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한기총 해체운동의 등장

현재 「한국기독교총연합회(이하, 한기총)」는 국내전도와 해외선교 즉 하나님의 나라 확장에 있어서 크나큰 장애물이다. 한기총은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이하, KNCC)」의 사회선교 방침에 반발하고 정교분리를 강조하는 교파들의 연합체로 시작되었으나 지금은 기독교의 어느 단체들보다도 더 정치권력과 밀착하고 있다. 인애와 공평과 정직이라는 성경적 기준과는 대치되는 가치를 옹호하고 지원하는 세력의 대명사가 되었을 뿐 아니라, 일반사회에서도 삼가고 있는 금권타락선거를 공공연히 자행함으로써, 한국 기독교의 신뢰를 떨어뜨리고 젊은이들이 교회를 외면하게 만드는 데 공헌하고 있다.
이로 인해 한기총의 해체운동이 강력히 전개되고 있다. 교회개혁실천연대와 기독교윤리실천운동 등의 기독교시민단체들 뿐만 아니라, 한기총 소속의 단체들도 탈퇴하기 시작했고, 현재 3개 주요 교단의 8개 노회가 ‘한기총 탈퇴 헌의안’을 결의했다. 지금의 한기총은 더 이상 한국교회를 대표할 만한 자격도 권위도 남아 있지 않게 되었으므로 “창의적 해체”를 해야 한다는 「한국기독교목회자협의회」의 성명이 이러한 상황을 잘 요약하고 있다.1) 일반 언론의 관심도 이와 다르지 않다. 2011년 1월 이후 지금까지 일반 언론에서 나타난 정확도 100%의 한기총 관련 기사 97건 중 83.5%가 한기총의 금권선거와 해체위기를 다루고 있다.2)
반면에 한기총의 유지를 위한 노력도 진행되고 있다. 한기총의 명예회장 이성택, 지덕, 이만신, 박종순, 이용규 목사 외 49개 단체장들이 4월 11일 <국민일보>에 성명을 게재하여 한국의 법원과 김용호 한기총 대표회장 직무대행, 한기총 해체 운동, 그리고 금권선거에 관한 양심선언을 비난했다. 이들의 주장에 따르면 한기총 금권선거문제는 한기총 내의 일이며 일개 “집사”가 다룰 일이 아니라는 것이었다. 6월 1일에는 금권선거 논란의 당사자들인 이광선 목사와 길자연 목사가 공동성명을 발표하여 길자연 목사의 대표회장 인준과 이광선 목사 측의 조직개혁안을 동시에 상정하기로 했다.
복음전파의 장애물인 한기총은 해체되어야 마땅하며 지금이야말로 한국교회의 회복을 위해 다양한 대안들을 논의해야할 때라는 점이 이 글의 요지이다. 이 글의 전반부는 한기총의 기원과 퇴락과정 그리고 이러한 과정이 나타난 원인에 대한 설명이다. 후반부는 한국교회의 회복을 위한 교회 정치의 3가지 방안에 대한 토론이다.




