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월 29일 주일 수원제일교회 대예배당은 예전과 달랐다. 장년 성도들이 예배 전 찬양을 드리는 가운데, 유치부 유년부 초등부 등 주일학교 부서 어린이들이 선생님 손을 잡고 대예배당으로 들어왔다. 주일학교 학생들이 강단 바로 앞좌석에 앉자, 뒤를 이어 밀알부 성도들과 중국어예배를 드리던 외국인들 그리고 청년들까지 속속 자리를 잡았다. 수원제일교회 모든 성도들이 함께 예배를 드리는 첫 번째 ‘한가족예배’는 이렇게 시작됐다.

수원제일교회(이규왕 목사) 한가족예배는 말 그대로 세대 차이를 뛰어넘고 국적과 인종까지 초월해서, 그리스도의 자녀들이 한 가족으로 예배를 드리는 자리였다. 최근 목회현장에서 교회 내의 세대단절을 염려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는데, 한가족예배는 교회의 모든 구성원들이 하나님께 예배를 드리면서 화합하고 소통하는 자리였다.

수원제일교회가 설립 60주년을 앞두고 예수 그리스도의 사랑을 회복하기 위해 애쓰고 있다. 한가족예배는 그리스도의 한 자녀로서, 성도들이 먼저 사랑하고 교제하기 위한 시도이다.
수원제일교회가 설립 60주년을 앞두고 예수 그리스도의 사랑을 회복하기 위해 애쓰고 있다. 한가족예배는 그리스도의 한 자녀로서, 성도들이 먼저 사랑하고 교제하기 위한 시도이다.

예배 후에 만난 이규왕 목사는 한가족예배가 갖는 의미는 ‘세대 통합’을 넘어선다고 설명했다. “한가족예배가 추구하는 근본 목적은 사랑입니다. 고린도전서 13장 말씀의 바로 그 사랑. 방언하고, 천사의 말을 하고, 예언하는 능력이 있고, 모든 비밀과 지식을 알고, 산을 옮길만한 믿음이 있어도 사랑이 없으면 아무것도 아닌, 바로 그 예수님의 사랑을 회복하기 위함입니다.”

한가족예배를 시작한 이유가 사랑 때문이라니. 직접적인 연관성을 찾기가 쉽지 않다. 이규왕 목사가 보기에 요즘 한국 교회는 능력을 많이 강조한다. 영성이 있다, 구제를 열심히 한다, 복지사역을 잘한다, 전도에 강하다 등등 능력 있는 교회와 목회자라고 강조한다. 그런데 지금 한국 교회가 능력이 없어서 비판을 받고 있는가? 복지사역을 안하고, 전도를 못해서 사람들에게 외면을 받는가? 이 목사는 한국 교회가 비판받는 이유는 이 모든 사역의 기초가 되는 사랑이 없기 때문이라고 지적한다.

 

사랑이 없는 교회 역시 마찬가지다. 교회가 커지면 세대와 계층에 따라 분리가 이루어지고, 같은 교회 내에서 부서이기주의까지 나타난다. 교회가 이렇게 분리되고 분열이 고착화되면, 외부와 벽을 만든다. 그래서 같은 교회 성도들끼리 상처를 주고받아 멀어지고, 새로 교회에 들어온 신자는 정착하지 못해 떠난다.

그래서 이규왕 목사와 수원제일교회 성도들은 교회설립 60주년이 되는 2013년을 앞두고 ‘예수님의 사랑을 회복하는 교회’가 되겠다는 비전을 세웠다. 올해 60주년을 위한 행사와 사업 준비에 시간과 열정을 쏟지 않고, 예수님의 사랑을 가정과 교회와 이웃과 나누고 회복하기 위해 매진할 생각이다. 올해 교회 표어도 ‘예수님의 사랑으로 세상을 섬기는 성도’로 정했다.

한가족예배 역시 이런 비전 속에 시작된 것이다. 그리스도의 한 자녀 된 성도들이 교회 안에서 예수님의 사랑을 회복하겠다는 의미가 담겨 있다.

그러나 ‘세대를 아우르는 예배’로서 한가족예배에 대한 걱정 한 가지가 있다. 바로 나이 차이가 60년 이상 나고 지식과 생각이 다른 성도들에게 어떻게 설교를 하는가이다. 예배에 참석한 모든 성도들이 이해할 수 있고, 그러면서 지루하지 않게 설교한다는 것은 쉽지 않다.

이규왕 목사는 고민 끝에 ‘보이는 설교’를 시도했다. 이날 한가족예배에서 이 목사는 ‘어디로 이사했나요?’(골 1:13~14)라는 설교를 했다. “우리는 평생을 살면서 직장을 따라서, 자녀들을 위해서 최소한 한 두 번 이사를 합니다.” 이규왕 목사는 친근한 목소리로 설교를 시작했다. 그리고 전광판에서 이사하는 동영상이 나왔다. 동영상과 함께 이 목사의 설교는 이어졌다. “어디로 이사를 가든지 범죄와 학원폭력과 왕따와 이웃갈등이 없는 동네는 찾아보기 어렵습니다. 자녀가 있어도 외롭게 죽는 노인이 점점 늘어나는 몰인정한 세상입니다.” 다시 전광판에 홀로 지내다가 돌아가신 노인들에 대한 뉴스가 동영상으로 나왔다.

이규왕 목사는 설교 중간 중간에 관련 동영상과 사진 및 자료들을 전광판에 보여줬다. 어린 주일학교 학생은 영상을 보면서 딱딱하고 다소 어려운 설교를 이해했다. 미움과 다툼과 시기와 욕심으로 가득한 세상에서, 우리 그리스도인이 가족과 이웃에게 먼저 사랑의 손을 내밀어서 이 땅에 하나님의 나라를 이뤄가야 한다는 권면을 모든 성도들이 깨달았다.

반응은 이 목사의 예상을 뛰어넘었다. 아이들은 아빠 엄마와 함께 예배를 드리니 마음이 든든했다고 좋아했다. 청년부 박정은 씨는 “온 가족이 같은 설교를 듣고 소감을 나눌 수 있는 기회가 됐다”고 말했다.

다른 설교에 비해 몇 배로 힘들었지만, 이 목사는 주일이 다섯 번 있는 달의 마지막 주일예배는 한가족예배를 드릴 예정이다. 성도들은 벌써 4월 29일 주일을 기다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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