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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가 돈을 대고 아르메니아 조각가가 디자인하고 아르메니아에서 주조하여 시리아에 세운 이 다국적 예수상에는 기독교 역사와 국제 정세가 이리저리 얽혀 있는 것 같습니다.

러시아는 시리아 영토의 지중해 연안에 해군기지를 갖고 있는 나라입니다. 러시아 정교회는 시리아에 거주하는 아르메니아 정교회 교인들과의 교류 내지 이들에 대한 지속적인 영향력을 염두에 둔 것 같습니다.

시리아에는 아르메니아인들이 꽤 많이 살고 있다고 합니다. 아르메니아는 기독교 역사에서 매우 중요한 민족이랍니다. 사도 다대오와 바돌로메가 주후 40-60년경에 이 민족에게 복음을 전했고, 주후 301년에는 기독교를 최초로 국교로 받아들인 민족이니까요. 주후 301년이었습니다. 그런데 19세기 말과 20세기 초에 오스만 제국(그 후신이 지금의 터키입니다. 터키는 ‘아르메니아대학살’을 공식적으로 인정하지 않고 있습니다.)이 아르메니아인들을 대량학살하는 사건이 일어나고, 민족의 이러한 수난기에 많은 아르메니아인들이 해외로 이주하게 됩니다. 아르메니아는 이들은 ‘아르메니아 디아스포라’라고 하는데, 시리아에 거주하는 아르메니아인들도 바로 이 ‘아르메니아 디아스포라’의 후손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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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수상 얘기를 더 해 보죠. 내년에 월드컵이 열리는 브라질에 유명한 예수상이 있지요. 텔레비전 같은 데서 브라질 명물로 심심찮게 보여주는, 언덕 위에 두 팔을 벌리고 서 있는 그 예수상 말입니다. 브라질 리오그란데의 ‘구세주 그리스도(Cristo Redentor)’ 상이라고 하는데, 높이가 38m 정도 된다고 합니다.

시리아의 ‘나는 세상을 구원하러 왔다’ 예수상은 리오그란데 구세주 그리스도상보다 1m가 더 큽니다. 제작진(조각가든 후원자든)이 의도적으로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브라질의 예수상보다 크게 계획했는지는 모르겠습니다만, 어쨌든 이 예수상에 대한 기사를 전하는 현지나 러시아 등지의 언론은 하나 같이 리오그란데 예수상보다 1m 더 크다고 보도하고 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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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높이 경쟁은 애초부터 무리가 있었을 겁니다. 리오그란데 예수상이 워낙 유명하다보니 정작 가장 큰 예수상은 좀 묻혀있는 것 같은데, 바로 포르투갈에 있는 ‘왕이신 그리스도’ 상입니다. 무려 110m입니다. 이참에 세계 곳곳에 있는 예수상과 그 높이를 좀 더 알아볼까요. 예수상의 높이에 상이 세워져 있는 받침대(좌대) 높이를 포함하냐 마냐에 따라 달라질 수도 있지만, 어쨌든 좌대 높이까지 치면 각 예수상의 높이는 대략 이렇습니다. 

붕타우의 그리스도, 베트남 붕타우 36m
태평양의 그리스도, 페루 리마 37m
평화의 그리스도 볼리비아 코카밤바 40.5m
부활하신 그리스도 멕시코 틀랄네판틀라 데 바즈 48m
축복하시는 그리스도 인도네시아 마나도 50m
왕이신 그리스도 폴란드 스비보드진 52m
조각가 주라브 쩨레텔리(Zurab Tsereteli)의 예수상(계획, 장소미정) 83m

세계 최대, 최고 이런 거 엄청 좋아하는 한국, 그리고 세계 최대 교회를 자랑하는 한국 교회가 세계 최대의 예수상 세울 생각은 안 하고 있는 것 같아, 다행이긴 하네요.

아, 하나 더. '나는 세상을 구원하러 왔다' 예수상을 세운 지난 10월 14일부터 사흘간 이 지역에서는 일시 휴전이 선포됐다는 보도도 있습니다. 이 예수'상'(주의:예수님이 아님)이 세상을 구할지, 시리아를 구할지, 시리아에 거주하는 아르메니아 디아스포라를 구할지는 모르겠지만, 아주 효과가 없었던 것은 아닌가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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