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교회는 증빙서류 하나 없이 지출한 돈이 한해 수십억 원대에 달한다. 최근에는 교회 정관을 바꿔서 담임목사 명의로 교회 재산을 등기할 수 있도록 했고, 특수사역을 위한 경비는 증빙서류 없이도 집행할 수 있도록 명문화했다. 재정위원도 모두 담임목사가 임명하도록 했다. 다른 한 교회는 담임목사 사례비와 자녀 유학비 등으로 한해 6억 원을 써 구설수에 올랐다. 또 교회 돈 100억 원대를 펀드에 투자했다가 막대한 손실을 끼치기도 했다. 나중에 철회하긴 했지만 퇴직금으로 수십억 원을 요구했었다는 얘기까지 흘러나오면서 논란이 됐다. 또 다른 교회는 교회 예산을 전혀 공개하지 않는다. 헌금이 얼마나 들어와 얼마나 지출됐는지 담임목사 측근 이외에는 전혀 알 길이 없다. 사실 이 같은 교회를 찾기는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다.

경기도 안양에 있는 열린교회는 올해로 7년째 외부 감사를 받고 있다. 외부 회계법인 직원 5명이 1주일 동안 교회재정을 샅샅이 조사한다. 영수증 없는 지출은 있을 수 없다. 경기도 일산에 있는 거룩한빛광성교회는 다음 해 예산을 세울 때 석 달 동안 치밀하게 계획한다. 회계감사도 철저하게 받는다. 담임목사는 교회재정의 큰 틀만 제시할 뿐 집행에는 관여하지 않는다. 서울영동교회도 매달 재정 집행내역을 꼼꼼하게 공개한다. 교인들은 더 많은 헌금이 이웃을 위해 쓰여질 수 있도록 에너지 절약 등 교회 유지비 절감에 앞장선다. 백주년기념교회도 교회 재정지출 내역을 구체적인 항목까지 꼼꼼하게 매주 공개한다. 복사지 구입 하나도 구체적인 내역을 빼먹는 일이 없다.

어느 교회에서는 인사에 불만을 품은 부목사가 담임목사를 폭행했다. 그 이면에는 교체된 담임목사와 원로목사 지지파 사이의 갈등이 있었다는 분석이다. 지나간 얘기지만 다른 어느 교회는 원로목사와 담임목사 간 갈등으로 3년 넘게 진통을 겪어야 했다. 결국 교회가 둘로 나뉘는 아픔을 겼었다. 법정 소송은 아직도 계속되고 있다. 담임목사 교체과정에서 발생하는 갈등의 대표적인 유형은 원로목사가 목회 방향과 의사결정에 깊이 관여하면서 후임자와 갈등을 빚는 경우다. 또 후임자가 전임자와 너무 다른 목회원칙을 적용하거나 재산권 행사를 둘러싼 이권다툼, 인간적인 갈등까지 교회 리더십 교체과정에서 벌어지는 갈등 원인은 다양하다.



서울 동작구 본동에 있는 노량진교회는 담임목사 교체과정이 투명하기로 유명하다. 7대 담임목사로 부임한 림인식 목사는 지난 94년 정년을 2년 남기고 조기 은퇴했다. 또 후임 목회자 선정에도 일절 관여하지 않았다. 8대 목사로 부임한 강신원 목사도 올해 은퇴한다. 선임 목회자와 마찬가지로 후임자 선정에 관여하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후임자 선정에 일체 관여하지 않는 좋은 전통이 대를 이어 이어지고 있다. 강변교회 원로목사 김명혁 목사는 은퇴 이후 본 교회 가지 않고 목회자가 없는 시골교회를 찾아다니며 설교 사역을 펼쳐 화제가 됐다. 2008년 1월에 은퇴한 뒤 벌써 3백여 개 교회를 찾아다녔다.

어느 교회 원로목사는 은퇴하면서 수십억 원에 달하는 은퇴 예우금을 요구했다. 더구나 교회가 어려워질 때를 대비해 은퇴 예우금에 대한 공증까지 요구한 것으로 알려져 구설수에 올랐다. 이 원로목사의 요구는 40평형 아파트와 7층짜리 선교관 운영권, 영어교회 운영권 등등 이해하기 힘든 수준이었다.