II. 한기총의 기원

한기총은 출발부터 한국교회의 분열과 보수화를 대변하고 있다. 한기총은 전두환과 노태우의 군사정권 퇴진운동이 한창이던 1989년 2월에 한국교회의 대표적 연합기관이었던 KNCC의 사회선교 방침에 반발하고 정교분리를 강조하는 교파들로부터 시작되었다. 1989년 1월 7일자 동아일보는 이 단체의 창립 이유가 “KNCC 내의 보혁 갈등”이라고 보도했으며, 외부 정치세력들이 추동하였다는 주장들도 있다.
한기총이 설립될 당시 이미 한국교회에는 KNCC라는 정통성있는 연합체가 존재하고 있었다. 이 단체는 1924년 9월에 「조선예수교연합공의회」로 설립되어 한국교회의 대표적 조직으로 활동하고 있었다. 그러나 이 단체는 한국교회의 특수성을 가볍게 여기고 세계 교회의 보편성에 몰두함으로써 보수적 견해를 가진 교회 내부 세력의 도전을 받게 되었다. 한기총은 정치참여 보다 복음전파가 먼저라는 명분을 내세움으로써 실질적인 교단 연합체로 성장하는 데 성공했다. 한기총은 외곽의 지원을 받으면서 66개 교단과 19개 단체를 포괄하는 조직으로 성장한 데 비해 KNCC는 8개 교단과 11개 단체가 참여하는 조직으로 머물게 되었다.
KNCC의 정치참여를 비판하면서 설립되었지만 한기총도 정치참여에 열을 올리게 되었다. 한국언론재단(KINDS)의 기사 검색을 보면 2003년에서 2007년 사이 주요 언론에 한기총이 언급된 횟수는 무려 1,095회에 달했으며, 그 중 73.5%가 정치사회 활동이다. 특히 정치 분야 590건 중에서 대정부비판 활동이 69.8%였다. 군사독재 시절이라면 상상도 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아이러니하게도 한기총은 KNCC가 희생적으로 추구했던 민주화의 가장 큰 수혜자가 되었다.
한기총은 한국사회 내 보수적 세력의 대명사가 되었다. 한기총의 주요 인사들이 삭발까지 하면서 추진한 사학법 개정 규탄이나, 북한 규탄, 친미 활동, 민주당 정부 비판, 기독당 출범, 한나라당과의 연합 활동 등의 정치활동이 이러한 증거이다. 이외에도 다빈치코드 상영 반대, 단군상 설립 반대, 도올의 요한복음 강해 출간 비판, 동성애 반대, 월드컵의 붉은 악마 응원 반대, 등 한기총의 설립인사들이 밝힌 순수한 복음전파를 위한 협의체로서의 성격은 거의 사라지고 있었다.
주요 언론의 보도를 분석해 보면 한기총이 인애와 공평과 정직을 반대하는 세력 즉 “역사회선교(逆社會宣敎)”의 주체세력이 되었다는 점을 발견할 수 있다. 사회선교(社會宣敎)가 교회의 사회적 활동 즉 하나님의 보편적 속성인 인애와 공평과 정직의 실천을 통한 복음전파라면, 역사회선교(逆社會宣敎)란 이 속성을 거스리는 교회의 사회적 활동으로 인하여 복음의 영역이 축소되는 현상을 의미한다. 인권보호와 민주화와 남북화해는 대체로 인애와 공평과 정직의 실천이라는 맥락과 일치한다. 그러나 사학법 개정 반대나 친미활동 혹은 보안법 개정 반대와 같은 사회운동들은 대체로 기득권층을 옹호하고 고통받는 자들에 대해 무관심하거나 도리어 적대적인 태도를 보이는 입장과 상통한다.
역사회선교는 한국 젊은이들 사이에서 교회에 대한 신뢰와 기대를 추락하게 만드는 원인이다. 젊은이들은 대체로 현실보다 이상을 선호하므로 현실에 대해 비판적이고 진보적인 경향을 갖는다. 종교의 선택도 이러한 맥락과 함께 이루어진다. 한국교회는 1990년대 초까지 젊은이들에게 호감을 사고 있었다. 구한말과 일제하와 건국의 시기에 서구화와 근대화의 상징이며 인도자였기 때문이다. 그러나 2004년 10월에 실시한 「KBS 여론조사」에서 응답자들의 53.9%가 한국교회는 바람직하지 못한 방향으로 가고 있다고 답변했으며, 47.6%가 한국교회가 이제 정치적으로 보수적이라고 답변했다.
2000년대에 들어서면서 개신교에 대한 젊은이들의 신뢰는 땅에 떨어졌다. 기독교윤리실천운동의 「2008년도 한국교회 신뢰도 조사」를 보면 한국의 20대와 30대 젊은이 중에서 교회를 가장 신뢰하는 기관으로 손꼽은 응답자는 각각 7.4%와 9.0%에 지나지 않는다. 기독교에 대한 호감이 19%대인데 비해, 천주교에 대한 호감은 30%에 가깝다. 개신교인들의 천주교 개종이 늘어날 것이라는 점을 예시해주는 현상이다. 이러한 평가는 <표1>에서 나타나는 바처럼 한국 기독교 인구가 자의식이 깨어나는 젊은 층을 중심으로 줄어드는 현상과 일치한다.



