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작하는 말
오늘 발제는 이론적인 대안을 제시하고자 하는 것이 아닙니다. 지난 13년 동안 사역 현장에서 교회의 주인이신 하나님의 음성을 따라 교회 공동체를 세우려고 씨름했던 경험을 나누기를 원합니다.
샘물교회를 세워가면서 받은 가장 중요한 가르침 중 하나는 교회의 주인이 하나님이시라는 사실입니다. 주께서는 교회의 주인이 개척 목사도, 헌금을 많이 한 장로도, 열심히 봉사하는 집사도 아니고 오직 하나님이심을 여러 가지 방법으로 가르치시고 고백하게 하셨습니다. 부족한 경험이지만 이를 나누면서 한국교회의 과제인 교회 사유화에 대한 대안을 함께 발견할 수 있기를 기대합니다.

샘물교회 개척 당시
저는 13년 전인 1998년 여름 서울영동교회(서울 강남구 논현동 88-2 소재)의 네 번째 분립교회인 샘물교회를 개척하도록 주의 부르심을 받았습니다. 이미 분당에 200여 개 교회가 있는데 또 하나의 교회가 왜 세워져야 하는가? 교회의 주인이신 주께 묻고 또 물었습니다. 그 때 주신 응답은 “같은 교회를 또 하나 세우라는 것이 아니고 건강한 교회를 하나 더 세우라”는 것이었습니다.
그 때 제 자신은 이 부르심에 쉽게 응답할 수가 없었습니다. 안정된 교회의 목회자였고, 아무 것도 없는 분당에서 개척을 한다는 것이 두려웠습니다. 그러나 하나님께서는 강하게 도전하셨고 저는 순종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 때 이후 저는 교회의 주인이신 하나님의 인도하심을 기대하며 한 걸음씩 발걸음을 떼어 놓는 연습을 시작했습니다.
1998년 당시는 유명한 초대형 교회들의 담임목사직 세습 건으로 이미 교회가 많은 비판을 받기 시작한 때입니다. 서울영동교회의 파송을 받은 200여 명의 성도들이 샘물교회 창립을 앞두고 교회의 주인이신 하나님이 원하시는 교회를 어떻게 세울 것인가? 고민하며 기도하기 시작했습니다.
어렵게 하나님의 부르심에 순종하여 교회를 개척하기로 결정한 저는 자신에 대해서 이런 평가를 가지게 되었습니다. 서울 강남에서 17년간 목회 경험을 쌓았고, 사십 중반의 나이에 개척을 시작하게 되었으니 근사한 교회를 만들 수 있는 적임자가 바로 저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러나 하나님께서는 전혀 다른 생각을 가지고 계셨습니다.



회개시킴
개척을 준비하면서 저는 성도들이 있고 그리고 돈만 있으면 교회가 세워질 것으로 생각했습니다. 해서 돈을 달라고 그리고 사람을 보내달라고 간절하게 기도했습니다. 그러나 하나님의 계획은 저를 회개시키시고 준비시키는 일이 먼저였습니다.
샘물교회를 세우기로 결정한 8월 중순 이후부터 한달 동안 돈 걱정으로 저의 마음은 가득 채워져 있었습니다. 6억 원의 보증금에 매월 900만 원을 내야하고 그 위에 비품과 이런 저런 필요한 것들을 생각할 때면 항상 머리 속이 하얘지는 것을 경험했습니다.
서울영동교회 성도들은 박 목사가 자신들을 배신하고 떠난다고 원망이 보통이 아니었습니다. 8월 말에 분립개척교회를 박 목사가 맡는다고 발표하고, 9월말에 한번 헌금해서 개척교회를 시작하기로 했습니다. 그러나 헌금이 제대로 나올 가능성이 없었습니다. IMF 사태가 난 이듬해인 1998년에 무슨 헌금을 성도들이 할 수 있겠습니까? 이런 상황에서 저는 마치 하나님이 계시지 않는 것처럼 답답해하며 오직 한 가지 돈을 달라고 떼를 쓰며 기도했습니다.
1998년 9월 3째 주간 목요일 아침이었습니다. 새벽 기도회 후 제 서재에서 큐티를 마치고 일어서려고 하는데 “왜 그렇게 걱정하냐?” 라는 질문이 마음에 떠올랐습니다. 그 생각을 시작으로 저는 그 날 아침 평생 잊을 수 없는 경험을 했습니다.
하나님께서 저를 책망하시고 도전하셨습니다. 예수님 때문에 한 끼도 굶어본 적이 없고, 매 맞아 본 적도 없는 제가 돈 걱정을 하면서 염려하는 것을 주께서 책망하셨습니다. 그 날 아침 참 오랜만에 하나님 앞에 엎드려 인간적인 자신의 모습을 깊이 회개하며 울었습니다. 주를 위해 교회를 위해 굶는 것도 기꺼이 감당하겠다고 기도할 수 있는 믿음을 주셨습니다.
20분쯤 기도했을까? 생각하며 일어나서 보니까 한 시간 반이 지나 있었습니다. 책상에서 일어나 방문을 나서는데 제게 변화가 있었음을 감지할 수 있었습니다. 지난 한 달 내내 그렇게 염려했던 돈 걱정이 사라져 버린 것이었습니다. 너무 감사하고 기뻤습니다. 하나님께서는 그 후에도 돈을 넉넉하게 주시지는 않았습니다. 그러나 오직 하나님만 신뢰하고 한 걸음씩 나아갈 것을 도전하셨습니다. 부족하지만 모든 것을 하나님께 맡기는 본격적인 훈련을 시작하게 된 것이었습니다.

