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아는 분 중에 직업은 의사이지만, 요리는 전문가 못지 않게 잘하시는 분이 계시다. 한식, 중식, 양식, 게다가 분식까지 못 하시는 음식이 없으시단다. 의사와 요리사? 여엉~ 어울리지 않을 것 같은 이름이지만, 내가 생각할 때는 정말 의사와 요리사는 너무나 잘 어울리는 것 같다. 왜냐하면, 의사는 사람의 아픈 곳을 치료하는 사람이고 요리사는 사람이 건강하게 살 수 있도록 영양을 공급해주는 사람이기 때문이다.

이 두 가지는 사람의 생명을 살리는 일이고, 생명을 살리는 것을 넘어 그 사람이 자기의 인생소명을 다할 수 있도록 돕는다는 차원에서 의사와 요리사는 잘 어울린다고 할 수 있다. 그런 점에서 그 분은 자기가 자기의 밥을 짓는 사람이기도 하고 남의 밥도 지어주는 사람이라고 할 수 있을 터.

그럼 나는 어떤 사람인가? 성도들에게 영적인 밥을 공급해주는 목사, 사람들에게 육체의 밥을 제공해주는 사회복지사, 사람들에게 마음의 밥을 지어주는 음악치료사이다. 이 세 영역의 일 또한 사람의 생명과 관계되는 일이고, 사람을 살리는 것을 넘어 산 사람이 자신의 인생소명을 잘 감당할 수 있도록 돕는 일이다.

▲ © 해빌리지 살렘교회

오지랖 넓은 인생? 그래, 어쩌면 나는 오지랖 넓은 인생을 살고 있는 것 같다. 한 가지 일에 집중을 해도 그 일에 요청되는 역할을 잘 할 수 있을까 말까한데 세 가지 역할을 다 감당하고 있으니 이건 분명 오지랖이 넓지 않으면 감당하기 힘들 터.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가 세 가지 밥 짓는 자로 살아가는데는 나 스스로 다음과 같은 답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첫째는, 사람을 살리는 일이라는 것이다. 둘째는 살리는 것을 넘어 자기의 인생소명을 자기 스스로 감당할 수 있도록 돕는 일이라는 것이다. 또한 나는 내가 먹을 밥을 짓는 일이기도 하고 남의 밥을 지어주는 사람이기도 하다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앞에서 언급한 분이나 나는 서로 하는 일은 달라도 하는 일의 의미는 같다고 할 수 있다. 또한 목사를 가리켜 성직자라고 하는데, 사실 신앙적 관점에서 보면, 성직자는 목사에게만 국한시켜서는 안 된다. 목사의 일이건 의사의 일이건 어떤 사람의 일이건 간에 그 일이 신앙 안에서 사람을 살리고 사람을 돕는 일이라면 그 일을 하는 모든 사람이 성직자라고 할 수 있다. 따라서, 성도는 세상에서 말하는 직업의식을 넘어 신앙인으로서 자신이 하고 있는 일에 성직의 의미를 불어넣을 수 있어야 하고, 내가 하는 일이 첫째는 하나님을 기쁘시게 하고 둘째는 사람들에게도 유익과 기쁨을 주는 것으로 성직으로서의 나의 일에 대한 의미를 살려야 한다.

여기서 하나 더 생각해 볼 게 있다. 밥도 밥 나름이라는 것이다. 내가 먹을 밥을 짓는 데도, 남이 먹을 밥을 짓는데도 그 밥 속에 장인의 정신을 불어넣어야 한다는 것이다. 나는 이게 그 어느 시대보다도 오늘날 우리 기독교인들에게 요청되는 시대적 사명이라고 생각한다.

기독교인들은 우리는 복을 받는다는 말과 은혜받는다라는 말을 참 좋아한다. 또 나는 수고를 덜해도 댓가를 넉넉하게 받으면 그 사람을 가리켜 은혜로운 사람이라고 하고, 다른 사람이 자신의 수고에 대한 정당한 댓가를 요구하면 은혜가 없는 사람이라고 하는 경우가 있다. 이런 모습들을 통해 기독교인들이 신앙의 근본정신과 관계없이 얼마나 이기적인가를 알 수 있다.

기독교인들은 위로부터 내려오는 복의 전달자가 되어야 함과 동시에 위로부터 오는 은혜의 전달자가 되어야 한다. 내가 지어주는 밥값이 만원이라면, 나는 고객에게 만원 이상의 가치를 줄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물론, 내 밥의 가치를 인정해주지 않거나 툴툴 거리는 사람들도 있다. 내 경험상, 내가 베푼 복을 복으로 알지 못하고 은혜를 은혜로 알지 못하면, 그 복과 은혜는 다시 내게로 돌아오더라.

밥? 밥 나름이다. 밥 공장에서 지어지는 밥과 집에서 어머니가 짓는 밥은 같은 쌀로 짓더라도 천양지차가 있는 것 아니겠는가! 그런 인식 하에, 나는 내가 짓는 밥에 밥 이상의 가치를 담아내고 있는가 하는 생각을 해본다. 내가 사람들에게 하는 설교, 내가 사람들에게 주는 사회복지서비스, 내가 사람들에게 주는 음악치료 서비스…, 이 세 가지 영역은 내게 있어 서로 독립적인 영역이 아니다. 목회라는 한 영역 안에서 내가 나를 위해 짓는 밥이며 사람들을 위해 짓는 밥이다. 문제는 내가 짓는 밥에 밥 이상의 가치를 담아내고 있는냐 하는 것인데, 글쎄…, 내가 지은 밥을 먹이고 사람들을 돌려보내고 나면 부끄러움에 스스로 얼굴이 붉어지거나 자책을 할 때가 많다. 어쩌면 이런 고민은 내 평생에 그림자처럼 나를 따라다닐게다.

밥? 나에게 밥은 너무나 중요하다. 나는 나와 내 가족이 먹을 밥도 지어야 하며, 남에게 먹일 밥도 지으며 살아야 하는 존재다. 이건 분명 내게 버거운 짐이다. 그러나 밥도 밥 나름이이게 정말 밥다운 밥을 짓기 위해 더 많은 노력을 기울여야 할 터. 그러다보면 언젠가는 나도 누가 해주는 밥을 먹으며 살 날이 오겠지. 그렇지만, 내게 힘이 있고 정신이 살아있는 한, 밥다운 밥을 짓는 요리사가 되도록 노력할 터. 거기에다가 폼도 좀 나는 멋쟁이 요리사가 되도록 노력할 터.

성도님들이여, 맛있는 밥을 짓도록 더 노력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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