<표1>을 자세히 보면 한국교회로서 매우 우려스러운 현상이 발견되고 있다. 한국교회는 1980년대와 1990년대 즉 복음화와 민주화가 동시에 강조되는 시기에 급성장하였다. 1985년에서 1995년의 10년 사이에 227만 명이 증가하였고 복음화율도 16%에서 약 20%로 증가하였다. 그러나 한기총이 한국교회의 대변자를 자임하기 시작한 시기 즉 1995년과 2005년 사이에는 약 14만 명이 감소했고 복음화율도 도리어 18%로 감소했다. 이 시기에 전체 종교 인구는 237만 명이 증가했다는 사실을 고려하면 복음주의자들로서 참으로 뼈아픈 일이 아닐 수 없다. 개신교 인구의 연령별 감소율을 보면 사회적 인식이 분명해지는 20대에서 30대 사이에서 뚜렷하다. 이 연령의 복음화율은 1995년 인구조사에서는 20%에 가까웠으나 2005년에는 17%대로 떨어졌다. 이러한 하락세는 50세 이상의 복음화율이 도리어 높아지고 있는 현상과 대조적이다. 즉 현재 상황은 한국교회가 젊은이들을 상실하고 고령화하고 있다는 점을 잘 보여준다.
물론 한기총의 역사회선교 활동만이 한국교회 침체의 원인이라고 할 수는 없다. KBS의 조사에서 나타난 바대로, 교단중심/자교회이기주의, 교회의 대형화 및 성장제일주의, 자질이 부족한 목회자, 비민주적 의사결정과 불투명한 재정운영, 세습이나 성추문 등이다. 그러나 다른 종교단체에서도 흔히 발생할 수 있는 문제들로 인해 그토록 극심한 반기독교적 정서가 조성될 리가 없다. 안희환 목사의 조사에 따르면 현재 한국사회에 안티기독교 세력들이 10여 개 이상의 포털사이트와 홈페이지, 카페, 문서, 오프라인 회합, 법제화 운동 등을 통해 활발히 움직이고 있다. 한국 개신교에 대해 적극적인 적대세력이 형성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전후 맥락을 검토해보면 주요 언론 매체를 장식하는 한기총의 역사회선교적 행동이야말로 한국교회 쇠퇴의 가장 중요한 요인이라고 말할 수 있다.


III. 위기의 원인에 대하여

한기총은, 이 단체의 발전을 위해 헌신한 분들에게는 참으로 유감이지만, 그 존재 자체로서 복음 전파의 장애물이 되고 있다. 그리스도의 이름을 빙자한 단체가 이러한 상황에 처해 있다는 것은 큰 비극이다.
현재 목격되는 비극의 원인, 즉 역사회선교의 배경은 다음 두 가지로 요약할 수 있다.

1) 신앙의 상실
첫째가 신앙의 상실이다. 이들은 하나님께서 무소부재하시다는 것은 믿지 않는다. 지난 한기총 대표회장 선거를 앞두고 일 인당 1백만 원에 가까운 금품이 강원도의 한 콘도에서 40여 명의 총대들에게 제공되었다고 한다.3) 하나님이 지금 현재 나의 옆에 계신다는 믿음을 가진다면 어떻게 이런 금품수수가 가능하겠는가? 말로는 가르치지만 실제로는 전혀 믿고 있지 않음이 분명하다. 일반 사회보다 더 공평하고 정직해야 할 교회나 교회단체들이 이렇게 부패하다는 것은 분명히 불신의 증거이다.
하나님이 인애와 공평과 정직을 좋아하신다는 사실도 믿지 않는다. 이들은 거의 대부분 부자와 권력자들의 견해와 입장을 지지한다. 권력자들을 위해 조찬기도회를 열어 아낌없이 축복을 내려주는 일에 분주했다. 1984년 한국교회는 선교 100주년을 맞이하여 40억 원을 모금하여 집을 지었고, 같은 해 선교 200주년을 맞이한 천주교는 11억 원을 모금하여 전국적으로 맹인 개안수술을 해주었다고 한다. 신앙적으로 보아 한기총의 행동은 아말렉 전쟁의 승리를 자신의 공로로 돌리고 자기의 기념비를 세우고 길갈로 내려간 사울의 모습을 많이 닮고 있다.