하나님이 세우시는 교회
개척에 동참하기로 한 K 장로님이 9월 중순 어느 날 아침 전화를 했습니다. “목사님, 아무개가 교회 세우러 분당 간답니다.” 개척에 동참하기로 한 서울영동교회의 한 형제를 두고 장로님은 그렇게 표현했습니다.
그 때 저는 제가 개척의 적임자라고 생각하며, 열심히 해 보겠노라고 작정하고 기도하고 있을 때였습니다. 그런데 세례 받은 지 일년도 되지 않는 초신자이며, 돈이 많은 사람도 사회적 지위가 높은 사람도 아닌 그 형제가 교회를 세우기 위해 분당으로 온다는 것입니다.
장로님의 그 표현이 그 때 제 귀에는 “새롭게 세우는 교회의 주인은 나다. 교회는 내가 보내는 사람에 의해서 내가 세운다. 네가 세우는 것이 아니다” 라고 말씀하시는 것으로 들렸습니다. 지금도 하나님께서 주신 그 날의 가르침이 선명하게 기억납니다.
그 때 이후 저는 준비했던 개척 파일을 덮었습니다. 많은 성도들이 왔으면 하는 마음도 거두었습니다. 하나님께서 보내는 사람들과 함께 하나님께서 주시는 방법을 따라 교회를 세우겠다고 고백했습니다. 제 자신의 의지로 교회를 세우지 않고 하나님이 주시는 방법과 원리를 따라 갈 것을 다짐하며 섬세한 하나님의 인도하심을 구했습니다.

교회 이름 정하기
교회 이름을 정할 때 담임목사로 섬기기로 한 제가 이름을 정하는 것이 마땅하다고 생각하고 여러 가지 이름을 메모하면서 준비했습니다. 준비위원회에 “이름을 어떻게 할까요?” 라고 물었더니 목사님이 알아서 하라는 것이 아니고, 공모해서 성도들이 좋아하는 이름을 찾자고 제안했습니다.
어느 날 새벽기도 시간에 계시처럼 받은 교회 이름이 있는데 공모라니? 그러나 공모하는 것이 하나님께서 주시는 이름을 얻는 보다 합리적인 길이라 여겨져 그렇게 하기로 했습니다. 그리고 공모를 하더라도 제가 받은 이름이 틀림없이 정해질 것으로 확신했습니다. 100여 개의 이름이 제안되었습니다. 그 중에는 제가 계시 받은 이름도 있었고 혹시나 해서 제가 그 동안 메모해 둔 이름 중 9개도 함께 제안했습니다.
105명의 개척 멤버들이 먼저 10개의 이름을 투표로 뽑았는데 그 속에는 제가 제안한 이름이 단 하나도 포함되지 않았습니다. 저는 깜짝 놀랐습니다. 그 좋은 이름들을 성도들이 그렇게 철저히 외면하다니! 그러나 그게 현실이었습니다. 다시 3개를 뽑았고 최종적으로 하나를 뽑았는데 샘물이었습니다.
처음에는 기분이 나빴습니다. 샘물이라는 이름도 촌스럽게 느껴졌고 마음에 들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성도들을 통해서 하나님이 주신 이름을 기쁘게 받아야 한다고 생각하며 기도했습니다. 다음 날 아침 샘물교회를 발음해 보니까 어제 밤엔 촌스럽던 이름이 마음에 쏙 들었습니다.