경기도 안양에 있는 안양성결교회 조병창 원로목사는 평생을 사역한 교회에서 퇴직금으로 4억 2천만 원을 받았다. 조 목사는 그런데 이 가운데 1억 원을 성결대학교에 기부하고 나머지는 농어촌 미자립 교회를 지원하는데 사용해달라며 전액 반납했다. 교회는 이 기금으로 선교회를 설립해 미자립 교회를 꾸준히 지원해오고 있다.
상반된 교회 모습 속에서 우리는 무엇이 옳고 그른지 명확하게 확인할 수 있다. 많은 사람들이 현재 한국교회의 위기를 △권력의 맛을 본 교회 △물질의 유혹에 넘어지는 교회 △목회자의 윤리적 타락 △말씀을 제 멋대로 해석하는 강단의 타락 △개교회주의와 개인 기복신앙 등에서 찾곤 한다.

권력을 잡기 위해 금권선거도 불사하고 권력을 남에게 주고 싶지 않아 세습도 강행한다. 교회의 대형화도 권력의 또 하나의 상징이 돼가고 있다. 막대한 재정과 수많은 교인수를 기반으로 정치적 권력도 향유하려 한다. 물질에 대한 욕심은 불투명한 재정 운영과 일명 ‘돈봉투’에 대해 눈을 감게 한다. 교회의 신뢰를 떨어뜨리는 중요한 요인이 되고 있다. 잊을 만하면 불거지는 목회자의 윤리적 타락은 도를 넘어선 듯하다. 여신도와의 부적절한 처신은 물론 교회 헌금을 제 맘대로 사용해도 된다는 인식은 우리를 슬프게 한다. 여자와 돈을 가장 경계하고 조심해야 한다는 기본 ‘상식’이 이제는 통하지 않는 것인가? 더욱이 안타까운 것은 이 같은 일이 불거졌을 때 노회나 총회 차원의 치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강단의 타락은 우리 신앙의 기본을 흔든다. 하나님의 뜻이 무엇인지 고민하기보다 자신의 목적과 생각에 ‘하나님의 말씀’을 가져다 끼워 맞추는 설교가 난무한다.

그런데 곰곰이 생각해 보면 이 같은 위기의 출발점이 교회 사유화에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리스도의 몸 된 교회도 아니고 하나님이 주인이심을 고백하는 것도 아닌, 바로 내가 주인이라고 생각하는 잘못된 인식에서부터 교회의 위기는 시작된다. 교회에 대해 내가 가장 잘 알고 내가 개척했고 내가 이만큼 키웠고 내가 가장 교회를 사랑한다고 생각하는 순간, 교회는 내 것이 된다. 그러다보니 교회를 더 키워서 더 많은 것을 하고 싶고 세습도 하고 싶고 교회 돈도 마음대로 쓸 수 있다는 착각에 빠지게 된다. 또 내가 교회의 리더고 나 없으면 안 된다고 생각하는 순간, 교인들이 아랫사람으로 보이게 되고, 하나님 말씀뿐 아니라내 말 한마디에도 모두 순종해야 한다고 착각하게 된다. 교회는 목사 1인 지배체제로 변질되고 만다. 더 나아가 말씀조차 마음대로 해석하고 내 욕심과 주장의 한 도구로 전락시키고 만다. 교회 위기가 사유화 욕심에서 비롯된 것임을 알 수 있다.

그런 점에서 샘물교회 사례는 사유화 욕심 자체를 원천적으로 막으려고 노력한 경우라고 할 수 있다. 하나님이 주인 되심을 온전히 고백하고 교회 개척과정에서도 목회자의 인간적 판단과 욕심, 계획을 내려놓게 하시고 하나님이 교회를 세우셨음을 고백하는 신앙은 마음을 숙연하게 한다. 이 같은 고백뿐 아니라 제도적으로 목사 장로 임기제를 도입해 특정인이 의사결정 과정을 장악하지 못하도록 제어하고 있다. 재정을 투명하게 공개하는 것도 재정 사유화를 막는 제도적 장치다. 누구나 알고 있는 방법이지만 실행하기는 그리 쉽지 않다. 수평이동을 지양하는 모습은 “내 교회만 성장하면 된다”는 개교회주의를 넘어서는 노력이다. 특히, 분립개척을 적극적으로 도입하고, 후임자 청빙과정에 간여하지 않는 것은 교회 사유화를 견제하는 중요한 장치라고 하겠다.

