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우리 사회의 저출산 현상에 대해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은 반면, 사회와 국가가 육아를 적극 지원할 때까지 출산파업을 벌이겠다는 움직임도 있습니다. 거기엔 복잡한 지형과 의제들이 있겠지요. 그런데, 제가 엄마가 되어 겪은 첫 번째 어려움은 이동권의 제약이었습니다. 그동안 육아에 관하여 수많은 이야기를 들었지만, 직접 겪고 보니 당황스러울만큼 어려운 점이 있었고 그 중의 하나는 아기와 교회를 가는 것이었습니다.

교회의 영유아실에 있으면 아이들이 뛰어다녀서 집중하기 어렵다는 정도로만 알고 있었는데, 막상 아기를 데리고 가는 경우에는 고려해야 할 일이 훨씬 많았습니다. 누군가의 도움 없이 혼자 아기를 데리고 갈 때는 예배를 드리는 것이 과연 가능한 일인가, 오히려 집에서 아기가 잘 때 인터넷 예배를 드리는 것이 찬양과 설교, 기도에 더 집중할 수 있지 않을까 심각하게 고려하였고 지금도 그 고민은 이어지고 있습니다.

그러나 다시 생각하면, 예배란 찬양을 하고 설교를 듣는 한 시간 남짓의 의식에 참여하는 것만이 아니라 성도들과의 교제를 포함하는 것이라고 알고 있습니다. 특히나 일주일 동안 혼자 아기를 전담해서 키우는 엄마들의 경우, ‘새장 증후군(cage syndrome)’이라고도 불리는 고립감에 빠져서 사람들과의 만남에 얼마나 목이 마른지 모릅니다(아직 우리 사회에서는 아빠보다는 엄마가 아기를 돌보는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에 아기엄마들 이야기를 하기로 하겠습니다).

아기는 정말 사랑스럽고 아기를 통해서 하나님의 사랑에 대해 깨닫는 것도 많이 있지만, 기본적으로 하루종일 아기를 따라다니며 먹이고 씻기고 재우고 틈틈이 집안일을 하는 것은 육체적으로 무척 힘겨운 일입니다. 밤에 아기를 재우다가 지쳐서 씻지도 못하고 골아떨어지는 날도 있었으니까요. 자기 주도성을 가지고 나름대로 계획적으로 살아오다가 통제가 되지 않는 상황에 처하는 것도 당황스러운 일이었습니다.

저는 가끔 성경에서 말씀하는 진정한 ‘자기 부인(否認)’을 배우는 중이라고 농담 섞어 이야기하기도 했습니다. 그리고 내가 아기를 잘 키우고 있는 것인지, 지금 아기에게 필요한 것을 잘 공급하고 있는지.... 한 생명에 대한 책임감에 압도되어 불안하고 우울해져서 아기엄마들이 참 취약한 계층(?)이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이렇게 육체적, 정신적으로 어려움을 겪는 아기 엄마들이 스스로를 추스르고 새 힘을 얻으려면 영적인 공급이 필요하기에 예배는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해집니다. 저는 아기를 데리고 교회에 갔다가 아기가 중간에 심하게 우는 바람에 예배를 마치지 못하고 나온 경험이 있는데, 그 다음에 아기를 맡기고 혼자 교회에 가는 길의 감격은 지금도 생각이 납니다. 예배를 드릴 수 있다는 감격과 기쁨이 충만해서 어느때보다 정성껏 예배를 드렸고 밤에는 일기에 은혜받은 내용을 쓰면서 다가오는 한 주간을 보낼 다짐을 했습니다.

예배가 절실했던 것은 저만의 문제는 아닐 것입니다. 주변에 제 또래의 친구들도 겪는 일로서 그 중에는 여러 교회를 찾아다니다가 결국 포기하고 집에서 인터넷 예배를 드리는 친구도 있었고 이것저것 힘겹게 챙겨서 교회에 가지만 아기를 돌보느라 예배에 집중하지 못하는 좌절감에 급기야 “아기 부모도 성도인가?”라는 질문을 하는 친구도 있었고, 아기가 얼마큼 커서 유아부에 보낼 때까지는 체념하고 지내겠다는 친구도 있었습니다. 기윤실 창의여성리더십 운동을 하면서 기독여성들의 필요를 알아보기 위한 인터뷰를 한 적이 있는데 많은 여성들이 아기와 함께 가기에는 교회의 시설과 배려가 너무 부족하다는 이야기를 하였습니다.

꼭 규모가 있는 교회여야만 아기 엄마를 배려할 수 있는 것도 아닐 것입니다. 교회에 온 아기엄마들이 예배를 잘 드리고 있는지 관심을 가져주시면 좋겠습니다. 아기에게 젖이나 이유식을 먹이기 여의치 않아서 서둘러 교회를 나오지 않아도 되도록 함께 공간을 만들어갔으면 합니다. 작은 교회에서도 커튼을 치거나 천정에 레일을 깔고 주름문(흔히 ‘자바라’라고 불리는)을 달아서 문을 닫으면 수유를 할 수 있고 문을 열면 다시 일반 공간이 되는, 그런 시설은 쉽게 갖출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아기와 낯을 익힌 분이 미리 예배를 드리고 아기를 돌봐준다면 아기 엄마가 좀 더 예배에 집중할 수 있겠습니다.

사례를 찾아보니 아기와 함께 다니기 좋은 교회가 몇 군데 있는데 이런 곳은 성도들이 사정상 다른 교회로 갔다가도 아기를 낳으면 다시 돌아온다고 합니다. 요즘 품앗이 육아를 하는 엄마들이 아기를 위한 시설이 잘 갖추어진 교회에서 모임을 하면서 블로그에 소개한 것을 본 적이 있는데, 이런 경우 믿지 않는 지역주민을 위한 좋은 선교 전략이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아기를 낳으면 꼭 교회에 가세요. 교회에 가면 따뜻한 관심과 배려를 받을 수 있을 거예요”라는 말을 어렵지 않게 듣는 날이 왔으면 좋겠습니다. 기윤실에서도 그 날을 앞당기기 위해 이모저모 준비하고 있습니다. 목회자님들의 관심과 성원을 부탁드립니다.



▲ 지난 2010년 6월 17일 열린 ‘아기와 함께 가고 싶은 교회’ 포럼은 많은 교회의 영유아실(자모실)이 실제로 예배 드리기에는 매우 열악한 시설임을 확인하고, 저출산 시대에 양육으로 인해 예배 공동체에서 소외되기 쉬운 여성을 배려하는 한국교회의 의식 변화뿐 아니라 예산 및 대안 마련이 시급함을 깨닫게 된 자리였다. ⓒ www.trusti.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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