목사 장로의 임기제
개척을 준비하면서 준비위원회는 건강한 교회의 중요한 요소 중 하나가 임기제라고 의견을 모았습니다. 많은 교회들이 말로는 하나님이 주인이라고 하면서 개척 목사가 주인 노릇 하기도 하고, 열심히 섬긴 장로가 주인 노릇하는 것을 많이 보았기 때문입니다.
담임목사는 6년 사역 후 신임을 묻고 1년 연구년을 가지게 하는 7년 임기제를 결정했습니다. 당회에서 2/3 이상 그리고 공동의회에서 2/3 이상 찬성을 얻으면 한번 더 시무할 수 있도록 정관을 통과시켰습니다. 최장 14년을 시무할 수 있는 제도였습니다. 그 제도에 따라 저의 임기가 내년 연말이면 끝이 납니다.
장로는 5년 시무 후 당회와 공동의회에서 담임목사와 같은 방법으로 신임을 얻은 후 한번 더 시무할 수 있게 했습니다. 사람이 주인 노릇하지 못하게 하는 좋은 방법 중 하나라고 생각합니다.

재정
재정을 어떻게 모으고 어떻게 사용하는가를 보면 그 교회의 주인이 누구신지 알 수 있다는 말은 결코 과장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저희는 모든 수입과 지출을 공개하기로 했습니다. 제직회에서 보고할 뿐 아니라 모든 성도들은 인터넷을 통해 언제든지 교회의 수입과 지출을 확인할 수 있게 했습니다. 그리고 각자의 개인 헌금도 인터넷을 통해 언제나 확인할 수 있게 했습니다. 회의에서 결정하지 않은 돈은 지출이 불가능하도록 제도화했습니다. 재정이 건강하면 교회도 건강해지는 것을 믿기 때문입니다.

회심 성장하는 교회
1998년 10월에 200여 명의 성도로 시작된 교회가 1년 만에 1,000여명이 모이는 교회로 자랐습니다. 3년 만에 2,000명이 모이게 되었고 8년이 지난 2006년 무렵에는 4,000명 가까이 출석하는 교회가 되었습니다. 책을 내자는 출판사 사장도 있었고, 만나는 목회자와 크리스챤들이 엄청난 성장을 이룬 교회 목사라고 소개할 때면 저도 모르게 우쭐했습니다.
2006년 어느 날 주께서 제게 질문하셨습니다. “이 교회에서 세례 받고 처음 신앙 생활을 시작한 사람이 몇 명이나 되냐?” 깜짝 놀랐습니다. 즉시 조사해 보니 놀랍게도 10% 정도였습니다. 하나님께 참으로 죄송했습니다. 2006년 여름 미국 몬타냐 주에 사는 유진 피터슨 박사님 댁 근처에서 목회자 40여명이 그 분을 모시고 영성 수련회를 가졌습니다. 그 때 수평 이동을 중단할 것을 결정하도록 주께서 도전하셨습니다.
2007년 연초부터 가정교회 소그룹 운동을 본격적으로 시작하면서 수평이동을 중단하고 회심 성장하는 교회의 꿈을 새롭게 품었습니다. 아직도 많은 영혼을 전도하지 못해 하나님께 죄송하지만 이 꿈을 가지고 열심히 전도하고 있습니다.



아프간 피랍 사건
2007년 7월에 있었던 아프간 피랍 사건은 잊을 수 없는 일입니다. 당시 샘물교회는 61명의 파송 선교사를 18개국에 보내어 세계의 복음화를 꿈꾸며 사역하고 있었습니다. 당시 아프간에는 7명의 파송선교사가 세 지역에서 일하고 있었습니다.
전혀 생각하지 못했던 일이지만 이 사건을 샘물교회는 두 가지 결과를 얻었습니다. 피랍 기간인 42일 동안 모든 성도들이 눈물로 기도하며 훈련받았습니다. 평생 흘릴 눈물을 다 쏟았고, 평생 할 기도를 다 했다고 농담할 정도로 그 기간 우리는 많이 울고 기도하며 훈련받았습니다.
그리고 아프간 민족을 마음에 품으며 회교권 선교에 나서도록 주의 도전을 받았습니다. 교회가 생각지도 못했던 일을 통해서 하나님의 새로운 인도하심을 받는 축복을 누리고 있습니다.

