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혼까지 맑아져요”

인천제2교회 '사랑의 목욕탕'에 온 할머니들이 지난 3일 사진촬영을 위해 목욕하는 포즈를 취했다. ⓒ 이영환 인턴기자
인천제2교회 '사랑의 목욕탕'에 온 할머니들이 지난 3일 사진촬영을 위해 목욕하는 포즈를 취했다. ⓒ 이영환 인턴기자

지난 3일 오후 1시 인천 도원동 인천제2교회(이건영 목사) 교육관 5층 복도. ‘목욕탕’이라는 문패 앞에 70∼80대 할머니 20여명이 나란히 앉아 있었다. 교회 자원봉사자가 수건과 때밀이타월, 칫솔 등을 나눠주자 할머니들은 줄지어 목욕탕 안으로 들어갔다.

목욕탕의 내부는 33㎡(10평) 정도. 넓지는 않았지만 있을 것은 다 있었다. 열탕과 냉탕이 각각 나뉘어져 있었고, 샤워 꼭지들도 대여섯 개 벽에 달려 있었다. 탕 옆에는 대야와 의자 20여개가 쌓여 있고, ‘탕안에서는 때를 밀지 마세요’라는 문구도 붙어 있었다. 동네 목욕탕과 다를 바가 없었다.

교회에서 300m 정도 떨어진 도원역 인근에 사는 최정자(79·여) 할머니는 “찜질방은 비싸서 못 가고 여기는 무료라서 거의 매주 온다”고 말했다. 최옥희(86·여) 할머니는 “지난주 동인천역에서 ‘목욕 티켓’을 받아 처음 오게 됐다”며 “진짜 교회 안에 목욕탕이 있는지 궁금해서 와봤다”고 말했다.

인천제2교회 ‘사랑의 목욕탕’은 2010년 예배당을 신축할 때 만들었다. 당시 이건영 목사는 돈이 없어 목욕도 제대로 못하는 이들이 주변에 많다며 교회 안에 무료 목욕탕을 짓자는 파격적인 아이디어를 내놓았다. 사랑의 목욕탕은 입욕료가 없을 뿐 아니라 교회에서 수건과 비누, 칫솔, 치약 등도 선물한다. 목욕을 마치고 갈아입을 수 있는 옷도 준다. 성도들이 기증한 헌옷들을 모아 깨끗하게 세탁해 한쪽에 모아뒀다.

이용자는 주로 할아버지, 할머니, 노숙인들이다. 목욕탕은 화요일과 목요일, 1주일에 2회 문을 연다. 매주 화요일은 남성, 목요일은 여성이 이용하는데 남성은 40여명, 여성은 25명 정도가 찾는다. 교회는 더 많은 이들이 이용할 수 있도록 매주 토요일 동인천역 앞에서 목욕탕 티켓을 나눠주고 있다.

인천제2교회에는 치과도 있다. 1주일에 1회, 일요일 오후 운영되지만 2010년에 정식으로 구청 허가도 받았다. 의사와 간호사는 모두 이 교회 성도들이다. 평일에는 각자의 병원에서, 주일에는 이곳에서 자원봉사를 한다. 스케일링이나 간단한 잇몸 치료는 이곳에서 하고 더 복잡한 치료가 필요하면 병원으로 찾아오라 해서 마무리한다. 교회는 2000만원대 치과용 의자까지 들여놨다.

무료 진료를 받는 환자들은 주로 중국에서 온 한족 이주노동자들이다. 반월공단 시화공단 등지에서 일하는 중국인들까지 교회를 찾아온다. 이들이 교회에 정착하면서 현재 한족 출석성도만 150명이 넘는다. 인천제2교회는 한국에 온 중국 한족 노동자를 전도하고 훈련하는 것은 물론, 이들이 중국으로 돌아가면 매년 한 차례‘국제 심방’을 간다. 이를 12년째 이어오면서 중국 현지 선교보다 한국에 일하러 온 중국인들에 대한 선교가 훨씬 더 효과적이라는 것을 체감했다.

교회 교육관 6층에는 지적 장애아동을 위한 1대1 치료시설 ‘삼일특수교육센터’가 있다. 2001년 다른 교회들이 많이 운영하는 유치원이나 어린이집 대신 장애인교육시설을 세웠다. 특이한 점은 교사 한 명이 장애아동 한 명을 전담해 가르친다는 것이다. 미술 언어 인지 특수체육 놀이치료 등 다섯 과목이 있는데, 1인당 한 시간씩 하루 50여명이 센터를 이용한다. 성도 700여명이 매년 회비를 내 정부지원 없이 운영되는데도 비용은 다른 시설의 3분의 1 수준이다. 대기자가 100명을 넘을 정도로 인기가 많다.

어린이도서관인 ‘꿈나래 도서관’도 교회의 자랑이다. 교육관 4층 231㎡ 넓이의 도서관에는 어린이 책 9000여권이 비치돼 있다. 신앙 서적은 10%, 일반서적이 90%이고 비기독인 가정의 아이들도 이용할 수 있다. 이용률을 높이기 위해 새 책만 비치한다는 원칙도 세웠다. 1년에 1만원씩 회비를 내는 어린이 회원이 500명이다.

교회가 지역과 함께 하는 일에 관심을 기울이자 성도들의 ‘충성도’가 높아졌다. 거리와 상관없이 수도권 전역에서 성도들이 온다. 이들의 비중은 전체의 95%다. 20세 이상 성인 출석 교인은 2200여명, 주일학교 학생은 850여명이다. 매주 5∼10명 정도가 새 신자로 등록한다. 이 목사는 “올해 12월 25일까지 1225명 새신자 등록을 목표로 세웠다”며 “특히 올해는 3월까지 200여명이 새로 등록했다”고 말했다. 그는 “지역을 생각하는 우리 교회의 마음을 인근 주민들도 다 알고 있다”면서 “성전을 건축할 때도 반대시위 한 번 없었다”고 소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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