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관악구 봉천5동, 지금은 재개발 사업으로 교회를 중심으로 좌우에 아파트가 말끔하게 서있고 아래에는 국사봉 터널이 뚫린 이름도 거룩하고 현명한 사람들이 많이 산다는 성현동으로 바뀌었다. 그러나 많은 사람들에게 봉천동 중에 특히 봉천5동은 여전히 가난한 달동네 시절을 떠올리게 하는 가슴시린 이름이다. 여의도에서 살다가 80년대 말까지 이곳에서 살았던 필자는 한시도 잊을 수가 없다.

비가 오면 길마다 질퍽거리며, 공동화장실을 줄서서 사용한 경험이 있고, 학교에 가기 전 수돗가에서 물을 길러 온 친구들과 같이 차례를 기다린 시절이 엊그제 같다. 옆집에 사는 친구가 하는 말을 듣기도 하고 싸우는 소리도 들으며 지나가던 동네 아저씨의 말이 다 들릴 정도로 살았던 추억(?)도 있다. 동네에 사는 한 친구가 우리 교회 나오면 여자 친구를 소개해 준다는 말을 믿고 (그러나 몇 해가 지나도 맘에 드는 여자 친구가 없었지만) 교회를 다니기 시작했다.



우리 교회 권사님 중에 한분은 정읍에서 살다가 이 곳 봉천동으로 이사 왔는데 지금은 선교사로 가 있는 딸이 “엄마! 왜 자꾸 집도 아닌 화장실 같은 데로 가느냐?”고 할 만큼 참 가난한 동네였다. 다시 시골로 가자고 할 정도였으니 말이다. 당시에는 교회가 희망이었다. 교회에 오면 여러 인자한 사람들을 볼 수 있었다.

그 아픈 마음들을 보듬듯 지역에서 가장 높은 국사봉 터널 위에 40여 년의 역사를 지닌 은천제일교회가 오롯이 자리 잡고 있다. 주변에 보란 듯이 고층의 아파트들이 들어서 있지만 한 켠에는재개발을 앞둔 곳이 일부 남아있고 여전히 힘들게 살아가는 분들도 참 많이 있다.

그분들을 향해 ‘기아대책’의 표어 중에 “떡과 복음”으로 품어야 한다는 마음 하나를 가지고 사역하고 있다. 섬김과 나눔이 교회의 사명이 아닌가 싶다. 예수님은 가난한 자들을 멸시치 않으시고 고아와 과부도 다 품으시고 사랑해 주셨는데 우리는 자꾸 겉모습만 가지고 대하지 않는가 생각해 본다.

우리 교회는 2005년 12월 25일 성탄절에 지금은 선교사로 사역하시는 원로 목사님과 장로님과 여러 성도들의 헌신으로 교회가 새롭게 건축되었다. 2008년 교회에 제4대 담임 목사로 부임하여 천안에서 15년째 사역하던 일을 봉천동에서 계속 하고 있는 것이 있다.

일주일에 한 번, 그것도 길어야 한 시간 정도 사용하던 1층 성가대실을 지역주민들과 함께 하기 위하여 기아대책 자선가게 ‘행복한 나눔’으로 지역주민을 위한 공간으로 작게나마 변화시켰다. 월요일 오전 10시부터 오후 6시 반 금요일까지 주 5일간, 그리고 주일에는 공정무역 착한커피 멕시코 치아파스 원두를 갈아 마시는 성도들과 교제하는 공간으로 변모시켰다. 기아대책의 ‘행복한 나눔’에서 커피머신을 기증받아 주일마다 커피 대접 운동을 벌이고 있기도 하다.



커피머신이 입고된 첫 주일에 담임 목사가 쏜(?) 이후로 장로님, 권사님, 집사님, 성가대 지휘자, 그리고 지난주에는 본 교회 협동 목사이시며 총신대 총장으로 섬기시는 정일웅 교수님이 커피를 대접했고, 다음주에는 평택대에서 강의하시는 윤천석 교수님과 한국성경암송학교를 섬기는 박우기 목사님과 선한 분들이 대기 중에 있다. 커피 한잔을 대접하면 한 생명을 살릴 수 있다는 마음으로.......

지금도 세계에는 1분에 35명이 굶어 죽어 가고 있다. 그 중에 대부분이 어린아이들이라는 사실을 우리는 잊어서는 안 될 것이다. 가난하다는 이유로 차별을 받아서는 안 되고 먹을 것이 없다는 이유로 죽어가는 그들을 바라만 보고 있어서는 안된다. 그런 마음을 품고 커피를 마시며 이 가게를 계속 해야할 이유를 되새기고 있다.

‘행복한 나눔’을 통해 얻어진 수익금으로 절반은 해외에, 절반은 교회가 위치한 지역의 어려운 분들에게 급식비와 생활비를 전달하는 사역을 하는데, 도움 받는 가정들이 부담스러워할까 봐 계좌이체로 소리 없이 전하고 있다.

