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기독교목회자협의회(한목협)는 한국교회의 일치와 갱신, 사회를 향한 온전한 섬김을 지향하는 15개 교단 목회자들의 협의체로서 1998년 11월 26일 창립한 이래 성탄절마다 우리 사회의 소외된 이웃을 찾아 함께 예배를 드려왔습니다. 그동안 강남구룡마을판자촌주민, 조선족 동포들, 외국인 노동자들, 노숙인, 탈북 동포들, 청소년들, 자연재해를 당한 이웃들, 미혼모 자녀들, 결혼 이민자 가정, 지역아동센터, 쪽방촌 주민들과 함께 예배하고 사랑을 나누어 왔습니다. 이번 2011년에는 6.25전쟁 이후 지난 60여 년간 가족을 잃은 슬픔에 더하여 사회적 냉대를 겪어야 했던 6.25전쟁납북자(이하 ‘전쟁납북자’) 가족들과 함께 성탄예배를 드렸습니다.

우리는 1953년, 한국전쟁은 중단되었지만 전쟁납북자 가족들에게 이 전쟁은 아직도 계속되고 있는 것을 확인했습니다. 북한은 6.25전쟁 중 약 8만여 명의 남한 민간인을 사전계획 아래 조직적으로 선별하여 납북하거나 전쟁수행에 동원했습니다. 휴전 이후, 북한에 억류되었던 외국 민간인들은 북한의 자발적 석방조치와 유엔군 측의 관심으로 귀환했으나 납북된 남한 민간인의 경우 북한은 그 존재를 부정하고, 납북범죄 사실을 계속해서 은폐하였습니다.

세상에서 가장 소중한 가족을 하루아침에 빼앗긴 남겨진 가족들은 북녁땅을 향해 애를 태우며 오늘도 고통 속에 살고 있습니다. 우리는 전쟁납북자 가족과 함께하는 2011년 성탄예배를 준비하며 이들이 직면하였던 60여 년의 기나긴 슬픔과 고통을 낮은 곳에 오신 예수 그리스도의 사랑으로 위로하며 한국교회와 사회, 그리고 정부가 문제해결을 위해 적극적으로 관심을 갖고 다음과 같이 힘써 줄 것을 진심으로 호소합니다.

첫째, 한국교회는 6.25전쟁납북자 가족들에게 전폭적인 관심을 보이고 기도에 힘써 주시기를 호소합니다.

전쟁납북자 가족들은 가족을 잃은 슬픔에다 연좌제로 인한 불이익과 감시, 그리고 사회의 냉대를 겪으며 그동안 남모를 고통을 삭이며 숨죽여 살아야만 했습니다. 생계유지를 위해 힘겹게 살아가느라 자신들의 억울함조차 호소하지 못했습니다. 기나긴 시간 슬픔과 고통가운데 살아야 했던 전쟁납북자 가족들에게 무엇보다 필요한 것은 이들의 아픔에 귀 기울이고 함께 마음을 나누는 것입니다. 이에 전쟁납북자 가족들에 대한 한국교회의 지속적인 관심을 촉구하며, 이들의 생사확인과 유해송환을 위해 함께 마음을 모아 기도해 주실 것을 한국교회에 호소합니다.

둘째, 정부와 관계당국은 6.25전쟁납북자 관련입법 활동과 북한과의 대화를 지속적으로 힘써 주시기를 호소합니다.

지난 60여 년 동안 가족의 명예회복을 위해 홀로 싸워왔던 남겨진 이들의 노력으로 2010년 ‘6.25전쟁납북자특별법’이 제정되어 2011년 8월, 정부는 1차로 55명의 전쟁납북자들을 ‘납북피해자’로 공식 인정하였습니다. 6.25전쟁 당시 전쟁납북자들은 수도 서울을 사수할 것이라는 정부의 말을 믿고 피신하지 않았던 대한민국 국민이었습니다. 자국민 보호는 국가의 최우선 책무임에도 납북피해자들은 정부와 사회로부터 외면을 받고 순탄치 않은 삶을 살아야 했습니다. 60여 년간 소외된 상황에서 끊임없이 탄원해 온 전쟁납북자 가족들의 아픔을 헤아려 정부와 관계당국은 관련입법과 정책시행에 보다 적극적으로 나서고, 북한과의 대화에 더욱 힘써 주시기를 호소합니다.

셋째, 정부와 국제사회가 6.25전쟁납북자의 생사확인과 유해송환 문제에 관심을 갖고 구체적인 노력을 기울일 수 있도록 우리 사회와 국민들이 협력해 주시기를 호소합니다.

전쟁납북자 가족들의 간절한 바램은 납북된 가족의 생사확인과 유해송환입니다. 정부가 ‘6.25전쟁납북자특별법’을 만들고 납북피해 진상규명 등의 노력을 기울이는 것은 고무적인 일입니다. 그러나 사회현안에 묻혀 모든 노력들이 아직 구체적인 열매를 맺지 못하고 있습니다. 생사확인과 유해송환의 문제는 정부의 노력만으로는 해결의 한계가 있어 국제사회의 관심과 협력이 필요합니다. 이에 ‘물망초 배지달기 캠페인’을 비롯한 6.25전쟁납북인사가족협의회와 가족들이 벌이고 있는 납북자 문제해결을 위한 모든 노력에 대해 국민들은 관심을 보여주시고, 정부는 국제사회와 협력하여 전쟁납북자에 대한 진지한 논의와 구체적인 해결 방안들을 마련해 주시기를 호소합니다.

2011년 12월 20일
한국기독교목회자협의회
명예회장 손인웅 / 대표회장 전병금
사회봉사위원장 김원교 외 회원 일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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