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 순간까지 살신성인의 자세로 영광돌리다

지난 9월 20일 새벽의 적막함을 깨며 한목협 운영위원들은 세월호 실종자 가족들과 함께 위로예배를 드리러 기차에 올랐다. 4시간 남짓 달려 팽목항에 도착했고 진도군교회연합회의 자원봉사센터를 들러 기도의 시간을 가졌다. 지루하고 긴 시간의 끝에 접하게 된 팽목항은 비교적 한산했다. 대부분의 자원봉사센터들은 철수한 상태이고 묵묵하게 진도군교회연합회가 남아서 잠수사들과 실종자 가족들을 위하여 봉사하고 있었다.

자리를 옮겨 진도체육관에서 세월호 실종자 가족과 함께 위로예배를 드렸다. 아직도 실종자 학생의 어머니의 핸드폰 바탕화면에는 실종한 아이의 웃는 얼굴이 있다. 많은 이들이 가능성이 희박하다고 하지만 1분 1초 흘러가는 시간을 잡으려는 소리 없는 몸부림을 느낀다.

예배 후에 지쳐버린 마음, 여지없이 흔들리는 희망, 가난한 믿음으로 하루하루를 버텨내는 가족들과 함께 밤낮없이 마음 다해 봉사하다가 고열과 두드러기, 패혈성 쇼크로 인해 의식 불분명의 위독한 상황이었던 진도군교회연합회 회장 문명수 목사님의 병원을 찾았다.

중환자실의 분위기는 분주했다. 수많은 의료기기에 의지하여 간신히 숨을 쉬던 목사님의 모습을 바라보며 한목협 운영위원님들의 기도가 이어졌고 무언의 흐느낌과 함께 문 목사님의 손을 꼭 잡으며 목사님이 다시 일어나시기를 간절히 바랬다. 눈뜨고 보기 힘들 정도로 힘들어 하시던 목사님의 모습을 바라보며 ‘하나님을 향한 믿음으로 이웃에게 사랑을 전하는 하나님의 종을 왜 이렇게 하셨을까’ 하는 깊은 생각에 잠겼다. 목포에서 서울로 돌아오는 내내 문 목사님의 모습이 잊혀지지 않았다. 중환자실에서의 5분간의 짧은 면회시간이 평생을 두고 잊지 못할 긴 시간으로 다가왔다.

지난 10월 3일 51세의 나이로 문명수 목사님은 소천하셨다.

혹자는 젊은 나이에 너무나도 안타까운 희생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으나 바울이 골로새서에서 “하늘에 쌓아둔 소망으로 말미암아 예수안의 믿음과 성도에 대한 사랑”에 대하여 감사한 것처럼 故문명수 목사님의 믿음과 사랑은 고통 속에서도 변치 않는 하늘에 쌓아 둔 소망으로 말미암았음을 생각할 때에 값진 희생일 것이다.   마지막 순간까지 세월호 실종자 가족들을 걱정하며 많은 이들에게 섬김의 본을 보였던 故문명수목사.지금은 천국에서 썩지 않고 더럽지 않고 쇠하지 아니하는 유업을 잇게 하시는 산소망의 기쁨을 풍성히 누리고 계실 것이다.

문득, 하루하루의 삶이 너무나도 익숙하여 구원의 감격이 사라지고, 삶의 막막함 속에 세상에서 누리는 부귀영화만을 쫓다가 하늘에 쌓아야 할 소망을 잊고 살지는 않은지 생각하게 된다.

2014년 4월. 온 국민의 가슴을 먹먹하게 만들었던 세월호 참사. 아픔을 같이 하기 위하여 그곳에 뿌려진 희생과 섬김이 잊혀질까 두려운 마음이 몰려온다.

“우리가 너희를 위하여 기도할 때마다 하나님 곧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의 아버지께 감사하노라 이는 그리스도 예수 안에 너희의 믿음과 모든 성도에 대한 사랑을 들었음이요 너희를 위하여 하늘에 쌓아 둔 소망으로 말미암음이니 곧 너희가 전에 복음 진리의 말씀을 들은 것이라” (골 1: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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