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천안함 사건 이후 남북관계의 긴장고조, 세종시 문제와 4대강 사업추진 등으로 인한 국론이 분열되고, 기독교 관련 단체들도 당면한 문제에 대해 서로 일치되지 못하는 모습을 보며 답답해 하던 차에, 이번 ‘한국 교회, 통일시대를 대비한다’라는 제목의 한목협 수련회는 한국 교회의 미래를 준비하려는 의도가 느껴졌다. 하지만 수련회에 참석한 숫자가 적어서 역시 ‘통일’이란 미래를 목회자들이 멀게 느끼고 있다는 것을 또 확인했다.

북한에 식량을 지원하는 일과 탈북자를 지원하는 일, 그리고 탈북자를 한국에 정착시키는 일을 시작할 때는 제대로 알지 못했기 때문에, 낭만적인 민족 감정이나 극단적인 반공주의 감정만 앞세웠던 것이 사실이다. 시간이 지나면 어설프게 주먹구구로 대처하지 않고 나아지겠지라고 기대했었지만, 이번 수련회를 통해서 통일에 대한 우리의 생각과 수준이 한참 모자란다는 것을 깨달았다.

한국교회의 목회자인 우리가 먼저 알아야 하고 바로 알아야 ‘先知者’로 사는 게 아닌가? ‘先知’가 부족했고, 우리 목사들이 ‘통일’ 과 ‘새터민’에 대한 정보를 서로 공유하는 것이 부족했었다. 이번 수련회를 통해서 알게 된 것은 다음과 같다.

▶ 한반도를 둘러싼 국제 정치학적인 관점 (윤영관 원장)
▶ 남북한간의 사회 심리적 통합의 과제 (박종화 목사)
▶ 교회가 통일 문제를 다룰 때 유념해야 할 것 (허문영 박사)
▶ 한반도 평화를 지켜 내는 장기적 비전 (이문식 목사)
▶ 탈북자들의 신앙을 통하여 보는 통일과 기독교 (전우택 교수)

강의를 들으면서 느낀 것은 우리가 알고 있는 지식들이 얕고 부족하다는 것이었다. 특히 사회정신의학과 전우택 교수의 강의 가운데 주평양 루마니아 외교관으로 20년, 한국와 루마니아가 국교 수립한 후 서울 대사로 수년을 지내고 은퇴하신 분의 이야기가 지금도 생생하다. 북한 사람과 한국 사람의 차이점은 거울을 보는 것과 같다는 말을 통해 충격을 받은 전 교수님이 남북의 차이점을 찾기 보다 먼저 남북의 같은 점을 연구하기로 했다는 말이 신선했다. 북한 사람과 한국 사람들이 ‘비슷하다’는 것을 먼저 고려하는 것이, ‘다르다’는 것을 먼저 고려하는 것보다는 지금 우리의 문제를 이해하고 풀어가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탈북자들이 탈북하여 남한으로 들어오는 과정에 보통 남한 종교 기관의 도움을 받게 되고 남한에서 정착한 후로 60% 이상이 종교 생활을 한다고 한다. 탈북자를 교회 출석 성도로서 양육해야 하는 목회자의 입장에서 볼 때, 전 교수님의 연구는 큰 도움이 될 것이다.

주체 사상을 가지는 것과 하나님을 믿는 것이 신앙의 대상만 다를 뿐, 너무나 비슷한 모습을 보인다는 것에 충격을 받으면서 이전 TV에서 본 북한 주민들의 열정적인 모습이 이해되기 시작했다. 단순히 남한에 와서 북한 체제의 거짓말을 깨닫게 되고, 자본주의의 맛을 보게 되면 회개하고 돌아온 탕자처럼 금방 적응하게 될 것이라고 보는 것은 너무 순진한 것이었다.

그리고 나아가 ‘땅의 통일’보다 ‘사람의 통일’이 훨씬 더 어려울 것이라는 전 교수의 지적은 앞으로 ‘통일 시대’에 교회가 해야 할 일에 대한 도전으로 받아들여진다. “하늘에 있는 것이나 땅에 있는 것이 다 그리스도 안에서 통일되게 하려 하심이라”(엡 1:10) 라는 말씀에 대해서 좀 더 깊이 생각해 봐야 한다. 예수 그리스도를 통하여 ‘사람의 통일’을 이루는 것을 더 준비해야 한다.

한국 사회에서 이제는 새터민이나 탈북자들이 큰 관심을 끌지 못한다. 그래서 막상 한국 교회가 준비되지 못한 채 통일을 맞이할 수도 있다. 통일을 준비하기 위해서 무엇이 필요할까? ‘통일’을 부르짖기만 하면 진보와 보수, 교회와 교단의 벽을 넘을 수 있을까?

‘예수 그리스도 안에서 한 피 받아 한 몸 이룬 형제 자매’라고 표현하는 교회의 일치 운동을 급진적인 것으로 선고해 버리고, 심지어 『목적을 이끄는 삶』(릭 워렌) 등을 교회를 타락시키는 반기독교 서적으로 보는 최근 나타나기 시작한 근본주의자들이 북한을 끌어 안을 수 있을까? 한목협 수련회에 참석하는 각 교단 목회자들이 각 교단의 신학적 입장을 넘어서서 연합할 수 있을까?

한목협 수련회에 참석하여 배움을 통해 생각을 바꿔야 될 사람들은 절대로 참석하지 않는 않고, 이미 생각이 바뀌고 열린 사람들만 계속 참석하고 있는 지금 상황을 어떻게 하면 좋은가?
‘통일’에 대해서 신학대학원에서 가르치지 않기 때문에 성경신학을 넘어 현실의 문제에 접근하는 신학적 사고를 훈련시키지 않는다면, 한국 교회가 그리스도를 통하여 하나되는 것은 어려울 것이다.

先知者는 먼저 알아야 하고 바로 알아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한목협이 먼저 알려주고 바로 알려주는 일을 더 했으면 한다. 이것이 使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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