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교회와 교단, 교계 연합체들과 기독 NGO들이 필리핀의 눈물을 닦아 주기 위해 일어나고 있다

슈퍼 태풍 하이옌이 쓸고 지나간 레이테 주의 주도 타클로반, 이곳은 지진 피해현장 같은 착각이 들 정도로 처참하다. 타클로반 어디를 가도 온전한 집이나 건물을 찾아보기 힘들다. 공항도 활주로와 관제탑만 겨우 남아 있다. 남은 흔적을 통해 당시 태풍 하이옌의 위력을 느낄 수 있다.

태풍 하이옌이 타클로반을 덮친 날이 8일 새벽이고 한국기독교연합봉사단 긴급구호팀이 현장에 도착한 날이 14일이다. 일주일이 지났지만 거리에서는 여전히 덤프트럭으로 시신수습을 하고 있다. 트럭에 가득 실린 시신들이 현장을 대변해 주고 있다. 알프레도 로무알데스 타클로반 시장은 인터뷰를 하면서 ‘지금 헬기, 수송기가 뜨지만 당장 필요한 것은 시신을 옮길 트럭’이라고 할 정도다.

타클로반은 돈이 소용없는 곳이다. 돈이 있어도 살 물건이 없기 때문이다. 유엔은 이 상태가 며칠 지속되면 폭동이 일어날지 모른다고 경고했다. 재난 초기에는 보도를 통해 우리가 아는 것처럼 곳곳에서 약탈도 일어났다. 교도소를 탈옥해 도망가는 죄수들을 향해 경비대가 총격을 가했다고 <AP통신>은 전했다. 우리 팀이 구호품을 싣고 세부에서 타클로반으로 가는 해군 수송선에서 만난 필리핀 적십자 대원은 타클로반에서 구호품을 나눠주던 적십자대원 한 명이 죽었다고 했다. <AFP통신>에 따르면 구호품을 받기 위해 몰려든 사람들에 의해 창고 벽이 무너지면서 여덟 명이 압사했다.

지금은 재난 초기 때의 치안부재 상황은 벗어났다. 타클로반은 계엄령이 내려진 상태고 무장한 군인들이 시내곳곳을 지키고 있다. 저녁 8부터 아침 5시까지 통행금지가 선포되었다. 우리나라를 비롯한 세계 각국으로부터 구호품과 구호팀과 의료진 등이 속속 도착하고 있다.

▲ 스포츠콤플렉스에서 구호품을 나누고 있는 한국기독교연합봉사단과 돕기 위해 나온 현지 군인들. 한국기독교연합봉사단 제공

한국기독교연합봉사단 긴급구호팀은 11일 세부에 도착해서 12일 현지 교회인 시티교회(Jo Alfafara목사)와 함께 쌀과 물을 비롯한 구호품을 구입해 한 가정이 5일 정도 생존할 수 있는 구호키트 1200개를 만들었다. 13일 세부에서 해군 수송선 바코로드 시티호에 구호품을 싣고 스물일곱 시간 만에 타클로반에 도착했다. 15일 필리핀 해군과 육군의 도움을 받아 군 트럭 4대에 구호품을 싣고 30여 명의 무장한 군인들의 호위를 받으며 이재민들이 수용되어 있는 레이테 종합운동장으로 가서 안전하게 이재민들에게 일일이 구호품을 전달했다. 레이테 종합운동장에서 구호품을 나눈 첫 번째 팀이라고 현장을 취재한 외신기자가 전해줬다. 안전 문제로 인해 재난이 나고 일주일이 지나서야 첫 구호품 분배가 이루어진 것이다.

구호품을 실은 트럭이 도착하자 수많은 사람들이 구호트럭을 에워싸 당황했지만 이내 군인들이 질서를 잡았다. 구호품을 나누기 시작하자 이재민들의 얼굴에 미소가 번지기 시작했다.

구호품을 나누는 중에 비가 쏟아졌지만 구호품 분배는 계속됐다. 그들은 엄청난 재난으로 가족을 잃고 살아남은 사람들이다. 그럼에도 그들은 한국교회가 준비한 구호품을 받고 활짝 웃으며 땡큐, 마라밍 쌀라맡을 연발했다. 그 중에 꽤 많은 사람들은 한국말로 감사하다고 했다.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우며 코리아, 코리아 처치를 연발하는 사람도 있다. 구호품을 나누고 돌아가는 우리 팀을 향해 그들은 땡큐를, 우리 팀은 “쏘리”를 주고받았다. 충분히 나눠주지 못한 것에 대한 미안한 마음이 가득했다. 이날 구호품 분배에는 필리핀 보건복지부 장관 딩키 솔리만(Dinky Soliman)도 함께 했다.

필리핀은 한국전쟁 때 7420명을 파병한 나라다. 우리가 어려울 때 목숨 바쳐 우리를 도와준 나라다. 유엔 기후변화협약 당사국 총회장에서 필리핀 외교관이 흘린 눈물이 화제다. 그 외교관의 눈물이 필리핀의 눈물로 전해진다. 필리핀이 울고 있다. 세계 어느 곳이든 재난 당한 이웃에게 한국교회는 희망이다. 이번에도 예외가 아니다. 전국에 있는 교회와 교단들 그리고 교계 연합체들과 기독 NGO들이 울고 있는 필리핀의 눈물을 닦아 주기 위해 일어나고 있다. 선하고 아름다운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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