평신도가 사역하는 가정교회
성도는 목회자의 사역 비전을 위한 도구가 아닙니다. 성도 자신들이 주의 비전을 따라 사역하는 자들이 되어야 합니다. 그러나 많은 교회들이 그렇지 못한 것이 오늘 한국교회의 현실입니다.
샘물교회는 319개의 목장이 있고 이 목장의 목회자인 목자는 평신도 목회자로서 실제로 자기 목회를 하는 사람들입니다. 모든 민족을 내 제자로 삼으라는 주의 명령을 실제로 순종하며 섬기는 사역자들입니다.

퇴임과 제2대 담임목사 청빙
금년 연초 제2대 담임목사 청빙을 두고 기도하면서 “샘물교회를 가장 잘 아는 사람은 담임목사인 바로 나다”라는 생각이 계속 제 머릿속에 가득했습니다. 그리고 “목사를 제대로 알아볼 수 있는 사람은 장로가 아니고 목사다”라는 생각도 계속 품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어느 날 주께서 “새로 부임하는 목사와 일할 사람은 네가 아니고 장로들이요 성도들이다”라는 생각을 갖게 하셨습니다. 저의 생각과 다른 하나님의 뜻을 깨달은 후 제 마음이 변하기 전에 당회에서 말씀을 드렸습니다. 청빙위원회를 구성해서 맡기고 당회원들의 마음이 일치되어 담임목사님을 모시는 일을 위해서 저는 전혀 개입하지 않겠다고 선언했습니다.
10월 16일 당회에서 연초부터 진행해 온 제2대 담임목사를 결정하고 본인의 수락까지 받았습니다. 곧 공동의회를 열어 성도들의 최종적인 뜻을 묻는 절차를 남겨두고 있습니다.

기독교 학교 운동
처음에는 주중의 빈 교회 공간을 어떻게 하면 활용할 수 있을까 하는 차원에서 교회와 학교가 같이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준비하는 과정에서 하나님께서는 기독교 학교 운동에 대한 비전을 주셨습니다. 성도들의 자녀들을 그리스도의 제자로 키우는 일을 위해서 꼭 필요한 사역이라는 확신을 주셨습니다.
10년 전에 샘물교회 안에 기독교 유치원을 시작했고, 7년 전에 기독교 초등학교를 시작하여 오늘에 이르고 있습니다. 중학교는 3년 전 개교했는데 지역의 31개 교회가 이사교회로 참여하여 각각 자기 교회 성도들의 자녀들을 그리스도의 제자로 삼는 일에 마음을 모으고 있습니다. 고등학교는 내년 3월에 개교할 예정으로 준비 중입니다.

퇴임 후의 사역
분립 개척교회를 1990년 3월 처음 시작한 이후 지금까지 모두 10개 교회가 되었습니다. 서울영동교회로부터 시작해서 한영교회, 일원동교회, 서울남교회, 샘물교회 그리고 일산전원교회가 세워졌습니다. 한영교회가 분립 개척한 다니엘교회와 샘물교회가 분립 개척한 샘빛교회, 판교샘물교회 그리고 다우리교회까지 모두 10 교회가 된 것입니다. 지난 20년 동안 분립을 통해서 건강한 교회 운동을 하게 하신 주님의 비전을 따라 샘물교회 퇴임 후 다시 한 번 분립개척교회를 세웠으면 하고 기도하고 있습니다.
기독교 학교 운동 또한 남은 생애 동안 헌신했으면 하는 귀한 사역입니다. 내년에 고등학교를 설립한 후 지역마다 기독교 학교를 세우는 일을 위해서 섬기기를 원합니다.
선교는 교회의 본질입니다. 건강하게 교회가 세워지면 자연스럽게 선교하는 교회가 될 수밖에 없는 영적 DNA를 주께서는 우리 속에 넣어 두셨습니다. 죽는 날까지 땅끝까지 복음을 전하라 명령하신 주의 명령을 받들어 살아야 할 것을 다짐하고 있습니다.

마치는 말
13년 전 샘물교회를 시작할 때 오늘 이런 모습이 될 것이라고는 전혀 생각하지 못했습니다. 교회의 주인이신 하나님께서 친히 인도하셔서 13년 전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아름답고 건강한 모습으로 빚어놓으셨습니다. 모든 것이 하나님의 은혜라고 고백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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