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옥성호 저, 국제제자훈련원(DMI), 2011-02-28, 212쪽, 9000원
교갱협 임원회의나 세미나, 인터뷰 같은 공개석상에서 옥한흠 목사님이 항상 하시던 말씀은 “교갱협이 빨리 없어졌으면 좋겠다”였다. 그 의도를 모르는 바가 아니지만 교갱협에 몸 담고 있는 입장에서는 굉장히 섭섭하게 들리기도 했다.

하지만 때로는 점심시간에 목사님을 엘리베이터에서 만나면 몇 명 안되는 교갱협 식구들이 안쓰러웠는지 같이 밥 먹으러 가자고 하며 교갱협 식구들을 이끌고 갈비탕이나 삼계탕을 사주시곤 했다. 지금 생각하면 어이가 없지만 철딱서니 없게도 밥을 먹다가 목사님께 “목사님 사진 너무 좋아요. 사진 하나만 주세요”라고 했더니 다음날 사인까지 한 사진을 액자에 넣어 주셨다. 또 “교갱협에서 일하면 보험이 안되서 병원도 못가요”라는 말도 안되는 엄살을 부렸더니 다음날 바로 교회 직원으로 소속을 바꾸고 4대 보험 혜택을 받게 해주셨다.이쯤 되면 같이 밥 먹으러 가자고 하실 때마다 부담스러우셨을 텐데 목사님은 그런 분이셨다. 참 죄송하고 그립다.

옥 목사님 소천 후 많은 분들이 여러 매체를 통해 목사님을 추모하고 추억하는 글들을 발표했다. 하지만, 그의 아들이 한 가정의 아버지로서의 목사님을 그려낸 책은 남다른 주목을 끌 수밖에 없다. 아직도 그의 부재가 실감나지 않는 지금, 「아버지, 옥한흠」의 저자 옥성호 씨는 지나간 시간을 보상받으려는 듯 아버지와의 추억을 치밀하게 기억해내고 책으로 남겼다.

많은 부분을 희생할 수밖에 없는 대형교회 목회자였기에, 부자간의 대화는 툭툭 끊기지만 그 속에서도 가정과 교회, 신학을 거침없이 넘나든다. 그럼에도 아버지를 이해하고 존경과 사랑을 보내는 저자의 고백은, 한 목회자의 모습을 다각도로 보여주는 소중한 기록으로 남겨졌다. 동시에 선대 목회자의 희생으로 이만큼 성장한 한국교회를 지켜내는 것이 남겨진 자의 사명이라는 메시지를 이 책은 강하게 던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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