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사가 기도원에서
기도한다고
고생한다고
한걸음에 달려왔단다

오랫만에 모였으니
맛있는것 먹어보자고
고기라고 구워먹자고
신림집에 들어갔다

젊은 아주머니
좋은 고기없으면
아예 팔지도 않는다고
원주식 주물럭 4인분을 시켰다

목사가 되어
고기를 얻어 먹기만 하고
계산은 안해봤으니
메뉴판 가격을 꼼꼼히 보질 못했다

사인분에 십이만원
그 동안 얻어 먹은 고깃값 한번에 다 냈다
신림집 가지마라
신림집 비싸다

*필자의 졸시 2009.

인생을 살아가면서 누구나 한계를 만날 때가 있다. 필자가 이 시를 쓸 무렵도 그랬던 것 같다. 시집간 자매들이 시집살이가 고달프면 친정생각이 나고, 남자들은 군생활할 때가 생각이 난다. 여행을 좋아하는 사람들은 그 어느 이국의 모퉁이 길의 노천카페가 생각이 날 것이고, 산을 좋아하는 사람들은 힘들게 올랐던 그 어느 산등성이 생각날 것이다.

신앙생활하는 사람들, 특히 목회자들 같은 경우 자신의 삶과 사명의 경계에서 흔들릴 때 어느 기도원에서 기도했던 것이 생각날 것이다. 사람들이 아는 것이란 겨우 들은 것, 본 것이 전부인데 필자 역시 그 시절 선배목사님들로부터 들은 이야기는 짐 싸들고 기도원 들어가라 정도였던 것이다.

강원도 원주의 어느 기도원이었는데 정말 다니엘처럼 기도할 것이라고 들어갔던 기억이 난다. 다니엘처럼 사자굴에서 살아남아도 좋고 사자굴에서 사자의 밥이 되어도 좋다 뭐 그런 식이었던 것 같다. 돌이켜보면 그 당시 나의 기도는 신음처럼 흐느꼈고, 갈대처럼 흔들렸던 것 같다. 애처러운 기도였다.

그런데 반가운 사람들이 찾아왔다. 그래도 목사가 상황을 타계해 보려고 기도원에 짐을 싸들고 들어갔으니 전방부대 위로방문차 찾아온 것이다. 참 고마웠다. 이런 저런 얘기를 나누고 식사를 해야 하는데 이 멀리 강원도 두메산골의 기도원까지 응원을 와준 이들에게 좋은 것 해주고 싶었다. 이 시는 그렇게 이 세상에 나왔다.

보잘 것 없는 필자의 이 졸시는 그래도 가장 자주 꺼내보는 흑색사진같은 시이다. 특별할 것도 없는 이 시에 정감이 가는 것은 시에 담긴 정서때문일 것이다. 우리는 이처럼 인생이 무슨 기획되어져서 한 치의 오차도 없이 펼쳐지는 마스게임이 아니라 돌연한 조우, 예기치 않은 방문, 예정에 없던 향연을 통해 인생이라는 가장 아름다운 영화가 만들어지는 것이다.

푸초의 가족들이여, 오랜만에 고기라도 구워 먹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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