한국교회는 이제 달라져야 한다. 교회가 누구 특정인의 것이 아님을 고백해야 한다. 교회를 개척한 목사도, 대대로 한 교회를 섬겨온 장로도, 목소리 큰 어느 누구도 교회를 사유화하려 해서는 안 된다. 이를 견제할 대안은 무엇일까?

우선, 교단의 치리기능이 제대로 작동돼야 한다. 정치적 판단에 따라 좌지우지 되곤 하는 재판국의 모습이 아니라 누가 봐도 존경할 만한 지도자들로 목회자 윤리위원회나 치리위원회 같은 조직을 만들어 재정적으로 또는 윤리적으로 타락한 사례를 발견하는 즉시 권면하거나 인사조치하거나 징벌하는 관례가 자리 잡았으면 좋겠다. 치리기능은 교회의 아주 중요한 기능임에도 불구하고 거의 작동되지 않고 있다.

민주적인 교회 운영이 이뤄질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 교회의 주인은 하나님이지만, 교회의 실제 운영을 위임받은 것은 교회를 이루고 있는 신앙공동체 구성원들이다. 따라서 특정인에게 권력이 집중되거나 모든 의사결정 과정에 특정인이 깊게 관여하는 것을 제어할 수 있도록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는 것이 필요하다. 몇몇 기독교 단체에서 제시하는 교회 정관 만들기 운동도 한 사례가 될 것이다. 목회철학에 따라 입장이 다를 수는 있으나 목사 장로 임기제나 평신도와 여성들을 의사결정 기구에 적극 참여시키는 방안, 투명한 재정 공개 및 회계감사 실시 등을 들 수 있다.

교회가 일정 규모 이상 늘어나면 분립개척을 권장하는 분위기가 널리 확산되길 바란다. 이제 더 이상은 일명 ‘맨땅에 헤딩하는’ 식의 교회개척이 이뤄지지 않았으면 좋겠다. 정확한 통계는 없지만 한국교회의 60% 이상이 미자립 교회다. 생계가 어려워 목회자가 택시 운전을 해야만 하는 현실이다. 더 이상 미자립 교회를 양산하는 현상이 이어져서는 안 된다. 교회가 내 것이 아니라는 인식에서 출발하면 분립개척을 시키지 못할 이유가 없다. 샘물교회는 물론 원조 격인 서울 영동교회를 비롯해 점차 많은 교회들이 분립개척 행렬에 나서고 있다.

목회자 세습에 대한 목회자 스스로의 이해와 입장 표명이 있으면 좋겠다. 목회자 윤리선언이라도 요구하고 싶은 마음이다. 시골의 작은 교회나 도심에 있더라도 규모가 작은 교회여서 대를 이어 교회를 맡아도 십자가를 짊어지는 경우라면 누가 뭐라고 하겠는가? 현실적으로(올바른 것은 아니지만) 막강한 권력을 누릴 수 있고 엄청난 재정을 주무를 수 있으며 최고급 혜택 속에서 안락함을 누릴 수 있는 자리를 단 아들이라는 이유만으로 물려받는다면 문제는 다르다. 세습은 교회 사유화의 정점이라고 할 수밖에 없다. 

한국기독교목회자협의회가 1998년 사랑의교회에서 출범했을 때, 취재현장에 있던 본인은 적지 않은 흥분을 느꼈다.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나 한국기독교총연합회 같은 교단협의체 중심의 정치에서 일치와 연합, 갱신을 촉구하는 목회자 신앙운동으로 한국교회의 역동성이 옮겨가고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각 교단별로 일어난 목회자 개혁운동이 하나로 합쳐졌다는 점에서 더 의미가 있어 보였다. 물론 그 흥분은 오래 가지 않았고 한계도 발견할 수 있었지만 아직도 그 기대를 버리지 않고 있다. 목회자가 변해야 한국교회가 변하고, 그 변화를 이끌어갈 중심은 목회자의 신앙운동, 개혁운동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한목협이 한국교회의 변화를 이끌어가는 역동적인 힘이 되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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