컴퓨터의 황제 빌 게이츠가 “내가 오늘 이렇게 거부가 되었고 컴퓨터의 대가가 될 수 있었던 비결은 우리 마을에 있는 작은 도서관 때문이었다”고 말한 것을 기억한다. 그는 자기 자녀들에게 컴퓨터는 하루에 한 시간 이상 하지 말라 그 대신 책을 읽으라고 했다. 주변에는 국사봉중학교와 구암중학교, 봉현초등학교, 구암초등학교, 당곡고등학교가 위치하고 있는데 이들을 위해 서울시 관악구의 인가로 봉천5동 작은 도서관을 운영하고 있다.

1,000여 권으로 시작된 작은 도서관은 교회 성도와 지역주민이 책을 기증해 준 덕분에 현재 4,000여 권을 보유하기에 이르렀다. 이 작은 도서관을 통해 많은 학생들이 책을 읽고 꿈을 발견했으면 좋겠다는 마음을 가지고 학생들에게 완전히 개방하여 섬기고 있다.

또한 명절 때마다 고향이 있어도 가지 못한 이웃들이 참 많다. 이들과 함께 고향의 정을 함께나마 나누기 위하여 사랑의 과일 나누기를 하고 있다. 천안에서 이 사역을 15년째 했는데 서울에 와서도 도저히 멈출 수가 없어 여러 목회자들과 함께 하고 있다.

천안에 청과물 도매시장이 있는데 이곳에 50여 개의 도매상점 주인들에게 A4용지에 문구를 넣어 과일 기증을 요청했다. 처음 시작하던 해 1998년 1월 많은 눈이 내렸다. 반신반의 하던 우리에게 한 과일가게에서 딸기 450상자를 준 이후로 기적은 계속되고 있다.

금번 설 명절에 이 행사에 동참하기를 원하는 사역자가 물었다. “저도 이번에 함께하고 싶습니다. 그런데 과일 몇 상자 준다고 연락 왔나요?” 필자는 그 물음에 “아니요. 아직 한 군데도 연락이 안 왔습니다. 그리고 몇 상자를 줄 지는 그날 가봐야 압니다. 우리 믿음의 분량대로 하나님은 역사하실 뿐입니다.” 2월 2일에 하나님은 380여 상자의 감귤과 사과와 수박을 상점 사장들을 통해 역사하셨다. 과일을 받은 어떤 분의 말을 지금도 잊지 못하고 있다. “목사님, 우리는 과일을 먹는 것이 아니라 사랑을 먹고 있습니다.” 기쁨으로 수확하여 어렵고 힘든 이들에게 과일이 전달되었다.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모 제약회사 대리점 사장이 음료수를 기증하고, 안경점을 운영하던 분이 개당 5만 원대에 이르는 안경테를 일만 개나 기증하는 등 이해할 수 없는 사건들이 많이 일어났고, 이 기증품을 전국 36개의 ‘행복한 나눔’ 가게와 지역의 개척교회 목회자들에게 전달했다.

지역을 섬김과 함께 교회가 추구하는 또 다른 사명은 선교이다. 교회는 현재 30여 군데의 선교지와 단체, 교회를 후원하면서 “하나님이 기뻐하는 교회는 선교하는 교회”라는 마음으로 섬기고 있다. ‘구원받은 성도가 십일조를 하듯 교회도 십일조를 해야 하는데 그것이 선교요 구제가 아닐까’ 그런 마음으로 하고 있을 뿐이다.

선교하는 교회가 되기 위해서 구역 이름도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알바니아 구역 등 후원하는 선교사의 사역지로 바꾸고 해당 국가의 선교지를 위해 기도하고 있다. 또한 교회를 중심으로 해서 50여 개의 교회들이 있는데 수요일, 금요기도회를 통해 부흥이 그 교회들에게 계속 이루어지게 해달라고 기도하고 있다. 부흥은 모든 교회가 함께 성장해야 진짜 부흥이라고  믿는 개념에서 생긴 것이다.

물은 함께 마셔야 하고 주님의 사랑도 함께 나눠야 진짜 사랑이라고 믿는 이 일은 주님 다시 오실 때까지 계속 이루어져야 되겠다는 마음밖에 다른 것이 없다. 현미국수를 개발한 모 장로님을 통해 ‘만나리그재단’을 세워 일자리가 없는 그리스도인들에게 일자리를 주어 함께 만나를 먹고 함께 가나안에 가야 한다는 또 다른 꿈을 가지고 기도하고 있다.

주님이 기뻐하시는 일이라면 이제는 묻지도 말고 따지지도 말고 순종하며 해야 된다. 주님이 원하시는 일이기에, 또한 주님 앞에 섰을 그 때를 기약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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