2) 매개의 변증법
둘째는 매개의 변증법이다. 어떤 조직에서든 자기 성찰을 게을리 하면 점차 수단이 목적을 대신하는 매개의 변증법이라는 현상이 나타나기 마련이다. 이러한 현상을 감시하는 체제를 갖추지 못한 조직들은 쉽사리 이 함정에 빠지고 만다.
한기총 대표회장의 10억 기부 사건은 한기총 내부에서 매개의 변증법이 얼마나 심화되고 있는 지를 잘 보여주고 있다. 설립 취지에 따른다면 한기총의 대표회장은 한국의 복음화를 추진하고 한국교회의 화합을 이끌 수 있는 신앙적 인격을 인정받은 사람이어야 한다. 그러나 각종 보도에 따르면 2008년의 대표회장 선거를 앞두고 한 후보자는 10억의 기부를 약속했으며 당선되었다고 한다. 이 후보의 대표회장 당선과 연임 당선은 법적으로 하자가 없으나 결과적으로 후보자의 재력이 당선을 좌우한 전형적 금권선거였다. 아니 금권선거 논란 이전에 조직의 대표직을 돈으로 사고파는 전근대적 매관매직의 사례라고 할 수 있다.
66개 교단의 수직적 통합 단체라는 구조도 한기총의 성격을 규정하고 있다. 한국교회의 대표성 그 자체를 추구하다 보니 무엇하러 그 대표성을 추진했는지를 잊게 되었다. 이러한 모습은 회장만 무려 35명이 되었는데, 명예회장이 11명, 대표회장이 1명, 공동회장이 23명이라는 데서 잘 드러나고 있다. “주의 종”과 함께 한국사회에서 빈축을 사는 일종의 개그 중 하나이다. 뿐만 아니라 각 교단의 대표자로 구성되었기 때문에 한기총의 운영조직들은 대체로 연로하고 보수적인 견해를 가진 사람들도 구성되어 있다. 이들이 자신들의 보수적 정치견해를 한국교회의 전체의사라고 주장하는 한 한국교회 안에서 진보적 정치 신념을 가진 젊은이들은 빠르게 사라질 것이다.

한기총이 대표하는 이러한 모습으로서는 한국교회에 희망이 없다. 한기총의 역사회선교 행태는 두말할 나위도 없지만, 한국사회가 지적하는 교단정치와 개교회이기주의 그리고 목회자의 자질 부족도 한기총의 이러한 행태와 무관하지 않기 때문이다.


IV. 그러면 어떻게 할 것인가?

그러나 여전히 한국교회는 한국사회의 희망일 뿐 아니라 제3세계 국민들에게도 큰 희망이 될 수 있다. 과거 구한말과 일제시대와 경제성장기에 한국교회는 한국사회의 희망이었다. 고통받는 자들을 위로하고 새로운 윤리적 기준을 제공하고 내세의 소망을 심어주었다. 이제 한국은 제3세계 중에서 가장 빨리 경제성장과 민주화를 동시에 달성한 세계 유일의 모델로 뭇 사람의 칭송을 받고 있다. 만일 한국교회가 이 한국 모델을 가능하게 한 정신적 기반이었다면, 한국교회 모델은 앞으로 제3세계 국민들이 꿈꾸는 새로운 희망일 수도 있다. 이것은 또한 제3세계 선교를 위한 한국교회 모델이 될 수도 있다.
한국교회가 한국사회의 희망이 되려면 초심을 회복해야 한다. 이 초심 회복은 먼저 이웃의 고통에 관심을 가지는 데서 시작한다. 이와 동시에 하나님은 인애와 공평과 정직의 하나님이시라는 믿음을 회복해야 한다. 인간의 고통에 대한 인식이야 말로 전능하신 하나님께로 자신을 돌이키는 계기이다. 이원규 교수가 작성한 인간고통지수와 교회의 성쇠에 관한 상관관계를 보면 지난 1백 년 간 사회적 고통이 적은 나라일수록 교회는 쇠퇴하고, 사회적 고통이 큰 나라일수록 교회가 성장했다.4) 물론 단순히 고통이 큰 사회라고 해서 교회가 성장하는 것은 아니다. 교회가 고통받는 자에게 위로를 주어야 한다. 결론은 아주 명쾌하다. 한국교회가 부흥하려면 교회가 고통받는 자들과 함께 해야 한다는 점이다. 한기총은 이와 반대로 활동함으로서 복음의 장애물이 되고 말았다.
교회 정치의 차원에서 한기총의 미래를 다루는 시각은 세 가지가 있을 수 있다. 첫째는 한기총을 신앙적 단체로 개혁하는 방안이다. 둘째는 한기총을 해체하고 새로운 연합체를 추구하는 방안이다. 셋째는 한기총을 해체한 후 다원적 대표성을 유지하는 방안이다. 이 방안들의 장단점과 현실 가능성에 대해 생각해 보자.

