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 많은 교회에서 방과후학교와 작은도서관 만들기 운동이 펼쳐졌다. 지역 사회를 위한 사역으로 각광을 받았다. 그러나 얼마가지 않아 방과후학교는 학원들의 민원이 발생하고 정부 보조금에 대한 재정 문제가 불거졌다. 작은도서관 역시 규모도 작고 특색도 없다는 평가 속에 주민들의 외면을 받아 쇠락하고 말았다.

은천제일교회가 지역의 초등학교 어린이를 위해 영어전문도서관을 개관하고 다음 세대를 위한 사역을 이어가고 있다. 최인광 목사(가운데)와 아이들이 영어동화책을 보며, 김귀열 목사(왼쪽)의 설명을 듣고 있다.
은천제일교회가 지역의 초등학교 어린이를 위해 영어전문도서관을 개관하고 다음 세대를 위한 사역을 이어가고 있다. 최인광 목사(가운데)와 아이들이 영어동화책을 보며, 김귀열 목사(왼쪽)의 설명을 듣고 있다.

서울 봉천동에 위치한 은천제일교회(최인광 목사)도 마찬가지였다. 최인광 목사는 ‘지역 섬김’이 교회의 중요한 사명이라는 믿음으로, 아이들을 위한 작은도서관을 만들고 기아대책과 협력해 행복한나눔가게를 열고 지역의 불우아동에게 급식비와 생활비를 제공하는 등 ‘지역 속의 교회’가 되기 위해 혼신을 다했다. 이런 노력 덕분에 이제 주민들이 좋은 교회로 인정을 하고 있다. 그러나 최인광 목사는 고민이 많다.

“다음 세대를 위해 아이들을 위한 사역을 계속 진행하고 있는데, 쉽지 않습니다. 작은도서관을 통해 아이들을 만나려고 했지만, 크고 좋은 도서관이 있어 굳이 교회 도서관까지 오지 않습니다. 이제 토요일마다 아이들이 학교에 가지 않게 되어 대안이 필요한 상황입니다.”

고민에 쌓인 최인광 목사에게 최근 희소식이 들려왔다. 지역의 크고 좋은 도서관과 경쟁할 수 있고, 초등학교 아이들의 토요일 사역까지 감당할 수 있는 방법이 찾아왔다. 바로 영어전문도서관이다.

영어전문도서관은 오랫동안 사회에서 교육사업을 펼쳤던 김귀열 목사가 고안한 운동이다. 김 목사는 많은 교회들이 지역 아이들을 위한 사역을 펼치지만, 어느 것 하나 제대로 성공하고 정착되지 못하는 모습을 보았다. 교회들이 실패하는 모습을 보면서 문제는 ‘차별성’과 ‘적용성(확장성)’이 부족하다는 것을 깨달았다. 즉, 사회에서 펼치는 사업과 다른 점이 없고, 다른 영역으로 발전시키지 못한다는 것이다.

김귀열 목사는 ‘영어전문도서관’을 고안했다. 영어의 중요성은 한국사람 모두 인식하고 있고, 어린이를 위한 영어전문도서관은 어디에도 없어 차별성을 보장받기 때문이다. 또한 도서관에서 영어도서만 대출해주는 것이 아니라, 논술교실 영어동화구연교실 토론교실 등 다양한 사역으로 확장할 수 있어 성공할 가능성도 높다. 김 목사는 작년 12월부터 사역을 추진, 전국을 순회하며 교회영어도서관세미나를 개최했다. 그리고 은천제일교회 최인광 목사를 만나 영어도서관운동에 필요한 목회자와 교회들이 목소리를 듣게 됐다.

교회영어도서관세우기운동본부(www.esredu.co.kr)는 지난 1월 31일 양화진교회에 제1호 영어전문도서관을 설립하고, 3월 17일 은천제일교회에 제2호 도서관 개관식을 열었다.

영어전문도서관 설립을 위해 은천제일교회는 기존 작은도서관을 그대로 활용하고, 도서구입과 도서관시스템 구축을 위한 초기비용만 지출했다. 영어도서관운동본부에서 영국과 미국 캐나다 등에서 대량으로 구매한 아동영어도서 500권을 제공하고, 책꽂이와 바코드 입력 및 도서대출을 위한 카드와 시스템을 모두 만들어 줬다. 은천제일교회가 지출한 비용은 200~150만원 정도. 일정 시간이 지나면 영어도서를 새로운 책으로 모두 무상 교체해주기에 나중에 들어가는 비용도 없다.

은천제일교회는 영어전문도서관으로 새로운 토요일 사역을 준비하고 있다. 영어전문도서관에서 독서치료교실, 유아를 위한 동화책 읽어주기 교실, 창의력을 키워주는 놀이문화교실 등을 계획 중이다. 가능하면 원어민을 초청해 영어교실까지 운영할 생각이다. 이런 사역을 위해 도서관에 부교역자와 전문사서까지 배치했다.

최인광 목사는 작은도서관 사역이 실패했음에도 계속 어린이를 위한 사역을 펼치는 이유를 “다음 세대가 교회의 희망이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관악구에 교회가 490개 있었습니다. 그런데 올해 390개로 줄었습니다. 교회 100개가 없어진 것입니다. 다음 세대를 위한 사역에 집중하지 않는다면, 교회는 더 급속히 사라질 것입니다. 실패를 해도 교회는 아이들을 위한 사역을 계속 시도하고 추진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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