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사 에스라처럼 하나님의 말씀을 바르게 전하게 하옵소서

한국 교회 성도들처럼 설교를 자주 듣고 많이 듣는 나라가 흔치 않을 것이다. 주일이면 하루에도 몇 차례 그리고 날마다 새벽기도회가 있다. 수요예배와 구역예배와 금요기도회도 있다. 모일 때마다 설교하는 목사의 입장에서 보면, 한국 교회 목회자들처럼 설교를 자주하는 교역자도 없을 것 아닌가. 사실은 행복한 설교자라 해야 할 것이다.

그러나 그 준비가 어찌 쉽다하겠는가. 언제라도 교인들 앞에서 성경을 펴면 적절하게 말씀을 전할 수 있어야 할 것이니 말이다. 그리고 말씀을 듣는 성도들이 하나님 앞에서 아멘! 아멘! 해야 할 것 아닌가. 설교의 원천은 성경이다. 깊은 샘이고, 마르지 않는 생명 샘이다. 설교자는 성경 66권을 잘 익혀서 준비되어 있어야 한다. 30여 년을 설교자로 살아왔던 나는 신학교에서 참 좋은 스승을 만났었다.

돌이켜 보면 특별한 은혜였다. 훈련을 단단히 받은 것이다. 총회신학교 2학년 때(1979)였다. 설교학 시간이면 성경시험부터 치렀다. 매일 성경을 읽는 것이 숙제였다. 읽은 내용 가운데 어떤 구절 한 부분만 내어놓으면, 무슨 성경 몇 장 몇 절인지 답을 쓰는 시험이었다. 성경을 한 번만 읽고는 답을 쓰기가 어려웠다. 그렇게 성경에 익숙하도록 읽혔다.

‘설교연습’시간도 긴장이었다. 5분 설교를 하는 전도사들은 담담했다. 설교를 듣는 목사님께서 “전도사님, 성경이 그것을 말합니까?” 하면, 성경 해석이 틀렸다는 지적이었다. 성경을 바로 해석하는 일을 강조하셨다. 자기 이야기. 은혜스럽다는 착각에 빠지지 말라 하셨다. 설교 원고에 부적절한 표현이나 단어까지 밑줄을 그어 지적했다. ‘한국 교회 강단에서 하나님의 말씀이 바르게 선포되도록 신학생을 훈련하겠다.’는 열정이 있었던 박희천 목사님이었다.

성경읽기를 강조하면서 다른 신학교 이야기를 했다. 재건파라 불렀던 교단 신학교는, 신학 3년 동안에 구약 100회, 신약 100회를 읽게 한다는 것이다. 박 목사 자신도 한 때는 매일 4시간씩 성경을 보셨다고 했다. 자신이 그렇게 성경을 읽은 동기를 말했다.

신학교 입학을 준비하고 있을 때(1947), 요한계시록만도 일만 번이나 읽었다는 최원초 목사가 그에게 “너, 성경 많이 읽어라” 했는데, 그 말씀이 가슴에 못처럼 꽉 박혔다는 것이다. 1950년부터는 매일 시편 다섯 편, 잠언 한 장씩을 643회나 읽었노라고 소개했다. 자신이 성경을 얼마나 아는지 자기 확인 요령을 말했다. 신구약 성경 어느 부분이나 한 절을 읽어주면, 그 내용이 어느 성경 몇 장인지는 알아야 하고, ‘무슨 성경 몇 장’ 하면 그 내용을 말할 수 있어야 성경을 조금 아는 것이라 했다.

교회갱신협의회가 주관한 목회자영성수련회(2009년) 때, 은퇴하신 박 목사님을 강사로 모시고 설교를 들었다. 학교 졸업하고 30년 만에 듣는 설교였다. 학생 때 들었던 에스라 7장 6절로 10절로 ‘학사 에스라’ 제목으로 강론했다. 신학생 때 마음에 진하게 새겼던 그 설교를 다시 들었지만, 여전히 강력한 감동이고 도전이었다. 심령골수를 쪼개는 날 선 검이었다.

박 목사님은 “내 소원은 학사 에스라와 같은 목회자가 될 수 있었으면 하는 것입니다. 동료 목회자님들께서도 21세기에 학사 에스라와 같은 목회자가 될 수 있기를 바랍니다.” 하고 수련회 설교를 마쳤다. 잘 가르쳐주셨던 고마운 스승에 대한 존경과 감사가 마음 가득했다. 자신을 돌아보는 도전이었다.

선배 목사님 한 분은 주일 설교를 준비하면서, 설교할 성경을 20회 정도는 읽는다고 하셨다. 이런 목사님들을 뵈면서 나도 성경읽기에 정성을 들였다. 하나님의 말씀을 대언하는 사명자로서 영광을 누렸던 목회시절은 행복한 때였다.

나는 이미 강단을 내려왔다. 목회할 때는 생각지 못했던 현실이 보이고 깨달아졌다. 은퇴목사로서 해 줄 수 있는 말씀, 선배나 노인으로 배운 지혜로 권할 말들이 많아졌다. 설교 초청을 받으면 원고를 작성하고는 몇 번이고 수정하며 기도로 준비한다. 그리고 “학사 에스라처럼 하나님의 말씀을 바르게 전하게 하옵소서” 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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