으로 만족하는 것이 아니라 대를 이어 축구를 하면서도 각고의 노력을 통해 아비의 그늘을 벗어나 ‘차두리의 세계’를 만들었다. 그것은 다시 아버지의 업적과 합쳐지면서 명가를 이루었다. 그와 같이 아들도 아비인 나의 그늘에서 ‘김동문의 아들’로 살아가는 것이 아니라 ‘김진섭의 세계’를 열어가고, 그것은 다시 큰 맥락 속에서 아비의 인생과 조화를 이루어 믿음을 가지고 믿음의 일을 하는 명가를 이루었으면 좋겠다. 

이를 위해 아비인 내가 내려놓아야 할 것과 붙잡아야 할 것이 있을 것이고, 아들이 내려놓아야 할 것과 붙잡아야 할 것이 있을 것이다. 또한 서로 이해하고 용납하며 배려하고 존중하고 기다려주는 모습이 있어야 할 것이다. 그렇게 세월이 흐르고 또 흐른 후에, 김동문과 김진섭의 가문이 믿음의 명가로 세워지기를 간절히 소망한다.

그리고…, 어디 우리 가정 뿐이랴! 우리 모두는 그렇게 자기만의 명가를 만들어가야 하는 것을! 대를 잇는 신앙, 대를 이어하는 일, 대를 잇는 섬김과 봉사 등등…. 그런데 요즘은 날이 갈수록 대를 잇기도 힘들고, 설령 대를 잇는다 할지라도 명가의 반열에 오르기는 참 힘든 것 같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그것을 추구하는 정신을 가져야 하지 않을까?

그런데 많은 사람들이 자기의 인생을 살기 보단 남의 인생을 따라가려고 한다. 누가 이것 하면 나도 이것을 해야 하고, 누가 저것을 하면 나도 저것을 해야 하고…. 하여튼 남 따라가는 인생을 사는 사람들이 많다. 대를 이어 신앙생활을 하면서 우리만이 만들어낼 수 있는 삶, 그 삶을 통해 하나님을 기쁘시게 하고 사람들을 기쁘게 하는 가문, 정말 멋지지 않은가? 우리 모두 그런 가문을 꼭 이뤄야 할 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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