1) 한기총 개혁
첫째는 한기총을 개혁하는 방안이다. 한기총이 신앙적 단체로 거듭나려면 무엇보다도 주로 교단의 대표들이 참여하고 있는 수직적 참여 체제를 지양하고 연령별 성별 참여를 보장하는 수평적 참여 체제를 보장해야한다. 이를 통해 한기총은 목회자들만의 단체가 아니라 평신도를 포함한 보편적 교회의 단체로 변화할 수 있다. 특히 전문가 단체들과 연합하고 그들의 대표성을 보장하는 게 좋다. 예컨대 정치에 대한 관심은 「희망정치시민연대」와 같은 기독교시민단체를 활용하는 방안이다. 정치의 구조와 역학에 문외한인 목사들이 정치판에 뛰어들면 무지와 독단의 비극에 빠지기 마련이다.
내부 구조의 개혁을 통해 나타나는 다양한 목소리들은 한기총을 정치적 단체에서 보다 신앙적 단체로 탈바꿈시키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무엇보다 한기총에 좋은 것이 하나님께 좋은 것이라는 왜곡된 사고를 수정할 것으로 기대한다. 그러나 현재까지 이러한 방향의 구조개혁은 이루어질 가능성이 없다. 김용호 한기총 직무대행의 개혁안은 한기총을 교단장협의회 수준으로 개편하는 것으로서 다양한 연령과 영역의 수평적 참여체제로 개편하는 방안은 아니다. 물론 한기총 사태의 당사자들이 야합하는 방식으로 문제를 해결하는 것은 더더욱 바람직하지 않다. 「한국교회와한기총개혁을위한범대책위원회」가 지적한 바처럼, 이들은 사태의 책임을 지고 퇴진해야할 당사자이며 사태의 수습을 위해 나설 주체가 아니다.5) 이들 사이에 발생할 지리한 밀고 당기기와 야합의 모습은 한국교회의 신뢰를 더욱 추락시키는 역할을 하게 될 것이다.

2) 한기총 해체, 새로운 연합체 구성
둘째 방안은 한기총을 해체하고 새로운 연합체를 만드는 방안이다. 첫 단계는 교단간의 연합이지만, 최종 목표는 교단의 혁파와 한국교회의 일치이다. 연합체의 구성은 수직적 연합과 수평적 연합이 동시에 이루어지는 보편적 신앙공동체이어야 한다. 수평적 연합이란 각종 치리회를 통한 대표 체계의 연합이며, 수평적 연합이란 연령별 성별 공동체의 대표권을 허용함으로써 각양의 의견이 최종결정에 반영되도록 하는 연합이다.
한목협이 지적한 대로 KNCC는 한기총의 역사적 폐해를 극복하고 새로운 연합단체를 구성하는 일에 가장 적합한 주체이다. 물론 장기적으로 볼 때 KNCC도 스스로를 버려야한다. 새로운 연합체는 교단별 조직을 지역별 조직으로 전환함으로써 이루어진다. 현재 각 지역에서 자발적으로 구성되어 있는 「지역별 기독교협의회」는 한국교회 일치와 연합을 위해 좋은 모델이다. 각 지역 공동체의 다양성을 실천하고 가장 현실적인 대안들을 수립하는 데 유리한 조직 체계이다. 실제로 각 지역의 기독교협의회는 교단의 차이를 거의 무색하게 만들고 있다. 지역에 따라 다르지만 각종 수평적 기독교 공동체들을 정식 대표로 인정하는 지역협의회를 모델로 삼아야 한다.
문제는 한국교회 내에서 성행하고 있는 당파성으로 볼 때 이러한 방안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너무도 오랜 시간이 걸리거나 아예 성공하지 못할 수도 있다는 점이다. KNCC가 있는 데도 명분을 마련하여 한기총을 만들거나, 이 두 기관이 있는 데도 새로 전국기독교총연합회(전기총)을 출범하여 감투싸움을 벌이는 모습이 이를 증명하고 있다.6) 더구나 한국교회가 교단을 버리는 일은 지난하다. 교단과 교파의 난립이 많은 갈등의 원인임에도 불구하고, 신앙은 버려도 교단은 버릴 수 없다는 태도를 가진 사람들이 적지 않다. 교단을 버리지 못하는 한 수평적 연합체는 불가능하다. 그리고 한국 기독교가 이렇게 교단에 목을 매고 이전투구를 벌이는 사이에 복음화율은 급전직하 떨어지게 될 것이다.

3) 한기총 해체, 한국교회 정치의 다원성 유지
셋째는 한기총을 해체하고 한국교회 정치의 다원성을 유지하는 방안이다. 손봉호 교수는 이 점에 대해 아주 명료하게 말하고 있다.7) 한국교회가 부흥하려면 성경말씀대로 살면 된다. 한국의 그리스도인들이 인애를 행하고 정직하게 살면 전도의 문이 다시 열린다. 구태여 연합단체를 꾸려야 성경말씀대로 살 수 있는 게 아니다. 한기총 해체는 비교적 간단하다. 이 단체에 적을 두고 있는 각 교단과 교회들이 한기총 탈퇴를 선언하면 된다. 개별 교회나 교단에 아무런 해가 없을 뿐 아니라 도리어 부당하게 투입되던 비용을 절감할 수 있다. 소멸되는 것은 아마 100여 개에 이르는 전국 단체 명의의 감투일 것이다. 이 감투의 존재에 비하면 한국사회에서 복음의  대로를 다시 개설하는 일은 너무나도 중요하다. 우리가 명백하고 현존하는 오류를 극복하지 못하면서 다른 대안을 논의하는 것은 현명한 일이 아니다.
이 방안을 채택하더라도 한국교회의 건전성을 위해 각 영역에서 강력한 지도력을 발휘하는 단체들은 여전히 필요하다. 예컨대, 한국교회의 암적 존재인 군소 신학교의 난립 해결을 위해 강력한 인증기관이 필요하다. 한 추정치에 따르면, 현재 한국교회 수는 6만여 개이고 목회자 수는 13만여 명인데 한 해에 약 1만여 명씩 배출되고 있다고 한다.8) 이 추정치가 맞는다면, 한국교회는 5년 이내에 교회 수 보다 목사 수가 3배나 많은 상황에 직면하게 될 것이다. 일부 목사들이 생계를 유지하기 위해 극단적 선택을 하고 이 모습이 복음화율을 다시 떨어뜨리는 악순환이 초래될 수 있다. 교단의 난립과 이에 따른 교단 신학교의 난립, 그리고 신학교 유지를 위한 욕망이 초래한 비극이다. 교단의 해체와 군소 신학교의 폐쇄라는 방식으로 해결해야 하지만 혁명적 상황이 아니라면 불가능하다. 가장 현실 가능한 방안은 의학, 건축학, 공학 등의 고등교육부문에서처럼 강력한 인증기관을 만들고 이 기관의 인증을 받지 못한 신학교의 졸업생은 채용하지 않는 풍토를 만드는 것이다. 현존하는 40여 개 교육부 인증 신학교들의 주체적인 노력이 기대된다.


V. 결론

한국교회의 문제는 한국사회의 문제이기도 하다. 한국교회의 사제주의나 성장제일주의는 한국사회가 보여주는 권위주의와 천민자본주의의 종교적 복제이다.9) 교회의 군소신학교 난립은 사회의 부실 사학 난립과 쌍을 이루고 있다. 한기총의 금권선거는 국회의원의 금권선거를 방불케 한다. 성공을 위해서는 어떤 수단과 방법이라도 써야 한다는 비성경적 사고방식이 교회 내에도 깊숙이 파고 들어왔다. 교회가 세속을 성결화하기보다 교회가 도리어 세속화한 결과이다. 이 때문에 한국의 기독교는 사회로부터 유독히 심한 질책을 받고 있는 중이다. 소금이 그 맛을 잃었기 때문에 지금은 길가에 버리워져 밟히고 있다.
한기총은 한국교회가 범한 역사적 오류의 총화이다. 그 기원에서부터 진화과정에 이르기까지의 사정은 이 글에서 간략히 언급한 바와 같다. 이제 그 모순의 누적으로 인해 해체운동이 일어나고 있다. 어떤 조직이 역사적 사명을 다하면 해체하는 게 자연스럽다. 이 문제에 대한 대안으로 세 가지 방안을 다루었다. 이 글은 셋째 방안을 추천하고 있다. 한기총을 해체하고 한국교회의 대표성을 다원적으로 남겨둔다고 해서 그리 나쁠 것은 없다. 단지 각각의 영역에서 권위있는 기관을 조성하므로 해당 영역이 복음의 장애물로 화하는 것을 방지하는 게 좋다. 이 방식은 권위를 집중했을 경우에 나타날 수도 있는 각종 폐해를 방지할 수 있다. 한기총이 아닌 그 무엇이라도 이 것이 복음의 장애물로 나타날 때는 우리는 이를 사단의 회라 지칭할 수 있다. 과감히 척결해야 할 대상이다.
한국교회가 한기총이라는 역사적 오류를 극복하고 한국과 제3세계의 미래를 위한 한국교회의 모델 개발에 참여한다면 한국사회에서 하나님의 나라는 더욱 활발해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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